내 SNS의 방문자 수는 한마디로 비루하다. 한 때는 일 방문객 수가 1,000명에 육박한 적도 있으나 저품질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는지 10 단위에서 머무른 게 몇 년째이다. 블로그 이전도 해보고 유료 강의도 듣고 했으나 개선의 가능성은 미미하고 그 과정에서 의욕도 잃어버렸다. 또한 예전에는 블로그만 하면 되었는데 다양한 플랫폼이 생기면서 하나에 집중하지 못하고 있다. 인스타와 브런치도 같이 운영하다 보니 그나마 마른 장작 같던 열정도 쪼개지고 있는 상태. 원인이야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내가 블로그나 인스타를 통해 개인사업을 하는 사람이 아니다 보니 욕심을 더 내려놓게 되는 것 같다. 그래서 현재의 SNS는 그냥 내가 일상을 기록하고 글쓰기 편한 수단으로써 가치를 가진다.
하지만 가끔씩은 이렇게 유명하지도 않고 방문자가 비루한 내 SNS를 찾아와서 악플을 남기는 사람이 있다는 것이 신기할 때가 있다. 한마디로 정성도 갸륵하다고 할까 ^^
위 글은 글쓰기 좋은 공간에 대한 주제로 쓴 포스팅이다. 생각이 막혀서 잘 써지지 않으면 장소를 바꾸는 것이 좋으며 카페, 호텔에서도 잘 써지더라 그런 내용이다. 두 번째 댓글을 보며 내 포스팅이 사람에 따라서는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게 하고 재수 없게 받아들여질 수도 있겠다 생각이 들었다.
지금은 "역겹다"라는 악플은 웃어넘길 수 있을 만큼 어느 정도 단련이 되었다. 악플보다 무서운 게 무플이라지만 이것도 마음의 준비가 안 된 상태에서 당하면 나처럼 심약한 사람에게는 심장이 벌렁거리면서 트라우마가 되기도 한다. 나도 별 거 아니지만 악플 당해보니 연예인들이 왜 악플때문에 자살하는지 이해가 되었다.
악플을 처음 당했던 것은 2년 전이다. 신간을 출간하고 한 두 달 지났을 때였을까, 이웃 새 글을 보다가 누군가 내 글에 악의적 댓글을 달아놓은 것을 발견했다. 그 책은 내가 사원, 대리 시절에 겪었던 직장생활의 시행착오, 그리고 선후배 동료들의 배울 점을 담았는데 책 내용 중에 상처가 될 만한 내용이 있었나 보다. 댓글을 보고 혹시나 해서 그의 SNS를 방문했더니 나와 내 책에 대해 신랄하고 인신공격적인 후기가 달려있었다. 물론 내용이 기대에 못 미쳐 책 값이 아깝고 실망스러울 수도 있지만 비판의 타깃이 책 내용이 아니라 나에게로 향해 있는 점, 저급한 표현 또한 당황스러웠다. 게다가 그는 쌩판 모르는 남이 아니라 나의 SNS 이웃으로 몇 번 소통한 적이 있는 사람이었다. 비록 얼굴은 모르지만 그래도 이웃인데 의식 수준이 낮다, 저급하다, 악랄하다, x소리 등등... 그야말로 마른하늘에 날벼락이었다. 이런 상황을 처음 접하니 그야말로 심장이 벌렁벌렁, 손도 떨릴 정도였다.
워낙 여러 사람의 사례가 담겨있어 어떤 부분이 그리 민감한 부분인지 예상도 되지 않고 '왜 이렇게 나한테 공격적일까? 내가 이 사람에게 원한이라도 산 건가? 아니면 내가 책에서 사례로 쓴 직장 동료 중에 가족이나 친구라도 있는 건가'라는 생각이 머리를 떠나지 않았다. 그때가 지인들과 함께 근교로 1박 2일 여행을 간 시점이었는데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와중에도 문득문득 생각이 나고 떨쳐버릴 수가 없었다. 무시하는 게 나은지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떠오르지 않아 상담가인 지인과 남편에게 물어보았다. 두 사람의 공통적인 의견은 어떤 포인트에서 불편했는지 물어보라는 것이었다. 그래서 최대한 침착하게 댓글로 물어보았다.
그랬더니 처음의 글을 쓴 사람과 같은 사람인지 의심스러울 정도로 공손하게 죄송하다는 것이다. 그리고 놀라운 사실은 책은 읽지도 않은 상태였다. 한마디로 책 제목만 보고 나와 책을 난도질한 것이다. 어떤 의도였는지 명확하게 말하지 않아서 책 제목만 보고 기성세대로서 2030에게 잔소리해 댄다고 생각한 것인지 술을 마시고 예전 직장에서의 트라우마가 생각나서 아무에게나 퍼붓고 싶었던 것인지 알 수는 없었다. 사람마다 생각은 다 다르고 타인의 생각이 뻗어나가는 방향과 깊이는 예측하기 힘들구나 느꼈다.
지인 중에도 책을 출간한 후 리뷰를 통해 상처받은 경우가 있다. 중고등학생을 가르치는 영어교사로서 엄마들이 영어공부방법하는 방법에 대한 책을 썼다. 영어를 업으로 하는 사람이니만큼 학창 시절에 어학연수나 영어로 한 봉사활동 관련 에피소드가 들어갔고, 영어공부에 도움이 되는 미드나 유/무료로 이용할 수 있는 앱을 소개하는 내용이 주를 이루었다. 그런데 온라인 리뷰 중에 잘난 척한다, 재수 없다 이런 내용이 있었다. 체험단으로 책을 증정받았는지 직접 구매했는지 모르지만 주제가 엄마의 영어공부였는데 이 사람은 무슨 목적으로 책을 읽었나 싶을 정도로 예상 밖의 피드백이었다. 그리고 저자인 지인은 이 반응에 상처를 받았고 더 이상 책을 쓰고 싶지 않다고 했다. 이 일을 통해 지인과 나는 정도가 심하지 않은 악플에도 휘둘리는 '쫄보'임을, 그리고 퍼스널브랜딩이나 SNS 마케팅 이런 것에도 적합하지 않은 '밴댕이 사이즈'임을 인정하게 되었다.
그전까지 콘텐츠를 생산하는 사람으로서 그에 대한 책임이 있고, 또한 내가 쓴 글이 다른 사람을 공격하거나 누군가에게 상처가 되지 않도록 철저하게 자기 검열을 해야 한다고 생각했었다.
이런 해프닝을 통해서 여기에 추가된 생각은 모든 사람을 만족시킬 수 없고, 언제든 공격이 들어올 수 있음을 염두에 두고, 그리고 나를 향하는 비난에 너무 신경 쓸 필요도 없다는 것이다. 그리고 공직이나 언론에 나가지는 말자는 교훈을 얻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