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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꿈기획가 Aug 04. 2023

위로와 상처 사이

인생의 이해

요즘은 예전보다 덜하지만 우리나라 사람들이 관심과 안부인사의 표현으로 자주 하는 질문이 있다.
대상이 중고등학생이라면 공부 잘하고 있냐?

어느 대학 갈 거냐?
대상이 미혼이라면 언제 결혼할 거냐?
대상이 결혼한 사람이면 언제 애 낳을 거냐?
아이가 하나라면 언제 둘째 낳을 거냐? 등등
인생이 마치 해치워야 하는 퀘스트가 있는 것처럼 끝이 없다.
사실 저 질문을 한 사람이 상처를 주려고 고의로 한 것은 아닐 것이다. 그저 별 다른 의미 없이 생각 없이 다른 사람 하는 대로 물어봤을 수도 있다.
그 사람이 정말로 딩크족인지 난임부부인지 속사정을 알기 전에는 언제 낳을 거냐,  둘째 계획은 어떻게 되냐 묻지 말았으면 좋겠다.

특히 아이에 대한 질문은 상처가 될 수도 있다.


후배와 이야기하다가 아이 이야기 때문에 상처받은 경험을 나눈 적이 있다.

나의 경우 결혼한 지 4년 만에 첫 아이를 낳았다.

인생을 즐기는 쪽도 아니었고 정말 치열한 과정을 거쳐왔다.

결혼한 지 1년 만에 자연임신이 어려운 걸 알게 되었고

곧바로 시험관 시술하여 성공했으나,

임신 5주 만에 난관임신으로 수술, 2차 시험관 시술 실패,

결국 휴직에 돌입, 3차 시험관 성공에 이르렀는데

그 시간이 3년이 걸렸다.

특히 2차 시험관 시술까지 실패하자 무척 지치고 상심한 상태였다.


그 시기에 어느 하루, 부서 선배와 이야기하던 중 자녀 이야기가 나왔다. 본인은 둘째 아이가 이미 유치원생인데 신랑은 자식욕심이 있어 은근히 셋째를 원한다고 했다.

그럴 수도 있지 생각했는데 나보고 피임 안 해도 돼서 좋겠다고 하는 것이 아닌가.

갑분??? 이 반응 무엇? 하는 생각이 들었다.

같은 부서, 같은 업무를 해서 내가 병원을 가거나 휴가 쓸 때마다 일정을 알렸고 유산했을 때도 제일 먼저 알려서

내 사정을 다 안다고 생각했는데 이때껏 건성으로 들었던 건가, 나만의 각이었나 싶었다.

단점을 장점으로 승화하는 신박한 사고방식인 건지

그 기간 동안 내가 얼마나 눈물을 흘리고 힘들어했을지 정말 상상도 못 했을까? 아무리 생각해도 상식 밖이고 이해 불가였다.


다음은 후배의 경우

후배 역시도 첫아이 출산 후 육아휴직하고 복직한 지 얼마 안 돼서 부서 사람들과 티타임을 가지게 되었다고 했다.

오랜만에 동료들과 만나게 되었고,

그 사이 부서에 새롭게 들어온 동료도 있어

늘 그렇듯 자연스럽게 결혼했느냐, 아이는 있느냐 신상을 인하는 질문이 오갔다.

다른 사람이 후배에게 둘째 계획이 있느냐고 물었고,

후배는 잠깐 생각하다가 이혼해서 이번 생애에 째는 없다고 말했다.

그때까지 친한 동료 1명 외엔 주변 사람들한테 이혼 사실을 알리지 않은 상태여서 짧은 순간이지만 많은 고민을 하고 대답한 것이었다.

보통 사람의 경우 이혼과 같이 예상치 못한 대답이 나오면 당황해서 분위기가 싸해지거나 물어본 사람이 미안하다고 하거나 둘 중 하나일 것이다.


하지만 그 질문을 한 사람의 반응은 예상 밖이었다고 했다.

크게 웃으며

"아 정말요? 그럼 완전 원천봉쇄라 걱정 없네요?"

이 무슨 아무 말 대잔치? 내가 들어도 황당했으니 당사자는 얼마나 어이가 없었을까 싶었다.

임신과 출산을 겪어보지 않은 남자라면 그래 모르니까 그럴 수도 있겠지 했을 것이다.

나와 후배가 지나간 일임에도 분개한 것은 이런 발언을 한 사람이 이미 아이를 키우고 있는 워킹맘 선배였기 때문이다.

같은 성별로서 그 과정을 다 거쳐온 사람이니 이해하고 공감하지 않을까 했던 것이 때로는 착각일 수도 있다는 것을 느끼게 한 사건이었다.


일련의 사건을 통해서 후배와 내가 얻은 교훈은 보통 사람들이 생각 없이 는 신상 정보 캐는 듯한 질문은 하지 말자, 평소 안부인사나 친분을 쌓기 위라고 생각하는 말도 하지 말자였다.  내 기준에서 불편했던 점을 비추어 말과 행동을 조심하기로 마음먹은 것이다.

특히 앞서 언급한 사람들은 특별히 공감능력이 떨어지는 사람들이므로 가까이하지 않는 것으로 정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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