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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꿈기획가 Aug 09. 2023

내 삶에서 코칭의 의미

코칭의 이해

 2020년은 여러 가지 의미를 가진 해이다. 개인적으로는 회사에서 수석으로 승진을 했다. 혹자는 직장 생활의 꽃을 승진이라고 말하기도 한다. 그동안 열심히 일한 결과에 대한 인정이자 한 단계 도약할 수 있는 기회가 되기도 한다. 하지만 수석 승진은 이전에 겪어왔던 선임, 책임 승진과 또 다른 의미를 가진다. 직원으로서 올라갈 수 있는 마지막 단계라는 것, 즉 수석이 된다는 것은 앞으로 승진에 대한 부담감이 없어짐과 동시에 임원이 되지 않으면 조직에서 더 이상의 성장도 동기부여도 없다는 것을 뜻한다.


 또 2020년은 전 세계적으로는 코로나19라는 전례 없는 팬데믹이 시작된 해이기도 하다. 워킹맘으로서 앞만 보고 달려온 커리어에 발목이 잡혔다. 어린이집 휴원에 맞춰 수시로 조퇴와 휴가를 써야 했고 아이도 나의 심리상태도 불안해졌다. 결국 나는 승진 후 1년 만에 육아 휴직을 결정하게 되었다. 누가 등 떠민 것도 아니고 스스로 한 선택이지만 경쟁 레이스의 대열에서 밀려났다는 생각이 드는 건 어쩔 수 없었다. 가정에 충실한 시간은 의미 있었지만 휴직 기간 동안 약간의 우울한 기분이 들었던 것도 사실이다. 나의 정체성은 어디서 찾아야 하나 방황하기도 했다.


 2년의 시간이 흘러 육아 휴직 종료를 앞두고 조금이라도 준비한 상태에서 복직을 하고 싶었다. 무엇을 공부해 볼까 고민하던 중 휴직하기 직전 회사에 시범적으로 도입되던 코칭 제도가 생각났다. 자격증을 소지한 임직원을 대상으로 사내 코치를 선발하는 것이었는데, 휴직으로 커리어가 단절된 나에게 새로운 도전이 될 것 같았다. 그런 계기로 KAC를 공부하게 되었다. 다양한 주제로 코칭 실습을 해봤는데 주말 계획 세우기부터 시작해서 전날 있었던 부부 싸움도 다루어 보았다. 코칭을 받으니 엉킨 실타래처럼 곽 막힌 것이 술술 풀리는 듯했고 격렬했던 감정을 차분히 가라앉히는 데에도 도움이 되었다. 실습 시간이 쌓이면서 오랫동안 마음 한편을 차지하던 불편함과 모호함을 모두 꺼내보았다. 내 주변을 둘러싼 인간관계, 복직을 앞두고 두려운 마음과 커리어에 대한 불안감, 코치로서 바라는 미래상 등등.


 코치로 활동하기 전 고객 역할을 하면서도 나 스스로의 변화가 느껴졌다. 바로 나 자신에 대해 잘 알게 된 것이다. 나는 힘들고 불편한 것을 잘 참고 인내하는 사람이었다. 그 인내심 때문에 성취한 것도 많았지만 혼자 해결하려고 끌어안고 있는 문제도 많았다. 또한 갈등이 생겨도 어떻게 이야기를 꺼내야 할지 몰랐고, 불만의 표현은 꾹꾹 눌러왔던 감정의 폭발로 이어졌다. 폭발시키고 나면 내 예상과 다르게 흘러감에 후회하고 다시 참고 이런 악순환의 반복이었다. 하지만 코칭 실습을 하며 감정을 덜어내고 현상을 객관적으로 바라보기와 스스로 돌파구를 찾는 훈련이 되어갔다. 또한 코칭 활동을 시작하면서 내가 던진 질문에 생각의 방향이 바뀌고 스스로 성찰을 하며 점점 달라지는 고객이 생기게 되었다. 그때 느꼈던 뿌듯함은 이루 말할 수가 없다. 처음 교육을 들을 때 고객보다 코치가 더 많은 보람과 행복을 느낀다고 했는데 그 말이 이해가 되었다.


 코칭 자격증을 획득하고 예정대로 복직을 했다. 그전에는 ‘2년 동안 육아, 살림만 하느라 트렌드에 늦고 세상이 어떻게 변했는지 몰라서 어떡하지?’, ‘업무에 잘 적응하지 못하면 어떡하지?’라는 불안감이 머리를 떠나지 않았다. 하지만 코치 자격증이 있으니 ‘원래 부서에 복직해서 일하다가 어려움이 생기면 사내 코치를 도전해 보면 되니까.’라는 자신감이 생겼다. 지금은 현업을 하면서 코칭을 활용할 수 있는 방법을 찾고 있고 있는데 그 과정이 즐겁고 흥미롭다.


 코칭의 또 다른 장점은 나이에 관계없이 활동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은퇴 이후의 삶을 생각하면 무엇을 할 수 있을지 막연했다. 주변에서 볼 수 있는 경우는 대부분 일용직이었기 때문이다. 특히 회사에서 나보다 10년 이상의 여자 선배는 본 적이 거의 없기 때문에 여성이 중년 이후 전문가로서 활동하는 것이 가능한지 항상 의문이었다. 하지만 30년 직장 생활을 정년퇴직으로 마무리하고 다음날부터 코치로 활동하고 있다는 선배 코치님, 이미 손주가 여럿 있는 할머니 이심에도 불구하고 활발하게 강의하시는 코치님을 보며 새로운 롤 모델을 찾게 되었다. 이제는 제2의 커리어를 쉽게 그릴 수 있다.


 누구나 졸업, 취업, 결혼, 출산과 같은 인생의 전환점으로 기억되는 굵직한 이벤트가 있을 것이다. 나는 거기에 코칭을 추가하고 싶다. 코칭 전후로 많은 것이 달라졌기 때문이다. 청년기를 지나 장년기에 이르는 사람에게는 코칭을 꼭 추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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