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티스트데이트 1
“너 자신에게 미안해해야 해”
30년 지기 친구가 내게 해준 말이다. 최근들어 피곤해 보인다, 삭았다, 늙었다. 너무 많이 듣는 말이다. 47세 나이 들어 늙어 가는 것이 당연한데 그 말 듣기가 참 싫다.
심지어 최근에 대학 시절 선후배들을 만나며 과거 사진을 접하니 달라진 내 얼굴을 보고 속상해서 잠이 오지 않을 정도다. 이렇게 싱그럽고 예뻤다니! 내가 어떻게 이렇게 달라진 거지? 정말 나이가 들긴 들었나보다.
그래도 어떻게든 좀 생기 있어 보이려고 로션도 좀 더 바르고 하지만 소용이 없다. 나름 머리도 곱게 빗고 로션을 바르고 립스틱을 발라도 변화가 없는지 삭았다 피곤하다는 말을 계속 듣는다.
콜라겐을 사고, 에센스를 사고, 파운데이션을 샀다. 최근에 채식을 중심으로 먹으면서 볼살이 빠진 것이 가장 큰 영향인 것 같아 아침마다 밥도 더 잘 먹고 기름진 것을 먹어야지 식단도 바꿔 보지만, 이미 늦은 것만 같다.
30년 지기 친구에게 전화를 걸어 하소연을 하니, 나의 거울이 되어 나의 과거부터 현재까지의 모습을 비추어 보여 준다. 지금 하는 일이 얼마나 고단한지, 채식 위주로 먹으면서 기름기와 필수 영양소가 부족해진 부분까지도 골고루 지적해 주면서, 결정적인 한 마디는 나의 표정 변화였다.
“너는 사소한 것에도 행복하다는 말을 입에 달고 살았고 표정이 너무 예쁜 친구였는데, 지금 너를 봐봐 행복하다는 말보다 근심과 걱정 힘들다 안 좋다는 말이 더 많다. 너는 무엇보다도 너 자신을 위해 살지 않은 것을 너 자신에게 미안해해야 해”
나는 친구의 말에 눈물리 찔끔 났고 고마웠다. 내가 나를 잃어버리고 일에만 매달려 나를 혹사시켜온 것이 벌써 10년이 된 것이다. 맘의 행복과 상관없이 식단을 과격하게 바꾸면서 몸의 변화가 급격하게 온 것이다. 나 자신을 격하게 몰아붙이고 세상과 싸워 나갔다.
“너를 위한 것, 네가 즐거운 것을 해. 일을 그만 두면 금방 회복되겠지만, 그렇지 못하다면 너를 위한 시간을 조금씩이라도 가져. 로션도 잘 바르고, 평소에 많이 웃고, 근력 운동도 해”
친구를 통해 보지 못한 내 모습을 보며 나는 기뻤다. 나보다 나를 더 잘 아는 사람이 내 곁에 있고, 진심으로 나를 위하는 마음으로 나를 생각해 쥬는 그 말들이 고마웠다.
나는 고맙다며 이제 그 실천을 하겠다도 다짐하니, 실천한다고 또 너에게 짐을 주지 마라고 나의 나쁜 버릇을 지적해 준다.
다음 날 아침 나는 음악을 들으며 춤을 추어 보았고, 일을 끝내고 혼자 베트남 식당에 가서 뜨거운 국물 쌀국수와 짜조를 먹었고 달콤한 케이크와 커피를 사서 먹었다. 맛있는 음식에 따스함과 달콤함을 몸에 넣으며 나에게 즐거움을 선물했다.
나의 초췌함이 나의 마음 나의 메마른 감성과 연결되어 있었다나. 사실 생각지도 못했다. 로션과 콜라겐으로는 채울 수 없는 나의 감성, 그리고 표정. 그것부터 회복해 보자는 친구의 말을 매일 실천해 보기로 했다.
“한 달 뒤에 보자. 그때는 좀 더 밝은 얼굴이 될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