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천의료복지사회적협동조합 소모임, 산들바람 산행이야기
매월 첫 주 일요일이면 산들바람 소모임 회원들과 산에 간다. 회원은 모두 10여 명쯤 된다. 차정비소를 운영하는 회원이 빌려온 렌터카를 타고 산으로 떠난다.
나는 지리에 깜깜하다. 내가 어디에 다녀왔는지 잘 기억하지 못한다. 어느 산을 가든 나 “산”에 다녀왔어. 라고 말하지 무슨 산에 다녀왔어라고 말하는 법이 별로 없다. 그러다 보니 다녀온 산이 어딘지도 잘 기억을 못 한다.
이번에도 마찬가지다. 좋은 곳에 기분 좋게 다녀왔는데, 어느 지역에 있는 무슨 산이었더라… 한참을
생각해야 한다. 글로 쓴다 한들 외울 리 없겠지만, 적어도 다시 꺼내어 볼 수 있으니 열심히 기록해 보려고 한다.
충남 예산에 4월 초에 가는 것은 큰 복이었다. 생각지도 못한 벚꽃 행렬에 눈앞이 하얗게 물든다. 게다가 사람도 별로 없다. 벚꽃으로 유명한 지역은 벚꽃잎수만큼 많은 사림들로 하얀 꽃 반, 검은 머리 반일 것이다.
예산 가야산 가는 길의 벚꽃길은 알려지지 않았나 보다. 사람이 없어 고요하지만 하얀 꽃으로 화려하다. 보물찾기 놀이에서 뜻하지 않은 곳에서 보물을 찾아내어 환호성을 지르듯 벚꽃을 보고 모두 기뻐했다.
차에서 내려걸어 올라가는 길에도 벚꽃나무가 많았다. 아직은 꽃잎이 가지에 단단히 붙어 있는데 간혹 떨어진 꽃잎이 있다. 그중 하나가 잘 자란 양파밭 위에 떨어졌다. 양파 줄기를 장식한 액세서리처럼 모양이
절묘해서 마치 누군가가 일부러 올려놓은 것 같다.
흰민들레를 만난 것도 귀했다. 우리가 흔히 보는 노란 민들레가 서구에서 온 것이고, 흔하게 볼 수 없는 이 흰민들레가 토종 민들레다. 흙이 전통 그대로 남아 있기 때문에 흰민들레도 그대로 남아 겨울을 나고 봄에 다시 피어오르는 것일 테다.
산을 오르는 길에 여린 나뭇가지 사이에 네댓 개의 진달래꽃이 겨우 달려있다. 바로 같은 시간에 우리가 살고 있는 경기도 부천시는 진달래축제를 하고 있었다. 원미산을 뒤덮은 진달래와 비교하여 아쉬워할 때 누군가가 말했다. “그거 다 인공으로 일부러 심은 거예요. 나는 그거 싫더라. 이렇게 펴 있는 게 진짜지! “라고. 그 말을 듣고 보니 그 말도 맞다. 소박한 진달래에 마음이 갔다.
정상을 올랐다가 내려오는 길은 무척 가파르고 길었다. 걸어 내려오는 길이 힘들얶는데, 내려어는 길 바위틈에 작은 들꽃이 보였다. 아름다운 들꽃을 볼 수 있어 힘든 것이 조금은 보람 있었다.
산은 높고 웅장하고 환하다. 바람을 맞는 그 순간의 탁 트인 기분이 좋아 산을 좋아하게 됐다. 그런 산속에 작게 움튼 꽃을 본다는 것은 또 얼마니 기쁜 일인지
모른다. 산에 오르고 꽃을 만난 기쁨을 이렇게 기록할 수 있어 더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