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프를 끓여 먹을 때 쓰려고 사둔 우유인데 기회가 되지 않아 스프를 못 만들고 시간이 흘러 버렸다. 유통기한이 9일이나 지났다. 냄새를 맡아 보니 상하지는 않았는대, 그냥 마시긴 부담스럽다. 그럼 치즈로 만들어볼까? 대학원이 끝나고 밤 12시에 들어가 피곤이 눈 아래로 흐르는대도 나는 치즈 만들기를 시도해 보기로 했다.
치즈와 우유를 좋아하는 나는 집에서 치즈를 만들 수 있다는 것을 듣고 몇 번 시도해 본 경험이 있다. 우유와 생크림을 넣고 끓이다 레몬즙을 넣고 저으면 유청이
분리된다. 하얀 건더기만 건져 올려 남은 유청을 잘 빼내면 고소한 리코타치즈가 된다. 우유, 생크림, 레몬을 모구 구입해서 만들면 시중에서 리코타 치즈를 사는
것보다 돈이 더 든다. 신기해서 몇 번 해보다 관뒀다.
이번엔 오로지 유통기한 지난 우유 하나뿐이다. 있는 재료로 치즈를 만들어 보면 어때? 하는 생각으로 9일 지난 우유를 냄비에 넣고 끓였다. 그리고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 레몬즙이 아닌 식초를 넣고 휘휘 저었다. 산이 들어 가면서 유청이 잘 분리된다. 기쁨 마음으로 건더기를 망으로 건져 냈다. 물기가 더 잘 빠지라고 무거운 컵을 올려 밤새 눌러 두었다.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냉장고에 눌러 둔 치즈를 꺼냈다. 한 덩어리 치즈가 하얗고 뽀얗다. 요걸 가지고 뭘 해먹을까? 냉동실에 있는 식빵 한조각을 꺼내 토스트기에 바삭하게 굽고 그 위에 머스타드, 올리브유, 꿀을 바르고 토마토와 치즈를 올렸다. 고소한 맛을 내기 위해 호두도 살살 뿌려주었다. 갓만든 치즈로 아침 한끼를 완성하여 먹으니 산뜻하고 행복하다. 집에 있는 오래된 식재료가 맛난 음식으로 변하는 것! 즐겁고 맛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