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마로 Oct 09. 2023

왓차 드라마 <오늘은 좀 매울지도 몰라>를 보고

정성껏 진실되게 하나씩

드라마 <오늘은 좀 매울지도 몰라>를 보면서, 가벼운 아침식사를 했다. 한팩씩 포장되어 있는 샐러드 채소,  파프리카, 블루베리, 사과, 아몬드를 첨가하고 그 위에 3년된 발사믹식초, 올리브오일, 꿀을 대강 뿌려 비볐다. 밥은 어제 친구들 모임에서 남은 연어, 양파, 계란 노른자를 올리고 쯔유를 뿌렸다. 나의 한끼가 준비됐다. 드라마를 보면서, 나의 음식들을 먹어야지. 드라마 <오늘은 좀 매울지도 몰라>는  이혼을 앞둔 부부가 한 사람의 죽음을 앞두고 음식을 통해 화하해는 이야기다. 부인이 대장암에 걸리고 자신을 보살펴 달라고 이혼할 남편에게 부탁한다. 남편은 그녀의 부탁을 수용하고 그녀를 위해 건강한 식사를 준비하지만, 오래가지 못해 죽음을 맞는다. 결혼 후 많은 시간을 싸우는데 보내고, 죽음 앞에서야 밀려오는 후회. 어쩌먼 주인공의 말처럼, 죽음이 앞에 있으니  다시 만나 화해할 수 있었을지도 모르겠다.


서로 맞지 않아 다툼이 많았던 주변의 사람들이 떠오른다. 남편은 물론이고, 직장의 동료 까지도. 최근 2년 동안 미우나 고우나 아침 간식을 준비하고, 점심 식사를 준비하면서 나도 많은 것이 변했다. 내 스스로 음식을 해먹을 줄 아는 사람이 되어 있었고, 누군가를 위해 음식을 준비하고 그들이 맛있게 먹는 것을 보는 것을 즐거워하게 됐다. 즐거움이 어느 날 갑자기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길고 오래된 습관 속에서 만들어지는 기쁨이라는 대사가 내 마음을 훑고 지나간다. 그 즐거움은 내가 세상을 대하는 정성 속에서 나오고, 그 정성이 사람과 이어져 만들어지는 관계 속에서 펼쳐진다는 것을 가슴 깊이 느낄 수 있었다. 그런 정성스러운 삶을 생활의 습관으로 만들어 나가야겠다.


이 드라마를 보면서 생각하게 된 또 하나는 다시 글과 친해져 보자는 거다. 브런치 작가가 되었다고 기뻐했던 것이 일년 전인데, 글 몇 개 쓰고 말았다. 제대로된 글을 잘 쓰려고 하다보니, 언제부터인가 하기 싫은 숙제처럼 느껴졌다. 그래서 그 쪽으로 손과 마음이 가지 않았다. 남자 주인공이 부인에게 밥해주는 과정을 블로그에 쓰고 정리하는 과정, 그가 글쓰기 교육을 하면서 하는 말들 하나하나가 나에게 다가왔다. 그래, 나는 글을 자꾸 쓰려고만 해서 못 쓰게 된 것이구나. 내 마음에 있는 무언가를 표현하는 것. 그것을 집중해서 하고 싶은 것, 말하고 싶은 것, 표현하고 싶은 것에 집중해 보자고 생각하게 됐다. 그래서, 다시 이렇게 브런치를 찾았다.


좋은 문학은 사람을 움직이게 한다. 문학 작품을 드라마로 만든 왓차가 고맙게 여겨지기까지 했다. <오늘은 좀 매울지도 몰라> 원작을 읽어봐야겠다.


매거진의 이전글 오늘의 나 - 과거는 전생!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