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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로 Feb 26. 2024

운전을 시작한다

50에 시작한 운전, 노후 준비

10년 전 장롱면허를 깨워 면허 갱신을 하고 운전연수를 등록했다. 2월 1일 첫 연수를 시작해서 한 달이 됐다. 10시간 동안 운전면허학원에서 연수를 받았고, 그 뒤 주변 지인의 도움을 받아 운전 걸음마를 떼고 있다. 처음엔 2시간 동안 아파트 안을 빙빙 돌았다. 그리고 사무실까지 모의 출근 훈련. 바로 다음 날 혼자 끌고 나온 뒤 주말에 동료들을 태우고 서울 행사를 다녀왔다. 눈이오고, 비가오고, 야간에도 운전을 했다. 모든 특수한 순간에도 당황하지 않고 차분하게 운전할 수 있는 정신을 갖추기 위해서다. 그 사이 무수히 많은 초보탈출 유튜브 동영상을 찾아봤다. 공포를 조금씩 덜어내고, 이제 동네는 조금씩 혼자 다닐 수 있게 됐다. 물론 매 순간이 긴장이고, 주차때마다 당황하기는 마찬가지이지만, 차를 끌고 밖으로 나갈까 말까 망설이며 한참을 공포스러워하던 마음은 벗어나게 됐다. 


어떤 하나를 잘 하기로 마음 먹으면, 하루 종일 그 생각밖에 안 하고 그것과 관련된 능력치를 얻기 위해서 집중을 한다. 주변에서 내가 운전을 시작하는 것을 모르는 사람이 없을만큼 크게 떠들고 다닌다. 매일 유튜브 영상 하나씩은 보면서 모의 운전 훈련을 머리에 저장해 둔다. 내가 이렇게 까지 운전에 관심을 가지고 운전을 하기로 마음 먹게 된 것은, 여러 가지가 이유가 있다. 


우선, 여러 장소를 종횡무진 다니며 일을 하는 내가 운전을 하지 못하다 보니 민폐를 끼치게 되는 경우가 많다. 최근에는 어느 워크숍에 참석하기로 했는데 내 일정이 맞지 않아 같이 출발을 하지 못하는 상황이 생겼다. 운전을 못하다보니, 누군가의 신세를 져야 했다. 그때 나를 기다렸다 운전을 해서 가신 분은 나와 동갑의 여성이었다. 큰 차를 자유롭게 운전하여 함께 가는 내내 나는 왜 아직 운전을 못해서 이렇게 도움을 얻어야 할까. 이렇게 운전하니 멋지군 이라는 생각을 했다. 진작에 운전을 했다면 기숙사에 사는 아들 짐을 가져다주고 가지고 오는 일도 힘들지 않게 했을 텐데, 택시를 부르고 어쩌고 하느라 에너지를 쓰고 돈을 썼던 것도 떠올랐다. 경기도 권역을 다니며 회의에 참여해야 하는데 차가 없어서 대중교통을 이용하느라 오랜 시간 고생을 하는데도 지각을 하고, 겨우 겨우 시간이 맞으면 인근 지역 활동가 차를 얻어 타고 가는 것도 이제 좀 그만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가장 큰 이유는 남편이 안성에 귀농을 하러 갔는데, 차가 없다보니 자주 가보지도 못한다. 물건을 날라다주고 날라오고 싶은데 항상 제약이 따른다. 나이가 들수록 책임지는 일이 많고 다양한 사람을 만나고 적절하게 해야 할 역할이 있는데, 운전을 하지 못하다보니 부딪히는 한계가 계속 된다. 며칠 전에는 하루에 회의 두 개를 약속했는데, 약속장소를 잘못 파악해서 택시를 여러번 타고 겨우 도착하여 잠깐 만나고 돌아오면서 차가 없이 다니기가 힘들다는 생각이 자꾸 나를 건드린다. 때마침 남편이 농사에 집중하고 트럭을 운전하면서 승용차를 쓰는 일이 줄었다. 마침. 내가 쓸 수 있는 차가 있으니 이때를 놓치지 않고 운전을 해야겠다는 굳은 의지를 갖게 됐다. 


걸음마를 막 뗀 초보운전이지만,  사무실 출근을 하고 행사를 위해 필요한 짐을 옮겨 나르고, 조금 먼 거리에 소원해진 조합원을 만나러 가면서 "왜 진작 내가 운전을 하지 않은 것지?"라는 생각과 함께 "이제라도 하니 참 좋구나!" 란 생각을 했다. 내가 좀 더 자유롭게 세상을 다니며 사람을 만나고 나의 역할을 더 잘 일구어 나가는데에 아주 편리하고 유용한 도구와 기술 하나를 갖게 되었다. 삐삐를 가지기 전과 후, 휴대폰을 가지기 전과 후, 스마트폰을 가지기 전과 후가 달랐듯. 운전을 하기 전과 후가 많이 달라질 것 같다. 안전운전은 기본! 나의 달라진 생활을 기대하며 앞으로 남은 나의 시간들을 좀 더 즐겁게 누비며 살아보고 싶다.

 

주차는 어렵다!! 원리를 몰라 헤매던 날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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