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마로 Mar 18. 2024

초보운전 50일

아찔한 시간들

2월 1일. 첫 연수를 받던 날. 그로부터 약 50일이 흘렀다. 다양한 운전에 도전해 보겠다며 고속도로도 달리고, 서울 시내도 다녀왔다.  지난 화요일 서울 대림동으로 안전하게 다녀온 후로 자신감이 붙었는지, 속으로 우쭐하였는데, 그 우쭐함이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는 교훈을 오늘 경험했다. 


목동 친구집에 다녀올 계획을 세우고 운전을 시작했다. 운전할 때 가장 어려운 길은 처음가는 길이다. 완전 초보일 때는 경로를 미리 파악하고 가는 것이 기본이었는데, 이번에는 그동안 실력이 붙었다고 생각했는지 네비 경로를 충분히 숙지하지 않고 운전을 시작했다. 


네비가 시키는 대로 잘 달리면 된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문제는 차선을 변경해야 하는 타이밍을 찾는 것이었다. 차선을 언제 변경하지 집중하면서 앞차를 따라 슬슬 이동했다. 차선 변경만을 생각하며 2차선에서 바로 정면 대각선에 있는 1차로 차선을 주시하며 달리는데 빠앙 하고 경적소리가 울린다. 정신차리고 보니, 빨간 불에 내가 교차로를 건너고 있었다. 바로 대각선 앞에는 큰 버스가 나를 향해 경적을 울리고 있었던 것이다. 정말 아차 싶은 순간이었다. 몸이 바들바들 떨렸다. 


친구집에 잠깐 들려 커피를 마시고 다시 집으로 향했다. 차가 막히기 전에 가기로 했다. 그 와중에 욕심을 내어 동네 이마트에 들려 장을 보고 가야겠다고 생각했다. 시작 경로와는 다르게 집이 아닌 부천 중동 이마트로 선택을 하고 네비를 따라 이동했다. 길을 따라가고 있던 어느 순간 내가 고속도로에 진입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올때와 경로가 달라졌던 것이다.  정신을 차리고 보니 내가 1차로 추월차로 위에 있었다. 


마음이 급해졌다. 내가 추월차로에서 70으로 달리고 있다니, 어서 차선을 변경해야 겠다는 생각만 있었다. 차가 굉장히 많았고, 내 마음은 더 급했다. 차선을 변경하기 위해 깜빡이를 켰는데, 뭔가 이상하다, 좌측 깜빡이를 켰다. 다시 우측 깜빡이를 켜고 가는데, 언제가야할지 망설이며 우측 미러를 보다가 핸들 방향이 흔들리면서 왼쪽 가드를 살짝 스크래치 했다. 죽음의 문 앞 같았다. 그래도, 어떻게든 살기 위해 우측 깜빡이르 계속 켰고, 초보운전자를 보호해주는 주변 차량의 힘이 있었는지, 나는 계속 차선 변경을 밀려 가서 3차선에 갈 수 있었다. 그 과정에도 우측 사이드 미러를 보는 과정에서 차가 흔들거렸고, 좌측으로 커다란 고속 버스가 지나가는 순간 아찔했다. 


네비도 눈에 잘 들어오지 않고 바닥에 부천글자가 보이길래 그 길로 진입하여 고속도로를 빠져나가겠다는 생각만 가졌다. 고속도로 빠져나와 일반 길로 진입하는 빨간불 대기 시간에 네비를 중동이만트에서 우리집으로 변경하였다. 이 상태로 이마트에 가서 우아하게 장을 보는 것은 어렵다. 원래대로라면 시장에서 장을 보아야 하는데, 아들 수료식 방문 준비를 앞두고 마트에서 물건을 사서 실어 나르는 연습도 좀 해야겠다 싶었는데, 정말 욕심이었다. 


다행히 무사히 집에 도착하여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지만, 죽을 뻔한 순간들이 내몸에 깊이 각인이 되어 지금까지도 마음이 두근거린다. 내가 계속 운전을 해도 되나 하는 생각과 이대로 멈출 수 없다는 생각이 교차했다. 유튜부 초보운전 강의를 찾아보니, 내 문제를 알게 됐다. 


우선, 시내 도로에서 신호등 인지를 하지 못한 이유. 전체 차의 흐름을 살피면서 내가 가도 되는 길인지 전방의 신호와 차의 상태를 주시하면서 차선을 변경해야 하는데, 차선을 변경 못하면 어쩌지? 하는 걱정 때문에 시야가 하나의 초점으로 단순하게 좁아지면서 전체를 보지 못하게 됐다. 겁을 먹고 그 감각에만 의존하면서 전체를 못보게 된것이다. 


두번째, 고속도로에서 차가 흔들거리면서 위험한 상황을 맞이한 이유. 고속도로에서는 차가 빠르기 때문에 핸들을 조금만 조작해도 방향이 크게 바뀌는데, 내가 차선을 변경하고 숄더 체크를 한다고 고개 전체를 왼쪽 오른쪽으로 돌리고 있었기 때문에, 핸들을 쥔 손도 돌아갔던 것이다. 그러면서 차가 비틀 거리게되고 위험한 상황을 맞게 되었다. 전방을 달리고 있는 차의 안전함을 가장 먼저 확인하고, 아주 가볍게 변경할 차선의 상황을 살펴야 하는데, 그러지 못했다. 이유는 고속도로에 진입할 것을 전혀 인지하지 않고 있던 상황에서 그 안으로 빨려 들어갔기 때문이다.  미리 네비를 살펴서 내가 갈 길이 어떤지를 더 먼저 봤어야 했고, 고속도로에서 차선변경할 때 주의해야 할 지침에 대해서 알고 있지 못했기 때문에 벌어진 일이다. 


내가 갈 길이 어디이고 그 길에는 무엇이 있을지 먼저 살펴보고 예측하는 운전이 필요하다. 운전할 때는 시야가 다양해야 하고 여러 가지를 살펴야 하는데, 가지에 겁을 먹으면 시야가 좁아진다. 전방을 주시하고 신호를 먼저 살피고 안전을 확보한 상태에서 차선을 변경해야 한다는 것을 잊지 말자. 고속도로 운전시에는 내가 가는 진출입 경로를 미리 인지해야 한다. 그리고 차선을 변경할 때에는 고개를 돌려 핸들을 틀어지게 해서는 딘다. 나의 전방과 양옆 상태를 살피고, 깜빡이를 미리 켠 상태에서 전방과 양옆 안전할 때 우측 차 한대를 미리 보내고, 빠르게 살며시 들어가야 한다. 


이런 것들을 잘 숙지하고 있다면, 안전하게 운전할 수 있을 것이라는 것을 믿고, 다시 한 번 마음을 다져 먹어야 할 것 같다. 초보운전의 경험은 그 동안 내 좁은 시야와 예측 없이 무조건 뛰어 드는 내 성향의 위험함을 한꺼번에 다 보여주는 것만 같다. 죽음의 문턱을 갔다온 것 같은 생각에, 다른 차들에게 민폐를 주어 놀라게 만든 그것 때문에 몸이 벌벌 떨려 일요일 저녁 내내 해야할 일을 못했다. 이제 이 글로 훌훌 털어 버리고, 좀 더 신중하게 운전해야 겠다. 

매거진의 이전글 운전을 시작한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