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계에 다정한 사람들과 나를 비교해 보면, 나는 정말 너무 무심한 편이다. 내가 이루고 싶은 무언가에 대한 목표가 중심이지 사람을 중싱메 두고 일상을 꾸려 본 적이 없는 것 같다. 그렇다고 관계를 무시하거나, 사람을 싫어하거나, 혼자만 지낸다는 뜻이 아니다. 내가 주로 만나는 사람들은 주로 현재 나와 같이 활동하는 사람들이다. 그래서, 일이라는 고리가 없으면 연락이 뜸하게 되는 경우가 잦다. 게다가 항상 약속이 많다보니, 사적인 만남들을 챙기지 못하게 되다 보면 뜸해지게 되는데, 나이가 들수록 가까이 살지 않거나, 일을 같이 하지 않으면 잊혀지게 되는 사람들이 많아지는 것 같다.
그런데 그런 와중에 나의 이런 무심한 성격을 너무나 잘 알고 있으면서 끈끈함을 유지하고 있는 인물들이 소수 있는데, 가장 대표적인 인물이 고등학교 1학년 때부터 만나온 나의 30년 지기다. 고등학교 시절 사진 동아리를 하면서 우여곡절을 함께 겪은 사이다 성격이 많이 달라서 다투기도 정말 많이 다퉜다. 둘이 비슷한 점이라면, 정직한 것을 좋아하고, 돌아가기보다는 직진을 좋아하며 원하는 일이라면 도전하는 것을 주저하지 않는 사람들이라는 점. 그래서 서로 각자의 삶에서 어려움도 많이 겪었는데, 그럴때마다 위로와 격려를 주고 받았다. 대체로는 내가 격려를 많이 받은 것 같다. 나의 30년 변화를 다 본 인물이라 내가 겪은 현 상황을 가장 객관적으로 파악해 주면서, 나에게 적절한 조언을 주는 중요한 사람이기도 하다. 내가 받은 것이 더 많은 친구.
그런데, 이 친구의 생일을 내가 잊었다!!!!! 일하느라 생각하지도 않고 있다가 며칠전 어느 날 문득, 아니 그러고보니 이 가스나가 왜 연락도 없어? 하는 생각이 들어서 전화를 하니 목소리가 시큰둥 하다. 왜 시큰둥 하냐 어쩌고 저쩌고 하는데, 그녀가 묻는다. 너 잊은거 없냐? 내가 뭐 약속한 거 있어? 라고 말하니, 흠..하는 소리만 들리다가 문득 머리를 스치고 지나간다. 앗 생일!!!!! 나는 능청스럽게, 어머나 내가 그래서 니 생각이 났나보다 따따부따 어쩌고저쩌고 맛난거 사줄게!!!! 라고 토닥토닥. 너에게는 기대를 버렸다며 허허 웃고마는 친구에게 미안하고 고맙고. 몇 없는 찐친을 잃을뻔했다. 그리고, 오늘 선거일 점심 친구를 만나러 나의 차를 끌고 화곡역으로 갔다. 그 동네에서 가장 맛나고 좋은 집을 찾아 같이 식사를 하고 그간 못나눈 수다를 나눴다.
제한된 100분의 시간 동안 먹고 떠든 후, 부른 배를 꺼트리기 위해 산책을 했다. 10분쯤 걸으니 아파트 앞 작은 공원이 나와서 벤치에 앉았다. 벤치에 앉아 바라보니, 벚꽃이 가득하고, 동네 할머니들이 오종종 앉아 계신다. 믿을 수 있는 찐친과 벤치에 앉아 꽃나무 보며 수다를 나누는 순간이 평온하다. 저기 저 할머니들처럼, 나이들어서도 이렇게 마음편히 친구와 아무 이야기나 나눌 수 있다면 그것만큼 좋은 것은 없다. 봄날의 포근한 벚꽃잎 아래 아무이야기나 나눌 수 있는 오늘의 시간이 곱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