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왕자 in SEOUL(#24 편의점에서)

by 필순

서울의 거리는 반짝이는 불빛으로 가득했다. 여자는 어린 왕자를 데리고 길을 걷다가 작고 밝게 빛나는 곳 앞에서 멈춰 섰다. 그녀는 문을 열며 말했다.


“여기가 편의점이야. 너도 들어와서 구경해 볼래?”


어린 왕자는 머리를 갸웃거리며 물었다.


“편의를 파는 곳인가요?”


여자는 피식 웃으며 말했다.


“그렇다고 볼 수도 있지. 사람들이 필요로 하는 걸 언제든지 살 수 있는 곳이거든.”

문이 열리자 안에서 차가운 공기가 나왔다. 어린 왕자는 눈을 크게 뜨고 안으로 들어섰다. 안에는 색색깔의 물건들이 가지런히 진열되어 있었다. 다양한 음료가 가득 찬 냉장고, 작은 과자 봉지, 컵라면들, 그리고 잡지와 책까지. 무엇이든 다 있는 듯 보였다.


“우와...”


어린 왕자는 낮은 목소리로 감탄했다. 그는 천천히 진열대를 걸으며 손가락으로 물건을 가리켰다.

“이건 뭐예요?”


“초콜릿이야. 단맛이 나는 거야.”


“그럼 이건요?”


“컵라면이야. 물만 부으면 뜨거운 국물이랑 면을 먹을 수 있어.”


어린 왕자는 한참 동안 진열대를 구경하며 질문을 이어갔다. 여자는 그의 순수한 반응에 미소를 지었다.

“여긴 정말 작은 우주 같아요. 이곳은 다양하고 작은 우주가 엄청 많아요.”


어린 왕자는 진열대의 물건들을 손으로 가리키며 말했다.

“모든 게 한자리에 다 있잖아요. 이렇게 많고 다양한 걸 한꺼번에 볼 수 있다니, 정말 신기해요.”

여자는 계산대에서 음료와 간단한 간식을 산 뒤, 편의점 구석에 있는 작은 벤치로 어린 왕자를 데려갔다. 두 사람은 나란히 앉았다. 그녀는 음료 캔을 열어 어린 왕자에게 건네주며 말했다.


“여기 앉아서 천천히 마셔봐. 이건 과일맛 음료야. 좋아할지도 몰라.”


어린 왕자는 음료를 받아 한 모금 마셨다. 그의 눈이 반짝이며 환한 미소를 지었다.


“달콤하면서도 시원해요. 정말 맛있어요!”


여자는 어린 왕자가 기뻐하는 모습을 보며 마음이 따뜻해졌다.


“사람들은 이곳을 많이 좋아하겠어요.”


어린 왕자가 말했다.


“모든 것이 한곳에 있고, 언제든지 올 수 있잖아요. 게다가 필요한 걸 바로 얻을 수도 있고요.”


“그렇지.”


여자는 고개를 끄덕였다.


“편의점은 사람들에게 작지만 큰 위로를 주는 곳이야. 가끔은 작은 간식 하나가 힘든 하루를 잊게 만들어주거든.”


어린 왕자는 잠시 생각에 잠겼다. 그리고 조용히 말했다.


“제 별에서는 모든 걸 직접 만들어야 해요. 시간이 오래 걸리지만, 그 과정이 즐겁기도 해요. 그런데 여긴... 모든 게 너무 빨라요. 필요하면 바로 얻을 수 있잖아요. 편리하지만, 뭔가 잃어버린 느낌도 들어요.”


여자는 그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맞아. 편리함은 소중한 시간을 줄여주지만, 때론 그 시간이 주는 소소한 즐거움도 사라지게 하지. 그래도 사람들은 바쁘게 살아가야 하니까, 이런 공간이 큰 도움이 되는 거야.”


어린 왕자는 천천히 음료를 마시며 벤치에 앉아 주변을 둘러보았다. 밖에서는 사람들이 편의점으로 들어오고 나가고 있었다. 누군가는 서둘러 음료를 사고, 누군가는 커피를 들고 천천히 걸어갔다.


“사람들은 정말 바빠 보여요.”


어린 왕자가 말했다.


“그래, 많은 사람들이 매일 자신만의 길을 걷고 있어. 때론 지치기도 하고, 멈추고 싶을 때도 있겠지. 하지만 그런 순간에 작은 위로를 주는 게 이곳 같은 편의점이 아닐까 싶어.”

어린 왕자는 고개를 끄덕이며 조용히 말했다.


“그렇다면 이곳은 정말 중요한 곳이네요. 작지만 사람들에게 큰 의미를 주는 곳이에요.”

여자는 미소 지으며 말했다.


“네 말대로야. 작지만 중요한 것들이 세상에 많아. 그것들이 모여서 사람들의 삶을 더 풍요롭게 만들어주거든.”


두 사람은 그렇게 한참 동안 이야기를 나누었다. 어린 왕자는 자신이 겪은 별들의 이야기를 들려주었고, 여자는 그 이야기에 감탄하며 더 많은 질문을 던졌다. 그날 밤, 어린 왕자는 편의점이라는 작은 우주에서 또 하나의 소중한 교훈을 얻었다. 삶에서 진정 중요한 것은 크기나 화려함이 아니라, 작지만 의미 있는 순간과 장소들이라는 것을.

화요일 연재
이전 23화어린 왕자 in SEOUL(#23 서울의 지하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