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왕자 in SEOUL(#26 별이빛나는 이유2)

by 필순

여자는 고개를 갸웃했다.


“별이 책임을 먹지 않는다고?”


“별은 자기 몫만 빛나요. 다른 별 몫까지 대신 빛내려고 하지 않아요.”


여자는 잠시 그 말을 곱씹었다.


“그래도 별도 자기 자리를 지켜야 하잖아. 그게 책임 아닐까?”


어린 왕자는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서울의 불빛 때문에 별은 거의 보이지 않았지만, 그는 있는 듯 없는 듯한 어둠을 바라보고 있었다.


“지키는 것과 먹는 건 다른 것 같아요.”


“어떻게 달라?”


“지키는 건 서 있는 거예요. 먹는 건 안으로 넣는 거예요.”


여자는 조용히 웃었다.


“그게 무슨 말이야?”


어린 왕자는 두 손을 모았다가 가슴 쪽으로 끌어당겼다.


“누나는 책임을 안으로 넣어요. 그래서 가슴이 무거워져요. 별은 책임을 먹지 않아요. 그냥 제자리에서 빛나요. 그래서 가벼워요.”


여자는 말없이 그를 바라보았다.


“나는 늘 책임을 삼킨 것 같아.”


“늘 책임을 삼키면 어떻게 돼요?”


“숨이 막히지.”


그녀의 대답은 생각보다 빨랐다. 어린 왕자는 고개를 끄덕였다.


“누나는 숨을 쉬어야 해요.”


바람이 천천히 지나갔다. 멀리서 자동차 소리가 낮게 울렸다. 여자는 다시 물었다.


“그럼 책임은 삼키지 않아도 될까?”


어린 왕자는 고개를 저었다.


“필요해요. 하지만 먹는 게 아니라, 두는 거예요.”


“둔다고?”


“네. 손에 들고 있는 거예요. 무거우면 내려놓을 수도 있고, 다른 사람이 잠깐 들어줄 수도 있게요.”


여자는 천천히 손을 펼쳐보았다. 아무것도 쥐고 있지 않았지만, 늘 무언가를 쥐고 있었던 기분이었다.


“나는 내려놓는 걸 몰랐어.”


“별도 낮에는 안 보여요.”


여자가 고개를 들었다.


“그건 왜 갑자기?”


“별은 계속 빛나지만, 낮에는 숨는 것처럼 보여요. 그래도 없어지지 않아요.”


여자는 그 말의 뜻을 조금씩 이해하기 시작했다.


“책임도… 잠깐 숨겨도 괜찮다는 거야?”


어린 왕자는 환하게 웃었다.


“네. 잠깐 안 보인다고 사라지는 건 아니에요.”


여자는 숨을 길게 내쉬었다. 어깨가 조금 내려갔다.


“별은 책임을 먹지 않는다고 했지?”


“네.”


“그럼 나도… 이제 조금 덜 먹어볼게.”


어린 왕자는 고개를 끄덕였다.


여자는 어린 왕자가 단순히 아이처럼 묻는 것이 아니라, 어쩌면 자신이 미처 정리하지 못한 마음의 결까지 바라보고 있는 것만 같아 조용히 미소 지었다. 그 미소는 밖으로 드러내기 위한 것이 아니라, 안쪽에서 아주 작게 번지는 웃음이었다.


서울의 밤은 여전히 환하게 빛나고 있었다. 도시의 불빛이 하늘을 밀어 올려 별빛을 가려 버린 듯 보였지만, 보이지 않는다고 해서 사라진 것은 아니었다. 어딘가에서는 분명 별들이 흔들림 없이 제자리를 지키고 있었을 것이다. 다만 우리가 고개를 들지 않았을 뿐.


그리고 그 순간, 여자의 눈에도 아주 작고 미세한 빛 하나가 조용히 스며들었다. 이번에는 입이 아니라, 눈이 먼저 웃고 있었다.

왕자와 여자 2.png


화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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