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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형사수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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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드림폴 Aug 22. 2021

무거운 영장집행

쉬는 날이지만 압수수색영장을 집행하기 위해 출근을 했다. 준비를 마치고 현장으로 가는 차에 올랐다. 

여느 때와 달리 오늘은 준비를 하면서부터 내내 마음이 무거웠다. 

거의 2주 동안을 쉬는 날 없이 추적해서 알아낸 범인이 청소년이었고 압수수색을 해야 하는 장소가 바로 그 소년의 집이었기 때문이다. 

평온한 주말 아침 느닷없는 수사팀의 방문에 부모님들은 깜짝 놀랄 것이다. 그리고 까맣게 모르고 있던 자녀의 범행을 알게 된 순간 마음이 쿵 하고 내려앉을 것이다. 그 곤혹스럽고 어지럽고 아픈 마음이 느껴졌다.

'띵동' 

'누구세요?'

'경찰입니다.'

'경찰이 무슨 일로요?'

문을 열어준 사람은 우리가 그렇게 보고 싶던 CCTV 속 바로 그 소년이었다. 

부모님과 소년에게 혐의 사실과 수사 절차를 설명하고 압수수색영장을 제시한 후 압수영장을 집행했다.

부모님들은 수사팀의 방문과 압수수색이 마른하늘에 날벼락을 맞는 기분이셨을 거다. 말썽 한 번 없이 부모님 말씀을 잘 따르던 아이라고 하셨다. 

정당한 공무집행이긴 하지만 그들의 삶에 갑자기 뛰어들게 되어 일상을 뒤흔들어 놓는 일은 마음이 썩 편하지 않다. 불편을 끼친다는 미안함 때문이 아니라 그 무너져 내리는 마음이 느껴지기 때문이다. 내 자녀가 범죄를 저질렀다는 이야기를 듣고 내 눈앞에서 증거물이 나오고 검거가 되는 장면을 지켜보면서 그 마음이 얼마나 참담했을까.      

어찌 보면 범행이 발각된 것이 그 소년이나 가족들에게 다행인지도 모른다. 범행을 멈출 수 있는 기회가 온 것이기 때문이다.  

무거운 마음과는 달리 영장 집행은 냉정하고 철저하게 진행되었고 별 탈 없이 잘 마무리되었다. 그리고 범인을 잡지 못해 피해자에게 미안하기만 했던 마음도 한결 좋아졌다. 고생했던 사건이 잘 해결되어 홀가분하기도 하다. 

무거운 영장 집행으로 마음이 가벼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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