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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드림폴 Nov 08. 2018

문신

망각을 새기다

힘겹고 외로운 삶을 그만둔 그녀는 거실 한 귀퉁이에 있었다.

조용히 엎드려 있는 그녀의 가녀린 발목을 두르고 있는 까만 띠가 보였다.


가까이 가서 살펴보니 문신이다.


숫자들이 길게 옆으로 써져 하얀 발목을 빙긋이 두르고 있다.


무슨 숫자일까?

한참을 보다가 익숙한 조합이 이내 주민번호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녀는 왜 이런 선택을 해야만 했을까?

죽음의 실마리를 풀 수 있을지도 모르기에 조회를 해 보았다.


주민번호의 주인공은 놀랍게도 그녀의 아버지였다.

이미 그녀보다 먼저 몇 년전에 돌아가신...


홀로 외롭고 힘들게 삶을 이어가던 그녀는 삶을 붙들기 위해 자기 몸에 아버지를 새겼는지도 모르겠다.

그 고단한 삶이라도 아버지와 함께라면 이겨내리라 믿으며.


먹고살기 위해 부지런히 놀렸을 그 발에 새겨진 아버지를 보며 그녀는 치열하게 몸부림 쳤지만

결국 더 이상 버티지 못하고 그리운 아버지 곁으로 돌아갈 수밖에 없었나 보다.


그녀가 그 곳에서는 더 이상 외롭지 않기를...


그리고 세상의 어느 누구도 외로움에 힘들지 않기를...


버티지 못하고 주저앉지 않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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