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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형사수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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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드림폴 Sep 05. 2018

6년만의 소식

소중한 꿈을 지킬 수 있기를...


"여보세요?"

"네, 안녕하세요? A방송국 입니다. 드림폴 형사님 되시죠?"


"네, 안녕하세요? 무슨 일이신가요?"

"형사님, 오래된 일이라 생각나실지 모르겠는데 '진주'라고 기억하세요?"


- 진주? 진주라? 진주, 진주, 진주...

"아, 알아요. 진주요. 생각났어요. 잘 지내나요?"

 

6년만이다.

그 애 소식을 다시 듣게 된 건.


온 몸이 새카매진 채로 병원 중환자실에 있다고 했다. 길바닥 어딘가에 쓰러져 응급실에 실려 왔는데 몸 상태가 워낙에 좋지 않아 수술도 할 수 없는 상황이란다. 


병원에서 가족을 찾다가 몇 년만에 연락이 닿은 언니가 병원으로 뛰어와 만난 동생은 말도 제대로 못하고 이따금 언니를 바라보며 하염없이 눈물만 흘렸다고 했다.


동생이 가출한 뒤로 연락이 끊겼고 그리도 애타게 찾던 동생을 이제야 만나보게 되었는데 건강하고 예뻤던 동생이 왜 이런 모습으로 나타났는지 하도 기가막혀 그동안 동생에게 무슨 일이 있었는지 밝혀달라며 방송국에 제보하였다고 했다.


방송국에서 진주의 행적을 이리저리 수소문 하던 끝에 내가 진주에 대한 사건을 맡았던 것을 알게 되어 연락을 했다고 했다.

"형사님, 그 때 진주씨 사건에 대하여 인터뷰 해주실 수 있을까요?"


인터뷰는 하지 않는 것으로 결정되었지만 진주 병문안이라도 가야겠다 싶어서 며칠 후 작가님께 연락을 드렸다.

"아, 진주씨요, 그저께 하늘로 갔대요. 언니께 연락이 왔었어요."


아! 서둘러 한 번 가볼걸. 아니, 어쩌면 진주가 내게 자신의 모습을 보여주기 싫었는지도 모른다.

슬펐다. 그리고 아팠다. 


처음 만났을 때가 15살이었으니 이제 갓 어른이 되었겠구나. 제대로 꿈을 품어보지도 못하고 어두움에 파묻혀 그리 허덕이다가 짧은 생을 끝냈구나.


진주는 강도살인미수 사건의 범인이었다. 가출해서 만난 언니들과 함께 피해자를 죽이고 돈을 뺏기 위해 공모했다. 베개를 칼로 찌르며 연습을 하고 시체를 넣어 버릴 가방도 준비했다. 

피해자가 잠든 사이 언니들이 팔다리를 붙잡고 진주가 칼로 배를 힘껏 찔렀는데 피해자가 죽지 않고 놀라서 벌떡 일어나 비명을 지르자 모두 혼비백산하여 도망을 쳤다.  


어린 소녀들이 이런 끔찍한 범죄를 저질렀다고는 도저히 믿기지 않아 남자들이 진범이거나 공범으로 가담했을 것으로 보고 수사를 진행하기도 하였다.


진주는 나이가 제일 어렸지만 범행을 제의하고 주도적으로 계획하고 실제 칼로 찌른 주범이었고 아주 대담하고 반항적이었다. 

가슴 속에 한가득 커다란 불덩이를 품고 있는 듯 했다. 

어린 소녀의 가슴이 세상에 대한 원망과 분노로 가득차 있는 것이 섬뜩하면서도 가슴 아팠다.


우리가 시켜준 짜장면을 먹으며 자기들끼리 깔깔거릴 때는 영락 없는 그 또래 사춘기 소녀들인데 어쩌다 세상에 내던져져서 이런 끔찍한 일까지 저지르게 되었을까? 


법원에 데리고 가는 형기차 안에서 고개를 떨군 진주에게 무슨 일을 해도 좋으니 절대로 사람을 해치면 안된다고 아직 포기할 때가 아니니 꿈을 잃지 말라고 당부를 했었다. 


그리고는 세월이 흘러 까맣게 잊고 있었던 그 소녀는 여전히 세상을 표류하다가 온몸에 병이 들어 새카매진 몸으로 중환자실에서 내게 소식을 전했다.


그리고 오래지 않아 끝내 꿈을 지켜내지 못하고 일찍 떠나고 말았다.


무관심과 냉대 속에 팽개쳐진 아직도 많은 그 아이들을 위해 난 무엇을 해 줄 수 있고 또 무엇을 해야만 할까?


미안하다. 어른으로. 한 때는 역시 그 아이들과 같았던 사람으로.



한 아이를 온전히 키우기 위해서는 온 마을이 필요합니다. 아이들은 나의 미래, 그리고 우리의 미래입니다. 아이들이 행복하면 나의 미래도 행복해 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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