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곳에도 꽃은 핀단다.
형사들은 시궁창에 한쪽 발을 담그고 산다.
어둡고 축축하고 냄새나는 그곳에서 움직인다.
시민들은 평생을 지내며 한 번 볼까 말까 한 참혹한 현장을 일상으로 받아내며
세상의 밝음보다는 어두움을 더 가깝게 마주하고 지낸다.
시궁창에서 건져내야 할 사람들도 있고
시궁창에서 잡아내야 할 사람들도 있기에
기꺼이 시궁창에 뛰어든다.
시궁창에 산다는 것
나에게도 퀴퀴하고 음침한 시궁창 냄새가 난다는 것
그래서 자칫 시궁창이 세상의 전부라고 착각할 수 있다는 것
가끔은 싫기도 하다.
그래도
세상의 밝음을 잊지 않도록 가끔은 하늘을 올려다보며
오늘도 여전히 시궁창에 발을 담근다.
썩은 연못에서처럼 시궁창에도 언젠가 예쁘고 커다란 연꽃이 우아하게 피어날 거라 믿으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