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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드림폴 Nov 29. 2021

요즘은 매일 조금씩이라도 걸으려고 노력합니다.

가끔 출퇴근도 걸어서 하기도 하고 아내와 강아지를 데리고 동네를 한바퀴 산책하기도 합니다.


어느새 쌀쌀한 바람이 차갑기도 하지만 그리 많이 춥지 않고 차가운 공기가 조금은 상쾌하기도 합니다.


걸을 때면 사람이 많이 다니는 대로변 보다는 인적이 드문 농로길이나 집 앞 천변 길을 걷습니다.


풀잎들이 사스락거리는 소리와 널찍한 들판을 바라보면서 흙냄새를 맡으며 걷는 길이 더 좋기 때문입니다.


씩씩하게 걷고 있는데 논두렁에 앉아 있던 비둘기들이 푸드덕 멀리 날아가 버립니다.

조금 더 걸어가니 나무 밑에 종종거리던 참새들도 화들짝 가지위로 날아오릅니다.


나는 단지 갈 길을 걸었을 뿐인데 그들이 만끽하고 있던 고요한 평화를 깨뜨리게 되었습니다.

저는 그들을 해치거나 놀라게 할 생각은 전혀 없었는 데에도 그들은 깜짝 놀라 다른 곳으로 피하고 말았습니다.


그들이 볼 때에는 남들이 모두 다니는 그 편하고 잘 닦아진 대로길을 제쳐 두고 굳이 꾸불텅 농로길을 걸어온 내가 이상하고 원망스러울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저는 단지 그 길이 좋았을 뿐이며 그 길로 걷고 싶었을 뿐입니다.


제가 지금까지 한 걸음 한 걸음 제가 옳다고 생각하는 그 길로 내닫으면서 미처 생각하지 못하는 사이 저로 인해 방해받고 불편 하셨을 분들이 계시리라는 생각이 듭니다.


비록 의도하지 않았더라도 신념을 따라 걸었더라도 그 길에서 나로 인해 마음에 상처가 나거나 작은 불편함이라도 겪은 사람들이 있다면 용서를 바랍니다.


앞으로도 제 사명의 길에서 양심과 신념을 따라 걸어가겠지만 이제는 무조건 앞으로만 나아가기보다는 잠시 멈추어 길 옆을 살피고 때로는 찬찬히 뒤안길을 살펴보는 성숙하고 여유로운 사람이 되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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