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흩는글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드림폴 Feb 11. 2022

전도사는 근로자일까?

판결문을 읽어보는 일은 법리와 해석에 대한 지식을 얻기도 하고 수사보고서를 쓸 때 도움이 되기도 한다.

그래서 틈틈이 대법원 판례나 각급 법원의 중요 판결문을 공부하고 있다.


교회 담임목사가 퇴직한 전도사의 사례비를 지급하지 않은 사안에서 1심에서는 전도사는 근로자로 볼 수 없다는 취지로 무죄판결을 하였는데


상고심에서는 전도사의 주된 업무가 종교활동이라 하더라도 담임목사의 지시와 관리 감독을 받고 업무에 대하여 담임목사에게 보고하는 등 근로자로 인정할 수 있다고 보아 유죄로 인정하였다.


판결문을 읽어보다가 이 사건 피해자인 전도사가 교회에 채용되면서 작성한 서약서가 있는데 그 내용을 보고 깜짝 놀랐다. 종교의 특성을 감안하더라도 전도사에게 너무 불리한 내용으로 가득차 있기 때문이었다.


기본으로 화요일부터 일요일까지 주 6일을 근무하고 쉬는날인 월요일을 포함하여 매일 새벽에는 새벽기도에 참여하는 신도들을 위해 차량운행을 하는데도 사례금은 월 100만원으로 1년에 10만원씩 증액되어 140만원까지 받았는데 그래도 업무시간이나 업무량에 비하면 턱없이 적다는 생각이 든다.


그나마도 제대로 주지 않았고 퇴직한 후에 주지 않은 사례금과 퇴직금이 9,400만원이 넘었다.


종교라는 특성과 경직되고 권위적인 교회 운영 체계가 봉사와 헌신이라는 허울로 상대적 약자로 을의 관계에 놓여있는 전도사에게 부당한 대우를 하고 있는 것 같다.


한 쪽편에 치우친 것은 곧 차별이고 차별의 문제는 인권의 문제이다. 다른 종교단체도 비슷할 것이다. 누군가의 몫을 가로채는 것은 분명 하나님의 공정이 아닐 것이다. 내가 노력하고 수고한 대가를 정당하게 받는 세상, 을의 수고와 헌신이 강요가 되지 않는 세상이 되기를 바라며 깜짝 놀랐던 서약서를 소개한다.


서 약 서


성명: 공소외 1


주민등록번호: (생략)


주소: (생략)



위 본인은 공소외 3 교회 및 제자교회에 채용됨에 있어 아래와 같이 서약합니다.



1. 본인은 신규 교역자로 지원함에 있어서 복음증거의 막중한 사명과 고귀한 사역을 수행하게 됨을 영광스럽게 여기며 본 교회가 지향하는 국내외 선교에 나의 성애를 바쳐 헌신하겠습니다.


2. 당회장 및 담임목사님의 국내외 선교방침에 따라 본인에게 언제 어느 곳에 어떠한 임무가 부여되더라도 이에 기꺼이 순복하겠습니다.


3. 본인은 본 교회 사역뿐만 아니라 교회에서 개척자로 선발되었을 때도 하나님의 뜻으로 알고 순종하여 교회 개척의 사역에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4. 본인은 당회장 및 담임목사님이 원하지 않는 어떠한 조직체나 그 활동에도 참여하지 않겠습니다.


5. 본 교회의 교무행정에 의해 주어진 임무를 성실과 최선을 다해 이행하고 당회장 및 담임목사님의 명에 의해 세워진 상급자의 직무지시에 충실히 따르겠습니다.


6. 채용이 결정된 후에도 결격사유나 사역자로서의 자질, 준비가 미흡한 부분이 발견될 경우 채용이 취소되어도 이의를 제기하지 않겠습니다.


7. 연봉제로 시무하는 것에 동의하며 매년 당회장 및 담임목사님 명에 의해 정해진 기간 안에 재계약이 체결되지 않을 경우 자동 사직됨을 확인하고 이에 이의를 제기하지 않겠습니다.


8. 채용 이후 수습 기간은 3개월로 하고 기간 경과 후 별도의 조치가 없는 경우에는 정교역자로 채용되나 기간 동안 위 6항에 해당하는 사유 발생 시 사직처리 되어도 이의를 제기하지 않겠습니다.


9. 당회장 및 담임목사 명에 의한 인사명령에 불복종할 시 어떠한 처벌도 따르겠습니다.


10. 기타 직무수행이 불가능하다고 판단되거나, 중대한 과실로 교회의 명예에 상당한 훼손을 끼쳤을 경우 당회장의 결정에 따라 사직을 포함한 모든 징계에 순응하겠습니다.


11. 채용 이후 당회장 및 담임목사님의 승인 없이 타 업무에 종사하지 않을 것입니다.


12. 위 서약에 명시하지 않은 사항은 당회장 및 담임목사님의 명에 의해 정해진 바를 따르며, 기타 정하지 않는 사항은 일반 관례에 따를 것입니다.


13. 위 서약을 어길 경우 당회장 및 담임목사님의 어떠한 조치에도 이의를 제기하지 않고 순응할 것입니다.



2012. 10. 7.



서약자 공소외 1 (서명 있음)


공소외 3 교회 당회장 귀하


공소외 2 교회 담임목사 귀하




춘천지법 2021. 12. 24. 선고 2020노1052 판결 [근로기준법위반.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위반]







매거진의 이전글 음치가 좋아요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