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학교 시절 잠시 합창부와 밴드부를 하기도 했지만 나는 음악적인 소양이 없는 사람이다. 더구나 클래식 음악은 나와는 별 상관없는 딴 나라 이야기였다.
내가 클래식 음악에 관심이 생기고 가끔 연주회에 가는 기회가 생긴 것은 아내 덕분이다.
아내는 노래를 참 잘하고 피아노 연주도 잘해서 교회 찬양대와 아마추어 합창단 활동을 하고 있는데 그 덕분에 아내가 공연하는 것을 포함해서 종종 합창 연주나 오케스트라 연주를 볼 기회가 생긴다.
귀가 즐거운 노래와 악기가 퍼뜨리는 음률을 느끼며 가만히 듣고 있다 보면 가슴이 설레고 아름답기까지 하다. 내 마음 깊숙이 들어와 감정을 뒤흔들기도 하고 차분하고 편안하게 행복감을 담아주기도 한다.
내가 이렇게 연주를 즐겁게 즐길 수 있는 것은 내가 음악적 재능이 없어서이기도 하다. 무슨 말이냐면 나는 음치고 박치라서 연주할 때 간혹 음정이 불안하고 박자를 놓쳐도 알 수가 없다. 그래서 어떤 연주든 모두 훌륭해 보이고 대단하게 느껴진다.
반면에 절대음감을 지니고 있는, 그리고 내 생각에는 음악천재여서 제대로 음악교육을 받았으면 세계적인 성악가가 되었을 것일라고 생각하는 내 아내는 그렇지 않은 것 같다.
아내는 연주를 듣다가 음정이나 박자가 불안하거나 화음이 살짝 맞지 않아도 이내 알아차리기 때문이다. 틀린 음정과 박자가 귀에 거슬리니 나보다는 음악을 온전히 즐기기 어려운 것 같다.
물론 아내도 흠잡을 데 없는 훌륭한 연주를 보면 어린아이같이 즐거워하며 가끔은 흥분을 감추지 못하고 집에 와서까지도 연주 이야기에 시간 가는 줄 모르기도 한다.
그런데 나는 아내가 좋은 연주를 듣고서야 느끼는 즐거움을 거의 모든 연주를 볼 때마다 느낄 수 있다. 음정과 박자를 모르는 내 귀에는 간혹 실수를 해도 그저 아름답게만 들리니 그렇다.
역설적이게도 음악이 사람에게 주는 좋은 영향의 관점에서 보면 음악적 재능이 훌륭한 아내보다 음악적 소양이 거의 없는 내가 오히려 더 음악이 주는 행복을 만끽할 수 있는 것이다.
가지지 못한 것이,
내게 없는 것이 바로 은혜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