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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드림폴 Feb 27. 2022

휠체어 시위를 보며

장애인 이동권과 인권


하철을 이용하면서 장애인을 마주친 적은 거의 없다. 휠체어에 탄 채 계단을 내려가는 장치가 설치되기도 했지만 사용절차와 방법이 어렵고 예전에는 장애인 혼자 이용하다가 추락해서 사망하는 사건이 있기도 했다. 버스도 마찬가지다. 가만히 생각해 보니 버스를 타고 다닐 때 장애인을 본 적이 없다. 가끔 휠체어를 고정할 수 있는 좌석과 타고 내릴 수 있는 문이 설치된 버스를 타게 될 뿐이다. 전철 안이나 버스 안에서 장애인을 만나지는 못하였지만 이분들을 어쩌다 만나게 되는 경우가 있는데 바로 전철역이나 버스 정류장 부근에서 시위를 할 때이다. 몇 년 전 수원역 광장 대로를 휠체어를 타고 천천히 이동하는 시위 때문에 근처 교통이 마비가 되어 거의 30분 정도를 제자리에 서 있던 적이 있었고 서울 지하철역에서는 철로까지 내려가 휠체어를 서로 묶고 시위를 하는 통에 지하철 운행이 중단되기도 했다. 시위하는 장애인분들을 바라보는 시선은 별로 곱지 않다. 


런데 지하철이나 버스에서 왜 장애인을 만나지 못했을까? 장애인은 원래 어디 다니기를 싫어하나? 몸이 불편하니 움직이는 것이 힘들거나 귀찮을까? 그렇지 않을 것이다. 목마름이 심하면 오줌이라도 받아 마시고 배고픔이 심할 때는 벌레라도 먹는 것처럼 오히려 평소에 어디를 잘 다니기 어려운 장애인이 어디든 불편 없이 가보고 싶은 마음은 더 간절할 것이다. 장애인이 밖으로 나와 돌아다니지 않는 것이 아니라 밖으로 나온 그 순간부터 한 발자국 내딛기가 너무나 힘들기 때문에 돌아다니지 못하는 것이다. 


수 년 전 어릴 적 캐나다로 이민을 간 친구가 결혼을 하고 귀국한 적이 있었다. 막내가 아직 아기여서 유모차를 태우고 다녔는데 그 친구를 만나면 어김없이 한국에서는 유모차를 끌고 다니기가 너무 힘들다는 이야기를 했다. 인도도 좁고 턱도 많은 데다 바로 옆으로 다니는 차들도 무서워서 도저히 유모차를 끌고 다니는 것이 엄두가 잘 안 난다고 했다. 백화점이나 공공장소에서도 아기나 노약자에 대해 배려가 잘 없을 뿐 아니라 엘리베이터 이용도 유모차까지 들어가면 좁은 탓에 눈치가 보여 늘 몇 번씩을 기다려야 해서 힘들다고도 했다. 결국 그 친구는 도저히 불편해서 살기 힘들다면서 한 일 년 만에 그렇게 그리워하고 돌아오고 싶었던 모국을 다시 떠나게 되었다. 그리고 얼마 안 되어 내 아이를 유모차에 태우고 다니면서 친구가 겪었을 어려움을 나 역시 겪게 되었다. 유모차를 끌고 집을 나서면 동네 한 바퀴 도는 데에도 여러 번 유모차를 아예 들고 옮겨야 했고 내가 살던 아파트는 물론 많은 건물들이 에너지 절약한다며 2층까지는 엘리베이터를 운행하지 않아 유모차를 들고 계단을 오르내려야 하기도 했다. 


래서 가까운 거리를 가더라도 차를 이용했고 넓은 공원 같은 곳에 유모차를 싣고 가서 아이를 유모차에 태워 산책을 했다. 불편함 때문에 유모차를 끌고 다니는 것을 포기했던 것이다.


물며 장애가 있어 이동하기가 쉽지 않은 분들은 더 난감할 것이다. 몸이 불편해서 버스나 지하철에 타고 내릴 때 시간이 걸리는 것을 이해해 주지 못하고 ‘몸도 안 좋은 사람이 왜 쓸데없이 돌아다녀서 여러 사람 피해주냐?’고 하기도 하고 불편한 걸음으로 건너기에는 부족한 보행신호 때문에 빨간 불로 바뀌고 나서도 여전히 횡단보도를 건너고 있는 노인이나 장애인들에게 ‘빵빵’거리는 운전자도 아직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 심각한 것은 장애인들이 이동하기에는 도로와 길들이 불편함을 넘어서 위험하다는 것이다. 많은 곳이 인도와 차도가 맞닿아 있고 얌체주차를 하는 차들 때문에 박아놓은 차단봉이 휠체어의 통행을 막기도 한다. 위험상황에 대처능력이 부족한 장애인들이 더욱 안전하게 보호받아야 할 터인데 아쉽게도 아니 선진국이라는 말이 부끄럽게도 장애인들이 안전하고 편리하게 가고 싶은 곳을 갈 수 있는 시설과 장치는 턱없이 부족하거나 없다. 국가와 사회가 아예 생각조차 하고 있지 않은 듯하다. 


러면 장애인들의 시위 때문에 다른 시민들이 겪는 불편과 피해는 어떻게 할까? 그들의 시위가 법을 지키지 않았다고 해서 그들을 흘깃거리며 비난하는 것이 온당한 일일까? 우리가 겪는 길면 30분 정도의 그 불편함과 답답함과 분노를 그분들은 평생을 겪고 있다. 물론 다른 사람들에게 불편을 끼치지 않고 법을 지키며 시위를 하면 좋겠지만 평생을 겪고 있는 어려움과 서러움이 단 한 톨의 개선 없이 계속될까 봐. 실제로 계속되는 것을 보고 느끼고 있기에 무슨 말을 하고 어떠한 방법을 써도 들은 척도 하지 않기에 어쩔 수 없는 선택을 하는 것이 아닐까? 장애인들의 시위로 지하철과 버스가 멈추어 내 발이 묶이고 때로는 큰 손해를 입기도 해서 화가 치밀어 오를 때 우리의 분노는 시위를 하는 장애인이 아니라 아직도 장애인들이 자유롭고 안전하게 이동할 수 있는 권리를 보장해 주지 못하는, 아예 관심도 없어 보이는 이기적이고 편협한 국가와 사회를 향해야 한다. 


디든 가고 싶은 곳으로 다니고 싶고 다닐 수 있는 것은 사람이라면 누구나 누려야 할 기본적인 요구이자 권리이다. 아래 소개하는 ‘장애인 복지법’의 조문들을 살펴보면 법을 어기고 있는 사람들은 시위를 하고 있는 장애인들이 아니라 우리가 아닌가 한다. 

제1조(목적) 이 법은 장애인의 인간다운 삶과 권리보장을 위한 국가와 지방자치단체 등의 책임을 명백히 하고, 장애발생 예방과 장애인의 의료ㆍ교육ㆍ직업재활ㆍ생활환경개선 등에 관한 사업을 정하여 장애인복지대책을 종합적으로 추진하며, 장애인의 자립생활ㆍ보호 및 수당지급 등에 관하여 필요한 사항을 정하여 장애인의 생활안정에 기여하는 등 장애인의 복지와 사회활동 참여증진을 통하여 사회통합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한다.
제4조(장애인의 권리) ①장애인은 인간으로서 존엄과 가치를 존중받으며, 그에 걸맞은 대우를 받는다. ②장애인은 국가ㆍ사회의 구성원으로서 정치ㆍ경제ㆍ사회ㆍ문화, 그 밖의 모든 분야의 활동에 참여할 권리를 가진다. ③장애인은 장애인 관련 정책결정과정에 우선적으로 참여할 권리가 있다.
제8조(차별금지 등) ①누구든지 장애를 이유로 정치ㆍ경제ㆍ사회ㆍ문화 생활의 모든 영역에서 차별을 받지 아니하고, 누구든지 장애를 이유로 정치ㆍ경제ㆍ사회ㆍ문화 생활의 모든 영역에서 장애인을 차별하여서는 아니 된다. ②누구든지 장애인을 비하ㆍ모욕하거나 장애인을 이용하여 부당한 영리행위를 하여서는 아니 되며, 장애인의 장애를 이해하기 위하여 노력하여야 한다.
제9조(국가와 지방자치단체의 책임) ①국가와 지방자치단체는 장애 발생을 예방하고, 장애의 조기 발견에 대한 국민의 관심을 높이며, 장애인의 자립을 지원하고, 보호가 필요한 장애인을 보호하여 장애인의 복지를 향상시킬 책임을 진다. ②국가와 지방자치단체는 여성 장애인의 권익을 보호하기 위하여 정책을 강구하여야 한다. ③국가와 지방자치단체는 장애인복지정책을 장애인과 그 보호자에게 적극적으로 홍보하여야 하며, 국민이 장애인을 올바르게 이해하도록 하는 데에 필요한 정책을 강구하여야 한다.
제10조(국민의 책임) 모든 국민은 장애 발생의 예방과 장애의 조기 발견을 위하여 노력하여야 하며, 장애인의 인격을 존중하고 사회통합의 이념에 기초하여 장애인의 복지향상에 협력하여야 한다.
제23조(편의시설) ①국가와 지방자치단체는 장애인이 공공시설과 교통수단 등을 안전하고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편의시설의 설치와 운영에 필요한 정책을 강구하여야 한다. ②국가와 지방자치단체는 공공시설 등 이용편의를 위하여 한국수어 통역ㆍ안내보조 등 인적서비스 제공에 관하여 필요한 시책을 강구하여야 한다. <개정 2016. 2. 3.>
제24조(안전대책 강구)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는 추락사고 등 장애로 인하여 일어날 수 있는 안전사고와 비상재해 등에 대비하여 시각ㆍ청각 장애인과 이동이 불편한 장애인을 위하여 피난용 통로를 확보하고, 점자ㆍ음성ㆍ문자 안내판을 설치하며, 긴급 통보체계를 마련하는 등 장애인의 특성을 배려한 안전대책 등 필요한 조치를 강구하여야 한다.
제25조(사회적 인식개선 등) ①국가와 지방자치단체는 학생, 공무원, 근로자, 그 밖의 일반국민 등을 대상으로 장애인에 대한 인식개선을 위한 교육 및 공익광고 등 홍보사업을 실시하여야 한다. 
장애인 복지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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