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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드림폴 Apr 12. 2022

경찰이 학교폭력을 없앨 수 있을까

경찰이 학교폭력을 없앨 수 있을까?


학교폭력은 학생들 간의 폭력이다. 학교폭력의 유형을 크게 두 가지로 나눈다면 일방적 괴롭힘과 쌍방적 다툼으로 볼 수 있겠다.


일방적 괴롭힘이란 가해자와 피해자가 분명하게 구분되어 가해자 또는 가해 집단이 피해자 또는 피해 집단을 일방적으로 때리거나 괴롭히거나 따돌리거나 수치를 주는 등의 행위로 신체적, 정서적 피해를 입히는 것을 말하고


쌍방적 다툼이란 힘의 불균형이 그다지 크지 않은 상황에서 가해자 측과 피해자 측이 갈등을 해결하지 못하고 위와 같은 폭력적인 방법으로 충돌하게 되는 것을 뜻한다.


기본적으로 학교폭력의 문제는 학교와 학생들이 해결할 수 있도록 법령과 제도를 정비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 처벌을 강화하고 전담경찰관을 늘리는 방법으로는 근본적인 해결이 될 수 없기 때문이다.

학교폭력은 범죄 이전에 가치관과 교육의 문제이다. 학교폭력은 가정폭력 그리고 사회폭력과 맞닿아 있다. 따라서 아이들에게 올바른 인성교육과 갈등해결 방법을 교육하고 학교는 물론 가정과 사회에서도 폭력은 어떠한 이유로도 잘못된 것이고 결코 용인되지 않는다라는 인식이 자리 잡아야 할 것이다.


아이들뿐 아니라 교사 교육, 학부모 교육, 기업교육, 평생교육 등을 통해 모든 사회 구성원에 대한 폭력 근절에 대한 꾸준한 교육과 인식개선이 필요하다.


회복적 사법의 일환으로 시행하고 있는 비폭력대화와 회복적 대화모임 등을 활성화시켜서 아이들과 교사, 학부모들에게 폭력적 행위 없이 원만하게 타협하고 갈등을 해결할 수 있는 힘을 길러주는 것도 필요해 보인다.


결국 학교폭력, 가정폭력, 직장 갑질 등을 각각의 범주로 나누어 각각의 해결책을 찾기보다는 이러한 폭력의 문제를 한 덩어리로 묶어 우리 사회에서 폭력적인 문화와 관습을 없애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학교를 관리하는 경찰관의 수를 늘려 학교폭력을 근절하겠다는 근절할 수 있다는 발상은 매우 위험할 수 있다.


아이들에게 폭력은 명백한 범죄라는 경고의 메시지를 줄 수는 있겠지만 처벌이 무서워 폭력을 사용하지 않는다는 것은 반대로 뒤집어보면 처벌받을 위험이 없어지거나 없다고 믿는 경우 폭력의 유혹에 쉽게 넘어갈 수도 있다는 말이 된다.


그리고 뉴스에 나올법한 악독한 범죄유형의 학교폭력을 저지르는 아이들은 처벌이 무서워서 폭력을 자제하거나 중단하지 않는다. 이미 다른 사람에 대한 존중감이나 규정이나 법을 지켜야 한다는 의식이 없기 때문에 그러한 행동을 하는 것이라 이들에게는 학교전담경찰관이 늘었다는 것이 별 효과도 없을 것이다.


학교전담경찰관이 폭력 예방교육과 폭력상담, 피해자 보호 등의 역할도 있다고 할 수 있겠지만 교육은 교사가 상담은 상담교사가 경찰관보다 더 잘한다. 이들은 그 분야의 전문교육을 받고 그 일을 직업으로 하고 있는 전문가들이기 때문이다.


학교폭력 사안이 발생한 경우 피해자 보호 또한 선생님이나 부모님, 친구들이 더 잘할 수 있다. 그들이 피해자를 제일 잘 알고 경찰보다는 가까운 거리에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경찰권을 선제적으로 발동해서 개입해야 할 유형은 '일방적 괴롭힘'에 한정해야 한다고 본다.


그리고 쌍방적 다툼의 유형은 상처가 크게 낫다거나 다툼의 영향으로 일방적 괴롭힘이 발생할 개연성이 있는 경우, 그리고 피해자가 범죄 피해 신고를 한 경우와 같이 경찰권 발동의 여지가 발생하였을 때 조치적으로 개입하면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학교전담 경찰관을 늘려 경찰관의 학교에 배치하여 학교폭력 문제를 해결하려는 것은 학교 내에서 일어나는 크고 작은 다툼을 오로지 범죄냐 아니냐를 기준으로 나누겠다는 것이고, 이는 아이들끼리 화해하고 반성하며 성장하는 기회를 박탈하는 것이고 아이들을 바른길로 지도하고 교육해야 하는 교사의 권한을 침해하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학교는 학교폭력을 근절하고 아이들을 보호하는 일에 소홀히 하거나 아예 모든 책임을 경찰에 맡기고 아무런 역할도 하지 못하는 지경에 이르게 될 수도 있다. 항생제 오남용처럼 말이다.


경찰은 경찰의 역할을 해야 하고, 섣불리 교사의 역할, 상담사의 역할을 하려고 하면 안 된다. 경찰은 교육전문가도 상담 전문가도 아니기 때문에 섣부른 개입과 판단이 오히려 아이들에게 독이 될 수도 있다.


개인적으로는 학교전담경찰관보다 학교복지사의 배치가 더 시급하다고 생각하며 오히려 학교폭력 근절에 도움이 된다고 본다. 학교복지사는 학교에서 어려운 가정환경이나 복지의 사각지대에 있는 학생들을 찾아서 적절한 지원을 연계해 주는 일을 하기 때문인데, 가정에서 제대로 돌봄을 받지 못하는 아이들이 학교폭력의 피해자가 되기 쉽기 때문이다.


우리 아이들과 학교를 믿고 지금이라도 아이들이 폭력을 배격하고 바른 인성을 갖출 수 있도록 교육적 차원의 제도 개선을 해나가는 방향으로 학교폭력 근절의 패러다임이 변화되어야 한다. 그래서 자연스럽게 폭력이 사회에서 사라질 수 있도록 온 사회가 노력해야 한다. 폭력은 대물림되기 때문에 가정이 사회가 변하지 않으면 아무리 학교에서만 폭력을 근절해 봐야 말짱 도루묵이기 때문이다.


모든 사회 문제를 경찰의 힘으로 해결하려고 해서는 안 되고 또 경찰이 해결할 수도 없다. 경찰권의 발동은 필요한 경우 최소한에 그쳐야 하며 그것이 바로 경찰 비례의 원칙이다.


검찰공화국보다 더 무서운 것이 모든 문제를 경찰이 개입하고 통제하는 경찰국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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