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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드림폴 Dec 10. 2018

통풍, 바람이 불어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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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 추위와 미세먼지, 그것도 초미세먼지라고 겁을 주는 통에 요즘 집 안 환기를 못하고 있다. 그래서 그런지 집 안 공기가 좀 탁한 것도 같고 괜히 몸 이곳저곳이 간질거리는 것 같기도 하다.


바람이 통한다는 것은 생명이 살아난다는 것이기도 하다. 꽃들도 풀들도 바람이 통하지 않으면 잘 자라지 못한다. 햇볕과 물을 잘 주는데도 화초가 시름시름 앓는다면 십중팔구 바람이 안 통해서이다.


아무리 땀이 뻘뻘 나는 무더운 날씨라도 바람 한 번 휑하고 불어 가면 그 시원함이 이루 말할 수 없다.


집 안 출입문과 창문을 모두 활짝 열어 놓으면 바람은 이내 들어와 온 집 안을 휘저으며 탁한 공기와 함께 꿉꿉함과 답답함을 깨끗이 쓸어가 버린다. 그리고 그 자리에 신선하고 상쾌한 새로운 공기를 가득 채워 준다.  

 



몇 년 전 나에게도 탁함을 버려내고 깨끗함을 채울 기회가 찾아왔다. 내 몸에 바람이 불어온 것이다. 바로 통풍이 찾아왔다. 어느 날 아침 침대에서 일어나는데 발 끝이 묵직하고 뻐근한 느낌이 들었는데 바닥에 발바닥을 딛는 순간 나도 모르게 '아~' 하고 소리를 지르며 침대에 털썩 주저앉고 말았다. 자세히 보니 엄지발가락이 시뻘겋게 부어올랐고 만지기만 해도 극심한 통증이 왔다. 나는 그렇게 나에게 처음 찾아온 바람을 맞이 했다.


그 이후로도 지금까지 가끔 바람이 찾아온다. 이제는 엄지발가락뿐 아니라 발목, 무릎에도 바람이 불어온다. 아픈 것도 아픈 거지만 잘 걸을 수가 없으니 일을 하는데 일상생활을 하는데 너무 불편해서 짜증이 나다 못해 화가 치밀어 오를 지경이었다. 통풍이 예고를 하고 오는 것이 아니라 느닷없이 불어오기 때문에 중요한 일을 앞두고 찾아와 곤란한 상황에 처할 때도 종종 있다.


최근에는 해외 출장을 가기 이틀 전에 바람이 불어와 부랴부랴 치료를 받고 약을 보름치를 처방받아 출장길에 가지고 가서 진통제와 소염제를 먹으며 견디기도 했다.


그런데 이 불편하고 아픈 바람이 사실은 나에게 허락하신 선물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과속하는 자동차를 멈추게 하는 브레이크처럼 쉴 틈 없이 달려가는 내 삶에 잠시의 쉼과 휴식을 가지게 해주는 내 삶의 브레이크, 발가락 하나 아프면 잘 걸을 수도 없는 나의 약함을 깨닫게 해 교만에 빠지지 않도록 환기시켜주는 바람, 끊은 지 몇 년이 되었지만 가끔 유혹이 왔던 술과 담배를 쳐다보지도 않도록 도와주는 안전장치, 그리고 먹는 것을 조심하고 건강관리를 할 수 있도록 계속 동기 부여를 해준다.


바울 사도는 눈병과 간질로 추정되는 육체의 가시로 고통이 있었다고 알려져 있는데 하나님께서 그 병을 허락하신 뜻을 깨닫고 감사하였다.  


여러 계시를 받은 것이 지극히 크므로 너무 자만하지 않게 하시려고 내 육체에 가시 곧 사탄의 사자를 주셨으니 이는 나를 쳐서 너무 자만하지 않게 하려 하심이라. 이것이 내게서 떠나가게 하기 위하여 내가 세 번 주께 간구하였더니 나에게 이르시기를 내 은혜가 네게 족하도다 이는 내 능력이 약한 데서 온전하여 짐이라 하신지라. 그러므로 도리어 크게 기뻐함으로 나의 여러 약한 것들에 대하여 자랑하리니 이는 그리스도의 능력에 내게 머물게 하려 함이라. 그러므로 내가 그리스도를 위하여 약한 것들과 능욕과 궁핍과 박해와 곤고를 기뻐하노니 이는 내가 약한 그때에 강함이라.(고린도후서 제12장 7절~10절)


내가 약한 그때에 내가 강한 것임을 알아

바람이 지나간 그 자리에 새로움과 감사와 생명이 남겨지도록 내 몸과 마음을 언제나 활짝 열어 놓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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