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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드림폴 Sep 08. 2019

고양이 / 베르나르 베르베르

내가 믿는 것이 곧 나다.



고고야? 말 좀 해봐. 너 사실은 말할 줄 알잖아? 


  왠지 고고가 말할 것만 같을 때가 있다. 나와 대화를 나눌 수 있을 것만 같다. 원래 말할 줄 아는데 일부러 못하는 척하는 것만 같다. 고고랑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면 참 재미있겠다는 생각을 가끔 하고는 한다.


  베르나르 베르베르는 이런 상상력을 멋진 이야기로 풀어 냈다.

                       

고양이 / 저자 베르나르 베르베르 / 출판 열린책들 / 발매2018.06.12.


  책 표지에는 강렬한 인상의 검은 고양이가 그려져 있지만 '고양이'의 주인공 '바스테트'는 흰 바탕에 검은 무늬가 있는 젖소 무늬 암고양이다.   

                               

날 좀 보라고! 하얀 바탕에 까만 점이 앙증맞게 찍힌 일명 젖소 무늬 아니냐!
바스테트의 독백 - 고양이 / 베르베르 -


  '고양이'는 앙증맞은(?) 젖소 무늬 고양이 '바스테트'가 실험실 출신 샴고양이 '피타고라스'를 만난 후 벌어지는 사건들을 중심으로 그녀의 눈으로 바라본 인류 문명의 2보 후퇴 후 3보 전진에 대한 이야기다.


  전쟁과 테러로 인구가 급감하고 멸망의 위기에 몰린 인류의 위기는 곧 인류와 함께 살아가는 고양이의 위기로 닥친다. 인류와 고양이의 위기를 틈 타 세상은 쥐들이 번성한다. 선사시대부터 쥐는 식량을 약탈하고 전염병을 퍼뜨려 인류의 생존을 위협하는 적이었고 사람들은 쥐들에 대항하기 위해 고양이와 함께 사는 것을 택한다.


  지금까지 그래왔던 것처럼 고양이와 인류는 연합군을 만들어 '캄비세스'가 이끄는 쥐 군단과의 결전을 벌이고 전투에 승리한 연합군은 쥐들을 물리치고 다시 한 번 지구의 주인으로 번성할 계획을 세운다. 고양이와 인류가 연합은 고양이들의 마음을 끌어모으고 서로를 믿고 인류와 한 편이 되도록 이끈 리더 '피타고라스'와 '바스테트'를 비롯한 그의 조력자들, 그리고 무엇보다 바스테트의 특별한 능력이 있어 가능한 일이었다.   


  바스테트는 놀랍게도 종간 소통이 가능한 고양이다. 바스테트는 의식의 확장을 통해 세상을 느끼고 받아들이며 다른 종, 특히, 인간 파트리샤와 꿈을 통해 소통을 하면서 고양이와 인류가 연합하고 최선의 전략을 수립하여 전쟁을 승리로 이끄는 데에 큰 공로를 세운다.


  전쟁이 끝나고 고양이들은 결국 지구를 파멸로 치닫게 한 인류와 앞으로 어떻게 공생을 할까 고민을 하다가 자신들이 직접 노동을 하고 문명을 발전시키며 사람들을 먹여 살리는 것보다는 지금처럼 천박한 노동은 사람들에게 맡기고 자신들은 인간들을 집사로 부리며 살아가는 방식을 선택한다.

                                          

내가 믿는 것이 곧 나다. 영혼이 머무르고 싶게 만들려면 육체를 잘 보살펴야 한다.바스테트의 사색 - 고양이 / 베르베르

                          

  집사와 함께 편안한 삶을 보내던 안락한 보금자리가 파괴되고 생존을 위해 새로운 장소를 찾아 떠나며 겪는 모험담과 개들과의 전투, 절체절명의 위기에서 만난 사자 한니발과의 소통과 도움, 개성 넘치는 독특한 고양이들과의 만남, 살아남은 인류와의 대립과 전쟁위기, 이를 바스테트와 집사 나탈리의 재회와 파트리샤와의 종간 소통으로 갈등을 극복하고 연합하여 전쟁에서 승리하는 이야기가 흥미진진하게 펼쳐진다. 


  베르베르는 이 책에서 인류를 고양이보다 한 단계 차원이 낮은 종으로 묘사하면서도 인간의 예술과 창조력에 대한 예찬을 통해 인류가 세상의 주인공이 될 수 있었던 이유,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른 동물 종들을 비롯한 생명체에 대한 존중과 공존, 그리고 서로 간의 소통을 통한 이해와 사랑을 이야기하고 있다.


  베르베르의 글은 오래전 '개미'와 '타나토노트'를 읽은 후 오랜만이다. 전작에서 개미와의 소통, 죽은 자와 영혼과의 소통을 이야기한 베르베르는 도저히 소통을 못할 것 같은 존재들과의 소통을 이야기하면서 서로 다른 존재와의 공존, 그를 통한 지구의 평화와 번영을 말하고 싶어 하는 듯하다.


  새로 만들어 준 박스 안에서 지긋이 나를 바라보는 우리 집 젖소 무늬 고양이 '고고'가 갑자기 말을 걸어올 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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