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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드림폴 Feb 06. 2020

도만 아는 바리톤

부족해서 감사한 일

  나는 음치다. 한 껏 폼을 잡고 노래를 부르지만 엉터리다. 심지어 같은 노래도 부를 때마다 조금씩 다르게 부를 때도 있다.  정확한 음정으로 노래를 못 부를 뿐 아니라 다른 사람의 노래를 들어도 정확한 음정인지 잘 알지 못한다. 음정을 제대로 듣지 못하니 제대로 소리 내지 못하는 것 이 당연한지도 모르겠다.


  합창단을 하는 아내 덕분에 가끔 연주를 볼 기회가 생기는데 각자의 소리가 아름답게 어우러진 노래를 듣고 있으면 나도 모르게 기분이 좋아진다. 가끔은 꽤 이름이 나있는 음악가들의 연주를 듣는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 취미로 음악을 즐기는 분들의 연주를 보게 된다. 그런데 나에게는 이름난 음악가들의 연주나 취미로 하는 비전공자들의 연주나 모두 훌륭하고 아름답게 들린다.


  연주를 하다 보면 간혹 실수도 할 터인데 음정이나 박자가 틀린 경우나 화음이 살짝 어긋나는 경우도 여지없이 알아내는 아내와 달리 나는 그러한 실수를 거의 알아채지 못한다. 음정이 틀렸는지 박자가 어긋났는지 음치요 박치인 나로서는 알 수가 없기 때문이다. 덕분에 어느 연주회에 가든 최고의 연주를 보게 된다.


  내가 음악에 재능이 있었더라면 연주자의 틀어진 음정이나 박자가 무척 귀에 거슬렸을지도 모를 일이다. 다행히 나에게는 음악적 재능이 없어 내가 좋아하는 음악을 마음껏 즐길 수 있으니 참으로 감사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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