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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드림폴 Apr 02. 2020

십자가

VIA DOLOROSA

#십자가 #예수님 #바이블타임 #성경 #묵상


요즘 집에서 가족들과 바이블 타임을 하고 있다.  성경을 읽고 서로의 감동과 생각을 나누는 시간인데 어제는 누가복음서 9장을 읽으면서 처음 깨닫게 된 사실이 있다. 예수님은 그 유명한 오병이어의 기적을 보이시고 거기에 모인 모든 사람들에게 이렇게 말씀하신다.


나를 따라오려는 사람은
 자기를 부인하고
날마다 자기 십자가를 지고 나를 따라오라

이미 많이 읽어보고 묵상했던 구절이지만 이렇게 말씀하신 때가 예수님께서 십자가를 지시기 전이라는 사실을 처음 깨닫고 생각해보게 된 것이다. 사람들은 예수님께서 바로 직전에 기적을 행하시고 이렇게 말씀하시는 것을 듣고 무슨 생각을 했을까?


지금이야 십자가가 부활의 상징이요, 예수님의 사랑과 평화의 상징이어서 십자가를 보며 두려워하거나 처참하거나 끔찍한 마음이 들지는 않겠지만 예수님이 십자가를 지시기 전에 십자가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다면 사람들의 생각은 지금과는 완전히 달랐을 것이다.


십자가형은 가장 비인간적이며 잔인하고 고통스러운 형벌이었다. 그래서 로마 시민들은 아무리 극악한 범죄를 저질러도 십자가형은 받지 않았다. 온몸이 발가벗겨진 채 매서운 채찍을 맞아 피투성이가 되어 자신이 매달릴 십자가를 직접 지고 처형장으로 올라가야 했으며 십자가에 손과 발이 못으로 박혀 매달리면 천천히 극심한 고통 속에 죽어가야 했다. 그래서 당시 '십자가'를 입에 올리는 것은 금기시되었고 '십자가'라는 말을 들으면 그 끔찍하고 처절한 장면이 연상되었을 것이다. 그리고 나 자신이 십자가를 진다는 것은 상상만으로도 무섭고 몸서리 쳐지는 일이었을 것이다.


사람들은 예수님의 제자들이 여러 고을을 다니며 귀신을 쫓아내고 병을 고치며 복음을 전하는 것을 듣고 예수님이 계신 벳세다로 모여들었는데 예수님이 하나님의 나라에 대해 말씀하시고 많은 병자들을 고쳐 주신 후에 떡 다섯 덩이와 물고기 두 마리를 가지고 그곳에 모인 수 천의 사람들을 먹이시고도 열 두 광주리에 음식이 남게 하시는 기적을 보고 놀라움과 경이로움을 느끼며 드디어 메시아가 오셔서 로마의 압제로부터 유대 민족을 구원하고 강성한 이스라엘 왕국을 재건하리라는 기대에 부풀었을 것이다. 그리고 예수님께서 당장이라도 '나가자!!! 싸우자!!! 이기자!!!' 하며 자신들의 선봉에 서서 진격 앞으로!!! 하시기를 바랐을지도 모른다. 그런데 당신을 따라오려면 그 끔찍하고 무서운 십자가를 지고 따라오라니. 그것도 한 번도 아니고 매일매일 십자가를 져야 한다니.


예수님은 당신이 십자가를 지고 죽어야 함을 알리시면서 그것이 죽음의 길이 아니요 생명의 길임을 우리가 알게 하시려고 말씀하신 것일지도 모른다. 그리고 예수님의 사랑을 체험하며 '할렐루야!!' '아멘!!'을 외치는 우리들이 나 자신을 버리고 예수님을 따르는 것이  십자가의 고통만큼이나 괴롭고 힘들다는 것을 말씀하시는 것인지도 모른다.


나는 나를 부인하고 있는가? 나의 힘으로 된 것이 아무것도 없음을, 주님의 은혜가 아니면 단 한순간도 살아갈 수 없음을 고백하고 있는가? 나에게 허락된 것들로 인해 교만한 마음으로 나보다 못한 사람들이라며 무시하고 있지는 않은가? 그리고 내가 누리고 있는 것들을 모두 버릴지라도 오직 예수님을 따라 십자가를 지고 따를 마음의 준비라도 되어 있는가?


예수님은 나를 대신하여 십자가를 지셨지만 나는 당연히 내가 져야 할 십자가를 지는 것일 뿐인데도 그것이 참으로 두렵고 어렵다. 세상의 모든 죄와 형벌, 그리고 가장 고통스러운 죽음을 상징하는 십자가는 사랑과 용서, 그리고 거듭난 새로운 생명으로 부활하였다. 내가 죽어야 내가 산다. 내가 죽어야 내 가족이 살고, 내가 죽어야 내 이웃이 산다. 나를 부인하고 날마다 나를 십자가에 못 박아 죽어 나를 살리고 이웃을 살리고 세상을 살리는 예수님을 온전히 따르는 제자가 되기를... 세상의 아주 작고 희미한 빛이라도 되기를...

 

그리고 예수께서 모든 사람에게 말씀하셨다. "나를 따라오려는 사람은, 자기를 부인하고, 날마다 자기 십자가를 지고, 나를 따라오너라. 누구든지 제 목숨을 구하려고 하는 사람은 잃을 것이요, 누구든지 나를 위하여 제 목숨을 잃는 사람은 목숨을 구할 것이다. 사람이 온 세상을 얻고도 자기를 잃거나 빼앗기면, 무슨 이득이 있겠느냐?

마가복음서 9장 23절~25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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