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리더의 딜레마

착한 리더보다 유능한 리더가 되겠다는 용기

by 유선영 소장


인생은 타이밍이라는 말이 있지요. 제 아들이 3년 전, 전환의 타이밍을 맞았습니다. 남들이 다 부러워하는 대기업을 다니다가 사표를 냈죠. 그룹사 경영 사정이 안 좋아졌고 존경하는 선배들이 쫓기 듯 나가는 걸 보면서 회사에 대한 미련이 없어졌다고 하더군요. 퇴사 후 제가 운영하는 회사에 조인하게 되었습니다. 유심히 지켜보면서 신뢰가 쌓이고 이번에는 관리자의 역할을 맡기게 되었습니다. 오래된 회사라 아들은 아버지뻘 직원들도 많습니다. 이들을 관리하며 처세를 해 나가야 하는데, 제가 어떤 조언을 해줄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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착한 리더는 모든 이들의 꿈입니다.

얼마 전 부하직원 10명을 데리고 있던 관리자가 고민을 털어놓던 기억이 나는군요. 그는 남들보다 어린 나이에 승진을 하고 관리직에 진입했습니다. 어린 나이가 부하직원들의 심기를 건드리지 않을까 눈치를 많이 보고 있었죠. 착한 리더가 되기 위해 무던히도 애쓰던 사람이었습니다. 직원들의 생일, 결혼식은 물론 아이들의 돌잔치, 입학과 졸업까지도 세세하게 챙기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단순히 직원들의 가족행사를 기억하고 축하하는 차원을 넘어 본인의 아내까지 동원을 해서 매번 정성이 많이 들어가는 선물을 준비하기 위해 에너지를 쏟아붓고 있었습니다.


리더의 부담은 점점 커졌습니다. 직원들도 마찬가지였죠.

직원들을 관리하기 위해 부하직원의 개인사 챙기기를 그 어떤 일보다 우선순위에 두고 있는 리더, 더 큰 문제는 팀 운영을 위해 필요한 일은 정작 챙기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리더도 부하직원들도, 상대방이 듣기에 불편할 수 있는 얘기라면 피하는 게 좋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죠. 리더는 직원들이 팀에서 행복하기를 바랐겠지만, 직원들의 진정한 행복은 리더가 사생활까지 꼼꼼하게 챙겨줄 때가 아니라 팀장과 팀원들이 문제를 함께 해결해 나가고 목표를 달성할 때라는 사실을 놓치고 있었던 것입니다. 리더는 결국 팀을 사교클럽이나 동호회처럼 만들어 나가고 있었습니다. ‘어린 관리자’라는 핸디캡을 극복해 나가겠다는 시도가 본인 스스로를 곤란한 상황에 빠뜨리고 있었던 것입니다.


저는 그에게 자신과 팀을 위해 열정의 방향을 바꾸어야 한다고 조언해 주었습니다.

비록 리더가 좋은 의도를 가지고, 일하고 싶은 조직문화를 만들기 위해 나름의 노력했더라도 선한 의도가 리더와 팔로워 모두에게 공식적인 업무상의 선을 흐리게 만들고 있다면 그 시도를 멈추어야 합니다. 그는 몇 가지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지면서 자신의 가장 큰 목표가 착한 리더가 되는 것이 아니라 시장에서 승리하는 것이라는 사실을 깨우쳤습니다.


물론 조직생활을 하면서 본인보다 나이가 훨씬 많은 직원들과 솔직한 이야기를 주고받는 일이 쉽지는 않습니다. 실적이나 성과에 대해 직설적인 이야기를 주고받게 되면 처음에는 이를 충격적으로 받아들이게 됩니다. 한국의 조직문화에서는 특히나 나이와 직급에 관계없이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익숙하지 않은 경험이죠.

하지만 리더는 솔직함 앞에서 처음 받는 충격보다 부하직원들에게 더 큰 고통이 있음을 명심해야 합니다.


모호한 표현이나 앞뒤가 안 맞는 얘기를 어려운 전문용어와 섞어 얘기하는 리더들과 일할 때 받는 고통이 바로 그것입니다. 수년 혹은 수십 년간 이 고통을 받아왔던 직원들은 솔직한 리더에게서 받은 충격을 기꺼이 받아들이고 오히려 박수를 보내게 될 것입니다. 연장자들도 예외가 될 수 없습니다.


저 에게도 비슷한 고민이 있었습니다. 회사를 다니 기 전에 초급장교로 군생활을 하던 저는 처음 부대를 방문하고 고민이 깊어졌습니다. 중사, 상사, 원사의 계급장을 달고 저를 맞이해 주시던 부사관 분들을 보고 저분들과 어떻게 잘 어울리며 일할 수 있을까 고민이 되더군요. 처음에는 부대 안 밖에서 부사관들을 볼 때마다 스트레스를 받았습니다. 소위라고 얕잡아보진 않을까, 대화할 때 어린 티가 나지는 않을까 전전긍긍하게 되는 저를 발견했습니다.


하지만 솔직함이라는 무기가 살길을 마련해 주었습니다.

군 생활 경력 20년, 30년 경력이 있는 부사관 분들과 잘 어울리며 협업할 수 있는 방법으로 이보다 더 좋은 전략은 없었습니다. 저는 솔직하게 그들을 한 사람 한 사람 만나고 다가갔습니다.

“담당관님, 초급장교가 알아야 얼마나 알겠습니까? 부족한 게 많지만 저를 좀 도와주십시오. 상급부대에서 내려오는 귀찮은 숙제 같은 일, 안 할 수는 없지 않습니까. 조금 더 쉽고 효과적으로 할 수 있는 방법이 없는지 고민하고 중대 운영에 도움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이렇게 하시면 안 됩니다. 어떤 어려움이 있으셨던 건가요? 혹시 작전장교님이나 대대장님께 전하고 싶은 어려운 얘기가 있으시면 제가 도와 드릴게요. 같이 고민해 보시죠."

부대 참모부와 중대 중간에서 친절한 가교 역할을 하기 위해 노력하고, 경례할 타이밍을 놓친 부사관이 있으면 웃으면서 먼저, “안녕하세요.” 하고 인사를 건넸습니다. 마음을 열어준 분들에게 부대 운영의 애로사항을 청취하고 도울 수 있으니 저도 일하는 보람이 커졌고 작은 초급장교의 고민도 조금씩 제자리를 찾아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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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해지는 것은 리더의 소임입니다. 솔직함을 피하고 착한 리더가 되고 싶은 마음은 누구에게나 있습니다. 당장은 솔직해지기가 불편하고 주변에 널려있는 변명을 찾고 싶을지도 모릅니다. 수십 가지 변명이 리더를 유혹할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리더는 솔직함으로 직원들을 대할 때 팀은 효율을 되찾고 목표 달성에 가까워진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됩니다.


착한 리더보다 유능한 리더 되십시오. 업무 속의 애매모호함, 구차함, 난해함과 비효율의 장벽을 걷어내고 팀원들과 자신이 의도하는 바를 솔직하게 전달하십시오. 그것이 진짜 행복한 팀 문화를 구축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입니다. 잊지 마십시오! 솔직할 수 있는 리더의 용기가 리더와 팀의 성공을 돕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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