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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선영 소장 Sep 02. 2016

지시만 하는 리더의 한계

인재육성을 위한 가장 큰 무기, 질문을 제대로 활용하라.

 

아기의 심장에 구멍에 있군요. 

 한 산모가 첫 아이를 출산하고 행복에 잠기려는 순간 담당의사가 말을 건네 왔습니다. 밤에 혼자 남은 그 산모는 ‘이 아이를 살릴 수 있을까? 제대로 길러낼 수 있을까?’ 하는 불안한 마음을 한순간도 떨칠 수 없었습니다. 뒤척이다 깊은 새벽이 되었고 아이를 보고 싶다는 생각에 신생아실을 찾았습니다. 아직도 눈을 떼지 못하는 아이를 보자 참아왔던 눈물이 쏟아집니다. 그때 한 간호사가 지나가다가 아이를 보면서 오열하는 산모를 보았습니다. 간호사는 산모를 휴게실로 안내한 뒤 모든 이야기를 전심으로 들어 주었죠.

그리고 마지막에 상냥한 목소리로 한마디를 던집니다.    


그런데 심장에 구멍이 있는 아기는 필요 없으신 건가요?

 

산모가 깜짝 놀라서 대답합니다.

“아니요.”

“맞아요. 사연이 있었지만 아기가 하늘에서 당신을 찾아 왔잖아요.

아기가 걱정되면 언제든 신생아실로 오세요.”


조금 전까지 아기의 장래에 대한 불안으로 괴로워하던 산모는 간호사의 질문 하나로 가장 중요한 사실을 깨닫게 됩니다. 소중한 아기가 어려움을 뚫고 엄마에게 찾아온 것입니다. 베테랑 간호사 덕분에 이 아이를 훌륭한 딸로 잘 키워낸 어머니는 평생 그 질문을 떠올리며 살고 있습니다. 불안했던 날들이 감사의 순간으로 바뀌었던 순간을 잊을 수 없었지요. 이 이야기는 [눈물이 나올 만큼 좋은 이야기]라는 책속에 담겨있는 실화입니다.


고수는 질문을 적절하게 잘 활용합니다. 협상, 설득과 같은 사업상의 자리에서도 처음부터 자신의 의견을 강하게 피력하는 사람보다 상대방의 이야기를 조용히 경청하며, 질문을 던지는 사람들이 고수인 경우가 많습니다. 사람은 물로 이루어져 있다는게 사실이지만 그 물 안에는 자존심과 콤플렉스가 차지하는 비중이 크다는 사실이 더 중요한 것이죠. 그래서 사람은 상대방의 지시와 명령보다 질문을 통해 움직이기 쉽습니다. 스스로 생각하고 그에 따라 움직인다고 생각하기 때문이죠.


특히 리더는 ‘사람은 남의 말을 따르기보다 자신에 결정에 따라 움직이기를 좋아한다’는 사실을 늘 염두에 두실 필요가 있습니다. 적절하고 정확한 질문은 두 책무의 완성도를 높여줍니다. 질문을 통해 목표한 자리로 이끌고 가는 힘, 부하직원의 머리와 가슴을 가동시키는 힘을 활용하셔야 합니다. 

  

고대 그리스 철학자 소크라테스는 당대 최고의 달인으로 불렸지만 그는 ‘무지의 지智,’ 를 내세워 “나는 아무것도 모른다. 유일하게 내가 아는 것은 내가 아무것도 모른다는 것뿐이다.”라도 말했습니다. 그럼에도 너무 많은 변론가를 굴복시킨 탓에 그는 큰 원한을 샀고, 사형으로 인생을 마무리했습니다. 뭐든지 아는 것처럼 으스대는 변론가들을 굴복 시킬 수 있었던 소크라테스의 비법은 무엇이었을까요? 


소크라테스의 무기는 오롯이 질문이었습니다. 상대에게 질문하고 답을 들은 뒤 다시 질문하는 방식을 고수하면서 상대방의 대답 속에서 모순을 찾아내는 논쟁기술을 활용할 뿐이었습니다. 먼 역사로 거슬러 올라가지 않더라도 질문의 위력은 자주 발견됩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청문회에서 국민적 스타로 부상하게 된 이유, 손석희 교수가 시사 프로그램 최고의 사회자로 각광받는 이유, 법륜스님의 즉문즉설에 그 많은 사람들이 열광하는 이유도 질문의 위력과 맞닿아 있습니다.   


사람을 키우는 일에서 질문의 위력은 더 커집니다. 얼핏 보면 질문보다 명령이 효과적이라고 보입니다. 지시 받은 대로 시키기만 했던 상사는 지시 받은 사항을 제대로 이해하고 정리하는 시간을 가져야만 비로소 질문을 할 수 있게 되지요. 그런 의미에서 게으른 상사에게 질문은 비효율이며, 거추장스럽습니다. 대충대충 일하는 부하직원에게도 질문은 귀찮은 일입니다. 지시 받은 일만 하는 직원에서 그 일을 곱씹고 전후좌우를 살펴야 하기 때문에 몇 배의 에너지가 필요한 일이죠.


일을 하면서 질문을 주고받을 수 있는 상사와 부하가 많아진다면 열정이 있는 상사와, 주도성이 있는 부하직원이 늘고 있다는 신호로 받아들여도 좋습니다. 이들이 질문을 통해 또 얼마나 성장하고 소통할까요. 점점 알아서, 찾아서 일하는 회사가 될 것입니다.       

확실한 이해가 필요한 직업이라면 더 질문이 필요합니다.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은 것 같아?’로 바로 대답이 나오지 않는다면 ‘이렇게 생각해 보면 어떨까?’하는 힌트를 활용해서 상대방이 문제를 풀어올 것이라는 믿음과 내가 적극적으로 돕겠다는 선의를 가지고 질문의 엔진이 가동될 때까지 꾸준히 시도해야 합니다.  

   

리더로서 질문자는 안전한 곳에 숨어서 남을 공격할 수 있는 곳에 서 있습니다. 대답하는 사람 보다 유리한 고지에 서 있지요. 상사로서 질문자는 남자의 몸을 완벽한 곡선의 아름다움으로 재현해 낼 수 있는 사람입니다. 마치 미켈란젤로처럼 말이지요. 그 이후에 질문자는 다비드 상과 같은 빛나는 성취를 지원하고 목표를 향해 함께 전진해 나가면 될 것입니다.


적절한 질문을 통해서 성과와 육성의 두 마리 토끼를 잡아보시길 바랍니다. 무럭무럭 성장하는 부하직원을 보면서, 또 지시할 일이 점점 줄어들게 된 자신을 보면서 리더와 팔로워는 함께 콧노래를 부르게 될 것입니다. 




나는 여섯 명의 정직한 하인이 있었다. 그들은 내가 아는 모든 것을 가르쳐주었다. 그들의 이름은 어디, 무엇, 언제, 왜, 어떻게 그리고 누구다.

영국의 소설가 루이야드 키플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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