둑에 앉은 엄마

짧은 통화 속에서 들려온 그리움과 슬픔

by 마이생각

늘 그렇듯, 운전을 하며 엄마에게 전화를 걸었다.

“엄마, 뭐 해?”

“응, 운동하고 둑에 앉아 있어.”

“혼자?”

“아니, 저 너머 아지매하고 같이 운동하고 앉아 있어.”

“아~ 알겠어. 이야기 나눠.”

짧은 통화는 그렇게 끝이 났다.


그 몇 마디의 대화가 내 마음을 오래 붙잡았다.

아빠가 폐암으로 투병하신 지 벌써 여덟 달째.

자식들이 아무리 곁에 있어도,

가장 가까이에서 아빠를 돌보는 건 결국 엄마의 몫이었다.

그 사실을 너무도 잘 알기에

그동안은 눈물이 나려 해도 꾹 참아왔다.

슬픔을 애써 외면하며 하루하루를 버텨왔는데,

‘둑에 앉아 있다’는 그 한마디가

왠지 모르게 내 마음을 무너뜨렸다.


눈앞에 시골 둑길이 그려진다.

앞이 탁 트인 그 길 위,

엄마는 운동을 마치고 잠시 숨을 고르며 앉아 있었겠지.

바람이 스치고, 하늘은 높고,

그 아래서 엄마는 무슨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을까.

마음 한켠에선,

무엇을 말하지 못한 채 꾹 눌러 담고 있었을까.


그 장면을 떠올리니

눈물이 조용히 흘러내린다.

그동안의 시간이 주마등처럼 스치며,

지금 내 마음이 엄마의 마음과 겹쳐진다.


탁 트인 둑 위의 그 자리,

엄마는 오늘도 그렇게 하루를 견디고 계신다.

그 자리에 앉아,

세상 가장 깊은 사랑을 품은 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