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읽고 소통을 하니 숨통이 트이는 것 같았다
우리 아이들이 성장했을 때 자존감을 가지고 자신을 사랑하며 살게 되기를 바란다. 자신의 소중한 가치를 알면서 스스로의 노력으로 결과를 만들어 가는 사람으로 성장하기를 바라고 있다. 그렇게 되기 위해서는 우선 엄마인 내가 자존감을 가지고 나를 사랑하며, 스스로의 가치를 만들어 가는 사람이 되어야겠다고 생각했다. 꿈을 가지고 도전하며, 행복하게 사는 엄마가 되고 싶었다.
직장을 다닐 때, 결혼을 하고 첫째 아이를 낳을 때까지만 해도 열심히만 일하다 보면 언젠가는 행복이라는 열쇠가 나에게 저절로 오게 될 거라 믿었다. 성실하게 직장 다니고, 매일의 일상을 살다 보면 행복하게 살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그러다 직업을 변경하고 둘째 아이를 낳으면서 일상의 행복이 자연스러운 일이 아니라는 걸 깨달았다. 첫째 아이는 친정 엄마께서 세 살까지 키워주셨기 때문에 육아가 많이 힘들지는 않았다.
둘째 아이를 낳고 집에서 독서 교실을 하는 독서논술교사가 되었다. 두 아이의 육아 및 살림을 전적으로 맡으면서 세상은 내가 알던 세상이 아니게 되었다. 성공적인 직업 전환을 하고, 차츰 독서 교실도 자리를 잡아가고 있었지만 뭔가 허전했다. 이렇게 살다 보면 아이들이 엄마의 삶에 대해 이해를 하게 될지 궁금했다. 우리 아이들이 몸과 마음이 건강하게 잘 살기를 바라고 있는데, 엄마인 나도 그렇게 살고 있는지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졌다. 유난히 힘든 날에는 직장을 그만둔 것에 대한 후회가 밀려왔다.
둘째 아이를 낳고 아이가 여섯 살이 될 때까지 낮은 자존감으로 힘든 시기를 보냈다. 직장을 괜히 그만두었다는 자책감과 앞으로 살아갈 날에 대한 불안감으로 매일을 보냈다. 우울했다. 나만 뒤처진 것 같고, 세상에 동떨어진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우울한 날이 몇 년 동안 이어졌다. 둘째 아이가 여섯 살이 되었을 때 무작정 책을 읽기 시작하였다.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고 싶었다.
닥치는 대로 책을 읽었다. 새로운 직업에 빨리 적응하고자 주말에도 공부를 하고 공부에 아낌없이 투자하였다. 우울한 마음을 떨쳐내기 위해서도 읽었다. 책에는 성공한 사람들의 이야기가 많았다. 나도 그들처럼 뭔가를 이루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나도 할 수 있을까?'라는 망설임과 주저함이 '그래 한 번 해볼까?'라는 마음으로 서서히 바뀌어갔다. 둘째 아이가 일곱 살이 되었을 때 블로그를 다시 시작했다. 블로그를 시작하면서 새로운 삶에 대한 꿈을 꾸었다. 책을 읽고 기록을 남겼다. 그리고 그동안 직장 생활에서의 경험, 독서 교사로서의 새로운 출발에 대한 경험이 함께 어우러져 나의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시간이 올 것이라고 믿었다. 좋아하던 책과 관련된 일이었기에 책과 관련된 일을 확장하고 싶었다.
온라인에서 블로그 글쓰기도 하고, 인스타그램에 책 소식도 올렸다. 2019년 6월 <<엄마와 아이가 함께 하는 독서 습관>> 프로그램을 시작하여,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다. 조금이라도 도움을 주고 싶어서 카페를 개설하여 미니강의도 올려 보고, 독후활동 자료도 올려 보았다. 방학 동안 글쓰기 습관을 만들고 싶어서 방학 프로그램을 별도로 하였다. 시간을 거듭하면서 소수의 사람이지만 친구보다 더 소중한 사람들의 모임으로 발전되었다. 같은 또래를 키우는 엄마들이다 보니 책 정보를 얻는 경우도 많았고, 다른 아이들은 어떻게 독후활동을 하고 있는지 배우는 기회도 되었다. 사람들을 도와준다는 명분으로 시작한 일이었는데 어느새 내가 도움을 받고 있었다.
혼자서 하는 일을 좋아하고, 사람들과 시끌벅적하게 모임 하는 걸 안 좋아하는 성격이라고만 생각했는데 의외로 온라인에서 글을 쓰고 생각을 나누는 일은 마음에도 맞았고 괜찮았다. 온라인에서 만난 인연이지만 아이들이 어렸을 때부터 사귀어 온 친구 같은 느낌이 든다. 이 모임을 운영하지 않더라도 지금 이어지고 있는 인연은 계속 이어가고 싶다.
만약 육아나 일로 힘들고, 나를 찾기가 어렵다면 같은 고민을 가진 엄마들과의 모임을 추천한다. 다만 동네 엄마들과의 모임은 학원 비교나 사교육 경쟁의 대화로 갈 가능성이 많으므로 전혀 다른 곳에서의 모임이 더 좋을 것 같다. 온라인으로 맺어진 인연은 얼굴 보고 차 마시며 시작하지는 않았지만 더 끈끈하게 서로를 챙기기도 하고, 때로는 느슨하게 연결되기도 하였다.
동네에서 독서교실을 운영하고 있어서 동네 엄마들과의 만남을 조심하는 편이었다. 첫째 아이의 친구 엄마들은 아이들이 1학년 때부터 나를 믿고 아이들을 수업에 보내주었고, 여전히 믿어주고 있다. 하지만 힘든 감정에 대해서 털어놓는 건 동네 엄마들보다는 글이 편했다. 글을 적으면서 책에 대한 내 생각을 꺼내기도 하였고, 독서 수업을 하면서 읽는 책 외에도 다양한 책을 읽으며 사람들과 소통을 하니 숨통이 트이는 것 같았다.
<<엄마와 아이가 함께 하는 독서습관>> 모임에서는 매월 엄마들의 지정 책을 선정하여 함께 독서모임을 하고 있다. 정해진 시간에 같은 책을 읽고 카카오톡을 통해서 좋은 글과 생각을 공유하고 있다. 가장 소극적인 형태의 독서모임이지만 느슨한 연대와 마음 나눔이 오히려 길게 이어지는 원동력이 되었다. 혼자서만 책을 읽었다면 끝까지 다 읽지 못했을 책도 함께 읽으면서 완독을 할 수 있었고, 독서모임 운영자이기 때문에 서평을 쓰려고도 노력을 하다 보니 책에 대해 조금 더 많이 이해를 하게 되었다. 혼자였더라면 쓰지 않았을 능력 등이 온라인 모임을 통해 자극을 받고 발전이 된 것이다.
온라인 세계는 책을 좋아하는 엄마나 책 육아에 관심 있는 엄마들과 새로운 연결을 만들어 주었다. 좋아하는 책을 읽고, 책과 함께 이야기를 나누는 과정이 좋았다. 엄마가 되고, 마음의 치유를 해 나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