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시선과 이유 Jun 10. 2022

아이에게 책 읽어주기, 엄마에게 읽어드리기

아이에게 해 주고 싶은 일, 부모님께 해 드리고 싶은 일

블로그에 기록을 남기다 보니 가족에 대한 글을 많이 읽어볼 수 있었다. 아버지의 이야기를 글로 적고 싶어서 브런치 작가가 되어 글을 적었다. 이웃들 중에서도 비슷한 경험을 한 분들이 많다 보니 자연스럽게 소통이 되기도 하였다. 기록을 남기기 위해 적은 글이었지만 공감을 해 주고 위로를 해 주시는 분들 덕분에 힘이 났다. 나만의 공간에서 나를 기록하며 성장을 하게 되었다. 


책을 읽고 글을 쓰는 것은 다른 사람을 도와주는 일이었다. 아이들의 책 읽기와 글쓰기를 도와주는 일도 보람 있다. 책을 읽고 서평을 남기거나 독서논술에 대한 이야기를 쓰고 있으니 스스로에 대한 결과물이 남는 것 같았다. 왜 이 책이 좋은지, 책을 읽고 나서 생각이 어떤지, 누구에게 추천해 주고 싶은지 생각하게 되었다. 아이들에게도 책을 읽고 글을 쓰라고 권하였다. 글을 쓰면서 아이도 자신의 생각을 들여다보고 자신이 하고 싶은 말을 생각해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엄마인 내가 책을 읽으면 아이도 엄마의 모습을 보며 책을 잘 읽는 법을 배우겠지. 책을 읽는 것이 숙제가 아니라 즐거워하면서 읽을 수 있도록 도와주고 싶었다. 아이와 책으로 연결되고 싶었다. 그러기 위해서 가장 원칙적이면서도 쉬운 방법은 책 읽어주기였다. 아이와 시간을 정해 10분이라도 책을 읽어 주었다. 열 살인 둘째 아이에게는 아직도 책을 읽어 주고 있다. 글의 분량이 많은 동화책인 경우에는 며칠에 걸쳐서 읽어주기도 하였고, 엄마와 아이가 페이지를 번갈아가면서 읽기도 하였다. 


아이에게 책을 읽어주는 건 아이를 위한 일만은 아니었다. 그림책을 통해 엄마인 나도 위로가 되었다. 아이를 키우면서 어렸을 때의 나를 만나기도 하고, 그림책 속의 아이에게 공감이 되기도 하였다. 아이에게 책을 읽어주면서 부모님께 해 드리고 싶은 일이 생겼다. 그림책을 읽어드리는 일이다. 아이에게 읽어준 것처럼 엄마께 권정생의 <<훨훨 간다>>를 읽어드리고, 사노 요코의 <<100만 번 산 고양이>>를 읽어드리고 싶다. 아버지의 몫까지 엄마께 읽어드리면 좋겠다. 


책 읽기는 아이가 어릴 때만 해 주는 게 아니다. 아이가 커서도 엄마의 품은 따뜻하게 느끼기 때문이다. 책을 읽어주는 건 엄마로서 아이에게 사랑을 전하는 의식 같았다. 아이는 엄마의 목소리를 들으면서 편안함을 느꼈다. 책은 아이가 읽어달라고 할 때까지 읽어주면 된다. 


초등학교에 입학했다고 해서, 읽기 독립을 했다고 해서 책 읽어주는 것을 멈추는 게 아니라 아이가 원할 때까지 읽어주려고 한다. 아이에게 책을 읽어주는 것은 독서 교육의 의미만 있는 건 아니다. 책을 중심에 두고 아이와 이야기할 거리가 생기는 것이다. 책에 대한 이야기도 하고, 그날 있었던 일을 이야기하기도 한다. 책을 통해 아이와 이야기하고 대화를 이어나갈 수 있는 것이다. 책이 매개가 되어 대화를 이어나가는 것처럼 부모님과도 책을 통해 이야기를 이어나가고 싶다.   


둘째 아이와 요시타케 신스케의 <<이게 정말 천국일까?>> 책을 읽었다. 아이는 그러면서 할아버지 얼굴이 보고 싶다고 하였다. 그 말을 듣자니 어쩐지 조금 눈물이 났다. 마음속으로 “아빠, 저도 보고 싶어요.”라고 중얼거렸다. 영화 <<미나리>>를 보면 윤여정 배우님이 "미나리는 아무데서나 잘 자라."라고 말을 한다. 아빠께서도 이렇게 이야기를 해 주고 계신 것 같다. 미나리같이 잘 사는 삶이기를 바라며 오늘도 아이와 책을 읽는다. 엄마께도 전화드려봐야겠다. 

이전 01화 엄마가 되고 마음을 치유하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