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 쌓는 삶, 마음의 기록
글을 쓴다는 건 두 가지 목표가 있는 것 같습니다. 나를 향하는 글을 쓰는 것이 첫 번째고 바깥을 향하는 것이 두 번째입니다. 그러나 두 가지의 글 모두 나를 이해하지 않으면 쓰기가 어렵습니다.
나를 향한 글은 내 생각과 마음을 이해하는 게 전제되어야 하니 당연하고요. 바깥을 향하는 글을 쓰는 것도 나로부터 시작되어야 합니다. 내가 직접 보고, 경험한 것에 대한 생각을 세상을 향해 내보이는 것이니까요.
추석 명절이 지나가고 있습니다. 오랜만에 부모님 만나 뵙고, 친척들이나 사촌과 만나 식사하는 자리 가졌어요. 친정 식구들과는 샤부샤부집에 가서 식사를 하고 친정에 가서 과일을 먹었어요. 김치며, 밑반찬이며 한 바구니 챙겨서 돌아왔습니다. 시댁에서는 해가 갈수록 명절 음식은 덜하고 함께 식사하는 정도로만 음식을 하기에 부담은 덜한 편입니다.
명절은 가족이라는 관계를 생각해 보게 만듭니다. 엄마와 며느리, 딸로서의 역할은 겹치기도 하고 어색할 때도 있습니다. 건강은 괜찮으신지, 식사는 어떠신지 안부를 여쭤보았어요. 친정 엄마는 명절이 시작되기 얼마 전에 유리가 발에 박혀서 응급 수술을 받으셨어요. 치료차 병원에 다니다가 갑자기 발톱 무좀 치료를 한다며 발톱을 뽑았다고 합니다. 이런 이야기를 들으면 깜짝 놀랍니다. 왜 항상 엄마는 결과만 통보하는 걸까요? "괜찮아. 이미 다 끝났어."라고 말하시고 잘 해결되었다 하지만요. 들을 때마다 마음이 쿵 내려앉습니다.
어제저녁 딸은 식사를 마치고 사촌들과 노래방에 다녀왔어요. 내 아이들이 크고 나서 나는 어떤 모습의 부모가 될 건지, 어떤 명절 모습일지 생각이 들더군요. 이번 명절은 연휴도 긴 편이고, 많이 쉬고 있어요. 그럼에도 명절은 약간의 피로감이 따라오기는 한 것 같아요. 어떤 관계이든 무게는 느껴지기 마련이니까요.
이러한 생각들이 글의 재료가 됩니다. 나를 향한 글은 딸로서의 나, 엄마로서의 나의 모습이고요. 이렇게 글을 쓰기 시작하다가 독자를 향해 글을 쓰면 바깥을 향한 글이 됩니다. 내면을 향한 글은 내 마음을 이해해야 하고요. 바깥을 향한 글 또한 나로부터 출발해야 합니다.
명절처럼 복잡한 마음과 관계가 얽혀 있는 시기일수록 글 쓰며 나를 돌아보는 일이 필요합니다. 나를 이해하는 글을 조금씩 쌓아가 보시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