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북큐레이터 에드가 Apr 13. 2021

[문학 에세이]일상에서 자유를 얻고 싶을 때

그리스인 조르바


다소 두꺼운 분량에 당혹스러웠다. 장편소설을 볼 때면, 이 책에서 무엇을 깨닫고 느끼게 될 수 있는가에 대한 기대감보다는, 몇 시간 정도면 이 책을 소화할 수 있을지에 관한 생각부터 하곤 한다. 니코스 카잔차키스 장편소설 그리시인 조르바. 볼륨감이 상당하다. 혼자서는 절대 못 봤을 것이다.



그리스인 조르바 줄거리 

https://book.naver.com/bookdb/book_detail.nhn?bid=6200221




그리스의 대문호 니코스 카잔차키스의 소설



이야기는 젊은 지식인 "나"가 크레타 섬으로 가는 배를 기다리다가, 60대 노인이지만 거침이 없는 자유인 조르바를 만나는 것에서 시작된다. 친구에게 '책벌레'라는 조롱을 받은 후 새로운 생활을 해보기로 결심하여 크레타 섬의 폐광을 빌린 "나"에게 조르바는 좋은 동반자가 된다. "나"와 조르바가 크레타 섬에서 함께한 생활이 펼쳐진다.


                   

자유를 맛보다. 


힘든 시간이었다. 압도적인 그의 섬세한 문체는 나를 집중하지 못하게 하였다. 그래서, 처음에는 몰입하기가 쉽지 않았다. 그의 세세한 문체가 다소 지루한 감도 있었다. 초반부를 넘겼을 때였나? 어느 순간 책에 매료되어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책에 집중했다. 그때 조르바가 등장했다. 자유란 무엇인가? 자유라는 단어에 대해 진중히 생각해본 경험이 있다. 스튜어트 밀에 자유론을 읽고 나서 자유에 대해 깊이 생각해 본 적 있다. 아니 깊은 척했던 행동을 해본 적이 있다. 그 당시 기억을 되짚어 보면, 자유 비스무레한 것을 이해한 척 해본 듯하다.



한번도 본적 없는 인물상. 조르바를 만나다.



나는 책벌레다. 책에서 나오는 이론을 통해, 무언가 이해했다고 떠들어대는 그런 벌레 말이다. 쥐뿔도 모르면서..... 책을 통해 자유에 대해 이해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나는 아는 게 없음을 인정한다. 자유를 알고자 함에 실올 같은 힌트를 조르바를 통해 느꼈다. 자신의 감정을 도무지 머리로는 이해하지 못해, 몸으로, 악기로 울부짖는 그는 무언가 아는듯하다. 조르바는 그 누구보다도 자신의 감정을 섬세히 잘 이해한다. 섬세히 이해한 자신의 감정을 그 누구보다도 있는 그대로 표현한다.


누가 봤을 때 미친 사람으로 보기도 하고, 현자로 생각하기도 한다. 그는 거칠다. 고민 따위는 하지 않는다. 그런 거친 들판에 풀어진 짐상같은 행동은 나를 놀라게 했다. 



그를 어떻게 표현해야 할까? 그는 참으로 매력있고 기이한 인물이다. 그는 들짐승 같은 느낌이 들며, 한 마리의 외로운 늑대 같기도 하며, 들판을 휘젓는 예술가의 느낌도 든다. 듣도 보도 못한 인물상이다.


그의 행동거지 하나하나가 내 삶 깊숙한 곳에 스며듦을 느꼈다. 길을 걸으며 문뜩 피식 웃고는 한다. 누가 보면 나를 미친 사람으로 생각하리다. 피식 웃으며 들었던 생각은 조르바 같은 친구가 한 명 있었으면 하는 작은 바람이다. 그 바람을 이루었다. 보르바는 내 공상에 단짝 친구가 되었다. 보르바라면 이 순간에 어떻게 행동했으며 판단을 했을지 상상한다. 그는 무미건조한 내 삶에 큰 웃음을 선사했다.



조르바를 통해 무언가 얽매인 나를 발견하다.


어느 순간부터 일까? 감정에 대해 솔직하지 못함을 느낄 때가 있었다. 그는 내게 말을 건넨다. 무언가에 얽매어 있는 듯하다고, 두목은 그 얽매임을 좀 벗어나야 한다고 당신은 젊지 않으냐고 말이다. 두목이라는 호칭은 책을 읽어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알 수 있다. 조르바는 글 속 화자를 불렀던 호칭이다. 그 호칭을 나에게도 사용하는 듯 했다. 그가 책에서 내게 건내는 여러 질문이 있었다. 몰아치는 질문에 나는 아무 말을 할 수 없었다. 무슨 이유에서인지 모르기 때문이다. 무언가에 얽매이기 시작한 이유에 대해서 말이다. 정확한 이유를 모르겠다. 어렴풋이 짐작만 할 뿐이다. 어렴풋하게 짐작하고 있음은 나로하여금 답답함을 느끼게 하였다. 다행스럽게 적절한 시기에 조르바가 내게 말을 건네주었다. 답답함이 풀어질 계기가 생겼다. 얽매임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이라는 확신이 들었다. 


조르바의 질문이 필요했던 시기가 분명했다. 무언가에 얽매여 발버둥 치고, 울고, 소리치는 나에게 일침을 가해주길 바랬던 거 같다. 무상의 허깨비 속에서 해어 나오지 못한 나에게 그의 일침의 자비심이 필요했다. 그의 자비심은 내게 확실하고도 매우 인간적인 길을 제시한다. 그 어떤 책도 이렇게 쉽게 사람의 마음을 현실에서 꿈의 세계로 옮겨 놓지 못했다.


심지어 존 스튜어트 밀의 자유론도 내게 진정한 자유란 무엇인지 깨닫게 하지 못했다. 아니, 그 당시는 내가 자유란 무엇인지 온전히 모르고 있었다. 조르바의 행동을 통해 꿈과 현실의 경계가 사라졌다. 경계가 사라지니 그간 생각했던 거추장한 문제들이, 눈독듯이 사라졌다. 사실 사라지지는 않았다. 크게 관심을 두지 않게 되었다. 이를 통해 자유를 맛볼 수 있는 계기가 되지는 않을까 라는 기대를 한다.


그는 만고풍상을 다 겪은 사람이다. 교육을 받아 본 적도 없어 보이는 듯한 행동을 하는 사람이지만, 그 누구보다 세상을 잘 이해하는 행동을 한다. 우리가 복잡하고 난해하다고 생각하는 문제들을 조르바는 칼로 자르듯 단숨히 해결한다. 그가 부러웠다. 그는 진리를 발견한 사람임에 분명하다.


그가 이야기한, 몸으로 울부짖었던, 악기를 연주하며 표현하려 했던 자유를 떠올리며, 깊은 슬픔과 기쁨에 상념에 빠져든다. 내가 자유롭지 못했던 것에 슬퍼하며, 이제는 자유로울 날을 떠올리며 기뻐했다.



조르바를 통해 내 삶을 돌아보다. 온전히 삶을 느껴볼 수 있기를 바라며.


삶은 모든 사람 앞에서, 죽음이라는 어두운 그림자를 통해 일회적으로 주어진다. 한정된 시간 속에 사는 우리는 그의 솔직함을 배워야 한다. 세월이 지나고 나서야 비로소 느낄 수 있을 내용을 미리 배워야 한다. 딱딱한 책의 논지로부터 벗어나고, 나의 모든 근심을 털어 버리고, 헛된 번뇌에서 내 마음을 해방시켜야 한다. 그를 통한 배움은 내게 큰 변화를 주었다. 그래서 한 가지 다짐했다. 지금 이 순간부터는 나와 직접적이고 확실한 접촉을 하겠노라.


말로 표현이 안되면, 노래를 부르고, 그것도 안된다면 춤을 춰버리자. 그렇게 된다면 조르바의 연주가, 그리고 그의 몸짓을 온전히 느껴볼 수 있지 않을까.



만약 자유가 무엇인지, 내 삶이 무언가에 얽매여 있다고 생각이든다면 그리스인 조르바를 읽어보기를 권한다. 당신에게 어떠한 계기가 될지는 모르겠다. 분명한건, 자유에대해 실올 같은 힌트를 얻을 수 있는 계기가 될지는 않을까 라는 생각을 해본다.










이전 05화 [문학 에세이] 있는 그대로를 사랑하는 마음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