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M.릴케-
줄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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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너 마리아 릴케의 유일한 장편 소설이자 대표작. 『말테의 수기』는 릴케가 파리 생활의 절망과 고독을 통해 29살부터 쓰기 시작해 6년 뒤인 1910년 출간한 일기체 소설이다. 덴마크 출신의 말테 라우리치 브리게라는 28살 청년의 눈으로 써 내려간 이 작품은 훌륭한 소설인 동시에 시인으로 다듬어져 가는 릴케의 내면을 반영한 고백서이기도 하다.
사람들은 살기 위해서 여기로 몰려드는데, 나는 오히려 사람들이 여기서 죽을 것 같다는 생각이든다.
릴케는 우리에게 무엇을 전하고자 펜을 집어 들었는가? 솔직하게 말하겠다. 그가 전하고자 하는 바를 느끼지 못하겠다. 다른 문학 작품과 사뭇 다른 느낌이다. 섬세함에 결이 다르다. 헤르만 헤세의 섬세함은 아름다움을 자아내는 느낌이다. 릴케가 드러내고 있는 섬세함은 직설적이며, 무언가 침울한 느낌이다. 또한 그의 글은 친절하게 느껴지지 않는다. 불친절하다.
문학책을 아직 몇 권 읽어보지는 않았지만, 다른 문학 작품의 저자들이 자신이 그리는 세계로 친절히 안내하는 안내자 역할을 자청한다. 그들은 우리가 느꼈으면 하는 바를 분명하게 전하고자 한다. 하지만 릴케는 다르다. 우리에게 무엇을 전하고자 하는 것이 아닌, 자신이 전하고자 하는 바를 분명히 드러내는 게 아닌, 자기 생각을 거침없이, 섬세하게 종이 위에 포효한다.
그에 무덤덤함이 나를 당혹스럽게 했다. 몰입이 어려웠다. 읽는 것 자체가 곤욕이었다. 연상 되는 것이 없었다. 당황스러움과 피곤함 속에서, 그의 섬세한 문체는 부러움을 자아낸다. 어찌 저리도 섬세한 표현을 하는가. 어찌 저리도 같은 세상을 다르게 느끼며, 표현해내는가. 이러한 소소한 감탄을 통해, 글을 읽어 나갔다. 글 읽으며, 의문이 들었다. 글을 읽을 때 몽롱한 느낌을 받았다. 이 몽롱함의 원인이, 내가 집중을 해서 작품 속으로 빨려 들어가서 그런 건지. 졸음이 쏟아져 꿈속으로 빨려 들어가서 그런 건지 분간이 되지 않았다. 후자가 맞는 듯하다. 단순히 졸음이 쏟아 진 거 같다.
원인은 무엇일까? 나의 연상 능력이 부족해서 그런 것일까? 라는 의구심을 품었다. 의구심과 함께 한편으로 그의 배려심 부족은 아닐지 그를 살짝 꼬집어본다. 조금만이라도 친절히 그의 세계 속으로 안내했더라면 하는 아쉬움을 안고 있었다. 만약 그가 친절했다면 이라는 발칙한 생각을 해본다. 만약 그가 친절했다면, 내가 느꼈던 릴케 만에 묘하면서도, 솔직하고, 침울한 느낌을 받지 못했을 것이다.
릴케는 릴케이다. 그가 릴케가 아니었다면, 말테의 수기는 우리 기억 속에 남아 있지 않았을 것이다. 나의 바람은 이기적이었음을 시인한다. 그리고 나는 있는 그대로의 그를 느껴보기로 했다. 겸허히 그를 받아들이기로 했다. 그의 문체에 대해 불만을 품기보다. 반갑게 받아들여 보기로 했다. 무언가 이해하려고 하는 나의 '지식욕'을 저버리고, 그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 보기로 했다. 마음이 한결 편해졌다. 그의 섬세한 손짓을, 있는 그대로 즐길 수 있었다.
그의 책을 통해 느꼈던 감정을, 그의 시에서 다시 한 번 발견하였다.
반가운 마음에 시 한 편 공유해보고자 한다.
사랑에 빠질수록 혼자가 되라
사랑에 빠진 사람은
혼자 지내는데 익숙해야 하네.
사랑이라고 불리는 그것
두 사람의 것이라고 보이는 그것은 사실
홀로 따로따로 있어야만 비로소 충분히 전개되어
마침내는 완성될 수 있는 것이기에.
사랑이 오직 자기 감정 속에 들어 있는 사람은
사랑이 자기를 연마하는 일과가 되네.
서로에게 부담스런 짐이 되지 않으며
그 거리에서 끊임없이 자유로울 수 있는 것,
사랑에 빠질수록 혼자가 되라.
두 사람이 겪으려 하지 말고
오로지 혼자가 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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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라이너 마리아 릴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