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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여행, 코로나 그리고 인생

by 셰르

정말 오랜만에 근황을 적는 것 같다.

화면 캡처 2023-01-14 101528.png

2015년 인도 뭄바이를 시작으로 여행이 시작됐다. 이후 많은 나라를 거처 한국으로 잠시 돌아온게 코로나가 터지던 2020년이다. 그때는 코로나가 돼지 열병이나 매르스 정도 되는 전염병정도로 여겼다. 이후 해외여행을 시도 했지만 국가간 이동은 쉬지 않아 보였고, 그런 불편함을 감수하면서 까지 여행을 다니고 싶지 않았다.


이시기에 무엇보다 나는 가정을 꾸리고 싶었고, 이제는 어딘가 뿌리를 내리고 열매를 맺고 싶었다. 한국에서의 생활은 무미 건조했다. 게임 회사에 들어가 모바일 게임 기획을 했고, 주말엔 집에서 게임을 하거나 술을 마셨고, 심지어 회사에 가서 게임을 하던 날도 있었다. 그렇게 1년은 금방 지나가버렸다.


게임 회사를 그만 두기 일주일 전 지리산 여행에서 샛별을 만났다.

"산도 좋고 바다도 좋고 걷는 것을 좋아한다."하는 샛별에게 산티아고 북쪽길을 함께 가자고 했다. 텐트와 여권 화장품과 구두한쌍 그리고 옷가지들을 챙겨서 비행기를 타는데 까지 일주일이 걸렸다.

그녀는 베르셀로나에 도착한 날 수백명이 있는 해변에서 속옷을 던져버리고 바다에 뛰어들었다.

엉데(handaye)라는 낯선 도시에 내려 830km의 첫발을 내딛을 때 느낀, 설레던 마음이 생각난다. 그때는 코로나로 인해 모든 숙소가 문을 닫았을지 예상하지 못했고, 어두운 밤 빨간 십자가가 우리의 밤을 그렇게 안전하게 지켜줄지 몰랐다.

약 40일을 캠핑을 하며 산티아고를 걸었다. 약 15밤은 공원이나 교회 앞에서 그리고 15밤은 해변 모래사장에서 그리고 15밤은 도시와 해변이 내려다 보이는 산 봉우리나 절벽에 텐트를 치고 아영을 했다.

21년 9월 3일 830KM의 여정을 무사히 마쳤다. 발바닥은 딱딱해지고, 피부는 검게 그을렸지만, 무엇이든 할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이 더욱 강해졌다. 그리고 스페인을 떠나기 10시간 전 짜파게티와 보드카, 꽃다발 앞에서 서로의 인생을 함께 하기로 약속했다.

서로의 마음이 확고하다면 결혼이라는 것은 생각보다 복잡하지 않다. 가까운 동사무소에 걸어가서 서류 한장을 가지고 증인 두명의 서명을 받아오면 그것으로 결혼이 성사 되는 것이었다. 결혼을 하고 나서 가족이 하나 둘씩 들었다.

처음엔 룽지가 생겼다.

레오가 생겼다.

루나가 생겼다.


작은 집을 얻어 아내와 룽지 레오 그리고 루나와 함께 행복한 시간을 보내고 있다. 현재는 가족들을 데리고 여행을 가는 것도, 옆동네 캠핑을 다니는 것도, 심지어

주말에 장을 보는 것도 쉽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삶을 여행한다. 이 넓고 광활한 지구에서 개미굴 같은 아파트 1,2칸에서 인생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기에는 인생이 너무 아깝지 아니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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