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바람이 스친 순간
제1장. 생존의식 – 「살기 위해 숨 쉬는 도시」
Part 2 – 진짜 바람이 스친 순간
정전은 오전 10시 13분 34초에 발생했다.
정확한 시간은 시스템 로그로 기록되었다.
그러나 그 순간 나는, 처음으로 시간과 무관한 ‘현재’를 느꼈다.
생체정원의 한 구역, 가장 낡은 북쪽 모듈이 정지했다.
공기 순환이 멈추고, 벽면을 감싸던 온도 조절막이 꺼졌다.
그곳엔 기술이 아닌 무언가가 있었다.
냄새였다.
흙냄새.
가짜 포자들이 아닌, 땅의 진짜 분해 냄새.
축축하고 숨을 끌어당기는 그 향이 폐 깊숙이 들어왔다.
그리고—빛.
어디선가 균열이 생겼는지, 위층 틈으로 진짜 빛이 흘러내렸다.
황금빛… 잿빛 필터를 통과하지 않은, 순수한 광선.
내 눈은 그 빛을 향해 자동으로 감겼고, 동시에 모든 감각이 반응했다.
그 순간, 누군가가 내 뒤에 있었다.
소리 없는 발소리.
그리고 방울 하나.
은은하게 울리는 청명한 방울 소리.
돌아보지 않았지만 느낄 수 있었다.
바람이 스쳤다.
그 바람은 내 어깨를 타고, 목덜미를 지나, 숨을 통해 복부로 스며들었다.
그리고 손.
그녀의 손이 내 복부, 천골 위에 조용히 닿았다.
말 없이, 부드럽게.
그녀는
말하지 않았다.
빛과 소리와 리듬으로 다가온 존재.
나는 멈췄다.
숨이 멎는 줄 알았다.
그러나 동시에, 숨 쉬고 있다는 것을 처음으로 느꼈다.
기계적 흡입이 아니라, 진짜 공기의 흐름.
복부가 움직이고, 심장이 반응하고, 몸의 중심에서 뜨거운 진동이 일었다.
그녀는 아무 말 없이 내 손을 잡았다.
그 손은 놀라울 정도로 따뜻했고,
그 따뜻함은 내 신경 끝을 타고 올라가, 오래 잊고 있던 감각의 회로를 켰다.
덜컥 눈물이 났다.
이유는 없었다.
하지만 확실했다.
살아 있다고 느낀 그 순간, 내 감정은 회복되었다.
아주 미세하지만, 되돌릴 수 없는 파열이었다.
그녀는 다시 아무 말 없이, 발소리 없이, 방울 소리를 울리며 사라졌다.
나는 그녀가 진짜 존재였는지, 감각의 환영이었는지 분간할 수 없었다.
하지만 한 가지는 확실했다.
내 안의 어떤 것이, 돌이킬 수 없이 깨어났다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