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의 물결, 말하지 못한 사랑
제2장.「울지 못한 감정들의 폭풍」
Part 2 – 기억의 물결, 말하지 못한 사랑
감정의 해방은 일시적이었다. 울고 난 뒤, 나는 무너졌다.
동시에 무언가를 마주했다.
내 안에 있던 빈자리.
그곳은 오래 전부터 존재했던 상실의 공간이었다.
무채색 드레스, 말 없는 눈빛. 그녀는 소리 없이 나를 향해 걸어왔다. 감정으로 물결치는 정서장의 하늘 아래, 그녀는 조용한 이슬처럼 스며들었다.
나는 말이 막혔다. 그녀를 알 것 같았다. 아니, 알고 있었다. 언젠가, 어딘가에서…
가슴 안쪽에서 어떤 기억이 피어올랐다. 그것은 정확하지 않았다. 이름도, 장소도, 사건도 흐릿했다. 하지만 감정은 선명했다. 또 다른 나. 과거의 나. 나라고 생각지 못했던 나의 모습들. 전생에 나라고 까지 느꼈던.
그녀를 사랑했다.
그러나 표현하지 못했다.
그녀는 입을 열지 않았다. 단지 내 앞에 서 있을 뿐이었다. 그 조용한 존재감은 내 억눌린 감정을 건드렸다.
그녀의 손끝에서 이슬이 피어났다. 잡았어야 했던 손, 말했어야 했던 마음, 하지 못한 고백들이 그 안에 있었다.
나는 피하고 싶었다. 내 안의 약함, 무능력, 후회를 다시 보는 것이 두려웠다. 그러나 그녀는 다가와 내 손등에 손을 얹었다.
그 손은 차가웠다. 그리고 따뜻했다.
마치, 아직 끝나지 않은 이야기의 마지막 문장처럼.
“하윤...” 나는 속삭였다. 이름이 터져 나왔다. 잊지 않았던, 잊으려 했던 이름.
그 순간, 번쩍하며 하늘이 울었다. 땅은 진동했고, 하늘의 빛은 뒤엉켰다. 울지 못한 감정들이 흘러나왔다.
사랑이었다.
표현되지 못한 사랑.
거절될까 봐 꾹 누르고, 상황이 맞지 않아 삼켜버린, 그러나 사라지지 않았던 감정.
그녀의 눈동자 속엔 말 없는 하늘이 있었다. 나는 그 하늘에 반사된 내 얼굴을 보았다. 그리고 알았다. 나는, 그때도 지금도, 사랑하고 있었다.
그녀는 말하지 않았다. 바람이 일었다.그녀의 형상이 흐려졌다. 그녀는 천천히 사라지고 있었다.
털석.
나는 그 자리에 주저앉았다. 무릎을 꿇고, 얼굴을 손에 묻은 채, 조용히 흐느꼈다.
이것은 조용한, 그러나 깊은 울음이었다.
그 울음은 폭풍이 아니라 비였다. 잔잔한, 그러나 멈출 수 없는 비.
그리고 그 순간, 다시 루나가 했던 말이 떠올랐다.
청명한 방울 소리, 은빛 리본이 흔들리고, 그녀의 맨발이 떠올랐다.
“이건 네 것이야. 저건 배운 것이고.”
지금 느끼는 감정은 나의 것. 그러나 오랫동안 억눌러왔던 감정의 일부는 누군에게서 주입된 두려움, 학습된 통제처럼 느껴졌다.
나는 숨을 들이쉬었다. 그리고 내쉬었다. 처음으로 감정을 억누르지 않고 흘려보내며, 그 진위를 몸으로 식별하려 했다.
호수가 잔잔해졌다. 하늘엔 평온이 깃들기 시작했다.
그리고 나는, 그 중심을 찾아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