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꿈꾸는 유니버스 Jul 26. 2023

언제까지 열심히 살꺼야?


한번도 난 정말 열심히 산다고 생각해 본 적이 없는 건 아닌데,

그렇다고 엄청 열심히 산다고 생각도 안해봤다.


그런데, 문득 '열심히 살지 말까' 이런 생각이 드네?


내가 나에게 협박하듯이 물어보곤, 다시 살살 달래고 있는 모습이 가관이다.

'아니야, 그러지마. 왜 그렇게 생각해', 내 모습이 참 가관이네.

열심히 살아본 적이 그리 많지 않은데,

갑자기 열심히 살지 말까라는 생각이 드는 건 왜 그런거야?


뭔지는 잘 몰라도 열심히 살지 말아야지 하면서 열심히 살고 있는 걸,

바로 내가 알았나보다. 나도 모르게.

언제까지 열심히 살꺼야?




오늘도 어김없이 차에 시동을 걸고 무심한 듯 도로로 미끄러져 나간다.

비가 이제는 그쳤나보다. 장마가 끝나간다고?

이제 또 더위를 어떻게 이겨내나, 작년에는 어떻게 더위를 났나라는 생각이 스쳐간다.


신호를 건너려고 밟았다가 놓았다가 하는 사이, 어느덧 어느 한 신호등 앞에 선다.

길을 건너기 위해 기다리는 다양한 옷차림의 사람들, 얼굴은 굳어있지만 발길을 활기차다.

손에 어깨에 맨 가방들이 어깨를 살짝 눌러대지만, 그 정도는 견딜만하다면서 신호가 끊기기 전에 발길이 숨가쁘다.


아침부터 커피도 한잔 못하고 출근해서는, 집에서 가방에 후다닥 구겨넣은 드립커피 봉지를 꺼내 정수기 앞으로 가서 종이컵 앞 주둥이를 삼각형으로 만들고는 뜨거운 물을 드립에 부어내린다.

한 손에는 종이컵, 한 손은 텀블러의 허리를 잡고 서서는 커피를 내린다.


하나 둘씩 출근하는 친구들을 보면서 '저 애는 무슨 생각으로 오늘 출근했을까' 의아해한다.

'어제 뭐 했어?' 꼰대처럼 이런 질문을 하다니.

'출근했는데요' 맞네, 그 말이. 어제도 난 너를 사무실에서 봤으니.

정답인데, 틀린 답이라고 하고 싶었다.

'주말에 뭐해?'라는 습관적인 질문에, 슬쩍 미소만 띄우고는 컴퓨터에서 눈을 떼지 않는다.

나도 답을 기대하고 물어본 건 아니지만, 정말 다들 주말에 뭐하는지 궁금하긴 하더라.


매번 똑같은 주말을 맞이하는 듯한 일상이 조금은 기다려지기도 하고, 조금은 싫증이 날 때도 있다.

주말에 좀 쉬어야지 하면서도 매주 토요일 아침에는 왜 그렇게 눈이 일찍 떠지는지.

아침에 일어나 책을 펴놓고 읽지도 않으면서 시간을 보낸다.

그런 주말이 기다려지는 건, 읽지 않아도 되는 책을 펴놓고 시간을 보낼 수 있는 낙이 있기 때문이다.


책상 앞에 앉아 탁탁 키보드를 쳐가면서 일하는 척하다가 습관처럼 스마트폰을 꺼내 메세지를 살펴본다.

쓸데없는 카톡 메세지를 읽은 척 하면서 지워내기 바쁘고, 브런치는 무슨 글을 써볼까 가끔 뚫어지게 쳐다보다 다시 엑셀과 파워포인트를 번갈아가면서 일의 진도를 빼본다.

쑤욱 자라났으면 하는 나의 자산나무는 생각만큼 커가지 못하고 있고, 이 나무를 언제 다 키워서 열매를 따 먹나하고 하지 말아야 할 한숨에 옆 사람이 슬쩍 쳐다본다.

'이 한숨의 뜻을 너도 아마 알거야, 나도 너의 그 한숨을 이해했으니 말이야'


점심 때만 되면 다들 전쟁터에 나간다. 반드시 이 점심은 맛있는 걸 먹어야 내 인생이 풍요로워지기 때문에, 누구보다 맛있는 음식으로 오전의 나에게는 보상을, 힘겹게 버틸 오후의 나에게는 그럴듯한 용기를 주어야 한다.

지갑 하나씩 끼고, 아 아니지 스마트폰만 달랑 하나 챙겨서 너도 나도 12시도 되기 전에 후다닥 회사 사무실을 나선다. 어떻게 험한 오전 시간을 버텼을까할 정도로 사람들의 입은 이미 굶주려있다.

식사시간에는 음식 뿐만 아니라 온갖 사람들이 입으로 들어갔다 왕창 씹혀서는 '퉤' 버려진다.

입맛을 버릴 지언정, 씹는 맛을 포기할 수 없는 직장인들이여.

부디 튼튼하고 건강한 이를 위해 치아관리에 각별히 신경쓰시기 바란다.


이제 곧 퇴근시간인가? 오늘 할일을 내일로 미루는 것쯤은 내가 제일 잘하는 일이지.

'그래 오늘 능률이 떨어진 상태에서 하는 것보단 맑은 정신으로 내일 해내는 것이 훨씬 낫지'라고 중얼거리면서, 내일 아침 능률을 바닥에서 지하로 떨어뜨릴 만큼 거나한 저녁식사를 잡아본다.

한잔 기울이며, 점심시간에 갈고 닦은 그 치아로 한 두명은 거뜬히 해치운다.

내일은 휴가낼까? 내일로 미룬 오늘의 할일은 또 하루가 밀리는 걸까?

아마, 아무도 모를꺼니까, 내일 하루만 휴가를 내자하고 2, 3차로 내달린다.


아침이 되자마자, 스마트폰의 알람과 함께 전화가 울린다.

이게 열심히 사는게 아니면 뭘까라고 매번 되내이지만,

이렇게 살고 싶지 않다고, '언제까지 의미없이 열심히 살꺼야'라고 머리를 쥐어뜯으면서 어김없이 신발을 신고 있다.

매거진의 이전글 칭찬받아 마땅한 배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