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부터 일찍 눈을 뜨고는 삐걱거리는 마룻바닥을 조심스럽게 내딛으며 스마트폰을 찾는다. 어제 저녁보다 조금 더 쌀쌀해진 날씨에 아침부터 당황할 수 밖에 없었다.
날씨로 호텔이 아닌 민박집은 일반 주택이라 그런지 쌀쌀한 기운을 오롯이 우리에게 전해준다. 감히 상상도 못할 두꺼운 이불로 몸을 휘감고 자야 할 정도로 쌀쌀해졌다는 건 아마 여행중에도 날씨가 여전히 변덕스러울 거라는 확신이 든다.
아침에 일어나 한인민박에서 주시는 뜨끈한 밥과 매콤한 돼지두루치기로 여행의 기력을 충전하고 오전일정을 소화하려고 집을 나서본다. 프랑스의 일반집을 민박으로 사용하는거라 계단부터 입구 출입문까지 프랑스 감성이 그득해서 가족들이 더 좋아한다.
아침 9시를 조금 넘겨 나비고패스를 만들기 위해 숙소 근처 ‘Convention Metro역’으로 갔다. 우리 숙소는 Vaugiard와 Convention역 중간에 있는데 역, 버스승강장, 카르푸마켓, 스타벅스 등 교통과 부식 쇼핑을 위해서는 최적의 장소인 것 같다.
아이가 있거나 어른들이 있다면 이 구역이 제일 좋은 곳 같아보인다. 주변에 한국사람들이 많이 보인다. 아침에도 저녁에도 서로 눈인사로 서로 간의 여행의 즐거움을 빌어본다.
어차피 뮤지엄패스 실물카드를 받기 위해서는 피라미드역까지 가야 하기 때문에 역으로 가서 지하철로 이동하려고 했다.. 마침 비도 부슬부슬 내리고, 옷도 그닥 따뜻하게 입은 것도 아니고, 가장 중요한 증명사진을 빠트리고 와서 다시 숙소로 갔다.
나비고 중 나비고 easy를 사용하는게 아니고 계속해서 기간동안 버스, 지하철 등을 가리지 않고 이용하려면 나비고 패스를 만들어야 한다. 이때 반드시 증명사진이 필요하다.
증명사진이 없다면, 옆에 셀프로 사진찍는 곳이 따로 있어 걱정은 안해도 된다. 단지 돈이 더 들뿐 세상에는 안되는 일은 없다.
안타깝게도 우리가 처음간 Convention Metro역에는 나비고패스를 만들어주지 않아서, 일단 편도로 뮤지엄패스를 받으러 가는 빅버스인포메이션센터까지 메트로를 이용했다.
생각했던 것보다 전혀 위험하지도 않고 더럽지도 않아서 나쁘지 않았다.
조금 좁은게 탈이지만, 우리 1호선라인보다는 더 좋아보인다.
프랑스인들은 참 밝고 친절하지만, 아침에 출근하는 사람들의 얼굴은 역시 한국이나 마찬가지인 것 같다. (어디 끌려가는 듯한...)
뮤지엄패스를 받기 위해 빅버스 인포메이션 센터로 갔다. 생각보다 줄이 좀 있었지만, 5분 정도 기다리다보니 금방이다. 가자마자 바로 뮤지엄패스를 발급해준다. (한 10초 정도 소요)
빅버스 인포메이센 센터.
빅버스라는 투어 브랜드를 가진 여행사인데, 홉핑버스 투어도 하니 시간이 없으신 분은 버스투어를 하면서 주요한 곳을 여행하는 것이 더 현명할 것 같았다.
워낙 이동하는게 힘들고 돈도 비싸하고 하니, 2일 정도의 시간만 있으신 분이라면 빅버스 홉핑투어 버스 이용, 자주 와본 사람들이라면 자신이 좋아하는 곳만 다시 한번 방문하는 것이 좋아보일 것 같았다. 워낙 많이 와보신 분들도 있을테니 아는 척은 금물.
뮤지엄패스를 받아들고 본격적인 첫 일정에 돌입한다.
우리의 첫 일정은 근처에 있는 오페라 가르니에.
아마 빅버스 인포메이션센터에서 뮤지엄패스를 받아든 여행객이라면, 아마 거의 대부분 오페라 가르니에로 가지 않을까 생각이 든다. 걸어서 15분도 안걸리는 곳에 이렇게 멋진 곳이 있는데 가지 않을 이유가 없, 아니 반드시 가야한다. 첫 방문지부터 첫 감동을 제대로 받으려면 말이다.
최고의 작품, 절정인 샤갈의 천정화를 찾았다.
대공연장에서 드디어 샤갈의 작품 ‘꿈의 꽃다발’을 만났다.
자신의 작품 중 유일한 천정화이자, 60년 인생의 모든 열정을 쏟아 좋아하는 14명의 작곡가를 그린 그림이라 더욱 더 유명하다. 벅차다.
두번째 장소는 가르니에와 가장 가까우면서 가장 현지스러운 곳으로 간다.
15분정도 도보로 이동할 수 있는 거리에 있는 BNF 도서관, 정확하게는 국립도서관인데, 내부가 너무 아름답다고 해서 코스에 넣었다.
무료로 개방되어 있어 언제든지 찾을 수 있다. 전시를 하는 곳은 따로 티켓을 끊어야 하지만, 굳이 티켓을 사면서 볼만한 전시회 규모는 아닌 것 같아 목적에 충실하기로 했다.
우리는 버스를 타고 오르세로 이동했는데, 루브르를 건물이 모여있는 곳에서 하차했다.
루브르는 아직 방문할 시간이 남았지만, 사람들의 엄청난 대기줄을 보고 입이 떡 벌어졌다.
아, 더운 날씨에 저렇게 긴 줄 한 가운데 우리가 있어야 하는건가 싶었다.
나중에도 얘기하겠지만, 루브르에 입장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티켓이 필요하지만, 뮤지엄패스가 있다고 해도 방문해야 하는 시간대를 정해야 한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정시타임인지, 30분 단위의 타임인지를 구분해서 줄을 세운다는 것이다.
이렇게 에펠탑을 당겨서 기울여보기도 한다.
여행 내내 나는 우리 가족의 포토그래퍼이기도 했지만, 지나다니는 여행객들의 포토그래퍼이기도 했소, 짐을 들어주는 헬퍼의 역할도 했었다.
선행은 언제나 즐겁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