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거 그거.
비가 생각보다 세차다.
스마트폰에는 안전안내문자가 계속해서 울린다.
그냥 잠시 스쳐가는 비겠거니했는데, 밤이 되니 더 강하게 몰아친다.
밖에는 돌아다니는 이가 거의 없다.
그 와중에 술취한 회사원이 비가 오든 말든 흔들거리는 몸을 가누며,
비를 뚫고 집을 찾아서 잘도 걸어간다. 거기에 집이 맞는지는 모르겠으나.
비가오면 생각나는 그 사람이 아니라, 음식이 있다.
오늘은 비가 온다고 아내가 호박전을 해준다.
반찬가게에서 사왔단다.
어쩐지 맛있긴 한데 뭔가 빠진 것 같다.
아내는 김치전을 세상 누구보다 잘한다.
딸이 좋아하는 바삭한 식감과 내가 좋아하는 매콤함을 결합한 세상 어디에도 없는 김치쿠키를 만들어낸다.
특허감이다. 하지만, 오늘은 호박전이다.
비가 오는데 호박전을 먹고 있으니 술이 한잔 생각이 난다.
그런데, 맥주라도 한잔하면 내일 아침이 괴롭다.
안그래도 오늘 점심시간에 밥도 안먹고 갑자기 잘 안하던 운동을 해서 허기지고 피곤한데,
술까지 한잔이라도 들이키면 내일 또 아침부터 피곤이 몰려온다.
비가 오는데 저녁은 길고 책은 보기 싫은데 글을 쓰고 싶고,
책을 안보면 글을 못쓸텐데 하면서도 책을 안보고 주제없는 글만 끄적이네.
내일도 비가 올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