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그런 사람이다.
난 이제 100명의 독자를 보유한 엄연한 브런치 작가이다. (근데 아직 99명, 섣부르다.)
네이버 블로그는 이웃이 2,400명을 넘겼는데, 매일 방문하는 이웃은 고작 20명이나 될까 몰라.
하지만, 브런치는 이웃끼리의 품앗이가 제대로인 듯, 글을 쓰면 기다렸다는듯 좋아요를 남기고들 가신다.
어찌나 친절하고 고마운 분들인지.
아직 100명이 안되지만, 찐친 느낌이 나는건 브런치 작가가 되는 것이 블로거가 되는 것에 비해 더 장벽이 높고 글쓰기의 역량을 요구하기 때문에, 그 장벽을 뚫은 사람들의 동질감에서 오는 것이라 나는 믿는다.
나만 그렇게 믿는다.
요즘 책쓰기를 틈틈히하고 있는데, 다시 한번 각잡고 글쓰기가 얼매나 힘든 일인지 극공감 열개, 스무개다.
주제를 정하는 것부터 목차를 잡는 것까지 머리를 쥐어 뜯어도 나오지 않으니, 소설가들은 어떻게 그 멋진 글을 완성하는가 모르겠다.
김훈작가가 그렇고, 무라카미가 그렇고, 카프카가 그랬을 것이고, 톨스토이와 도스도예프스키는 또 어떨까.
감히 입에 담기도 어려운 분들의 글을 읽는 것만으로도 감사해야 할 대목이다.
난 이제 100명을 넘겨 200명을 꿈꿔보겠지만, 독자수에 연연해 봐도 별 소득은 없다.
그저 내가 글을 남기는 이유는 이 글을 통해 소통도 하고, 나중에 하나로 엮어서 딸에게나 아내에게 보여주고 싶은 마음이다. 자주보던 딸과 아내는 요즘 내 글을 읽지 않고, 정말 멋진 책들만 본다.
당연하지만, 조금 봐줬으면 하는 바램도 없지 않다.
글을 쓰면서 자꾸 이런 기대감이 커지는 것이 싫어지기도 한다. 처음에는 그럴 듯하게 글을 남긴다, 내가 원하는 글을 쓴다고 얘기하고는 자꾸 봐주기를 바라고 좋은 글이라고 얘기해 주기를 바란다.
태어나기를 그렇게 태어났나 보다하고 생각하기로 했다.
난 100명의 독자가 있는 자랑스런 브런치 작가다.
수많은 독자를 보유하고 있는 작가님들이 보면 우습겠지만, 그 분들도 1명에서 시작하고, 100명을 넘겼을 것이고, 그때 아마 나처럼 이렇게 기뻐했다가 지금의 500명이든, 1000명이 되었음이 분명하다.
그렇지 않고서야 어떻게 공감을 하고, 글을 쓰겠냐 말이지.
엄연한 브런치 작가가 정말 책으로 글쓰기의 정거장을 하나 거쳐갈 수 있도록 바래볼 뿐이다.
그때까지 이 글, 저 글 가리지 말고 생각나는대로 막 싸질러 보자.
글은 내 생각을 펼쳐놓은 웹화면에 싸지르라고 만들어 놓은 도구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