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싱키, 우리의 시간들] 5. 베를린에서의 장벽

서로 간에 생긴 장벽

by 유니버스

베를린은 우리에게 새로운 동물원의 추억을 선사했고,

더위를 통해 가족과 커다란 장벽을 만들어 준 곳이다.


이 장벽을 어떻게든 빨리 해소하기 위해,

나의 히든카드를 꺼내들고 당당하게 앞으로 나아갔다.


매번 출장 중에 들렀던 역사깊은 베를린의 자랑, 까데베 백화점으로 이동했다.

까데베는 쿠담거리 끝자락에 위치하고 있어 동물원에서 이동하기에는 거리상 딱좋다.


다행히 시티투어 버스 정류장도 근처에 있어 백화점에 방문했다가 바로 숙소로 복귀하기가 쉽다.

백화점으로 향하던 중, 마트에 들러 하리보와 핸드크림을 잔뜩 샀다.

난 그저 보이면 담으라고 했다. 선물용이든 우리가 쓰든 너무나 좋은 물건들이니 난 무조건 사자 주의,

아내는 그래도 필요한 갯수만큼 사야 남은 여행이 무겁지 않으리라 얘기했다.

비닐봉투 하나가득 사들고 백팩에 넣고, 까데베로 향했다.




역시 까데베, 우리는 딸의 문구를 사기 위해 문구가 있는 코너로 갔다.

예전에 딸에게 선물한 것들이 그대로 있으니 너무 신기했는지, 이것 저것 사고 싶어하는 것들이 많아졌다.

난 라미만년필을 샀고, 아내는 문구류를 샀다.

딸은 이것 저것 독일에서만 살 수 있는 문구들을 많이 샀다.

독일은 역시 파버카스텔 뿐만 아니라 몽블랑, 라미 등 문구류의 천국인 것 같고,

품질이 너무 좋아 독일에 오면 항상 문구를 사가지 않으면 뭔가 손해 보는 느낌이다.


독일에서의 첫 여행이지만, 너무 지친 나머지 힘이들어 쇼핑을 못할 줄 알았지만, 역시 쇼핑은 남다른 에너지를 주는 우리 활동의 원천인 것임에는 분명하다. 소소한 금액으로 나누는 큰 행복.

까데베에서 많은 시간을 보냈다.

루프탑에 있는 식당을 찾아 저녁을 해결하기로 했다. 뷔폐같기도 하고 단품 메뉴같기도 했지만, 유리천정으로 되어 있는 백화점 상층은 둘러쌓인 식물들로 인해 상쾌함을 주었다.

한껏 즐거워하는 딸을 보면서 행복을 다시 한번 느꼈다.


만약 이번 여행에 가족과 같이 하지 않고 나혼자 다른 동료들 처럼 핀란드로 바로 들어갔으면, 이런 추억을 과연 만들 수 있을까라는 생각을 하루에도 몇번씩 하게 된다.

항상 꿈꿔왔던 해외교육파견, 그 속에는 항상 가족과 함께라는 의미를 담아두고 있어서,

내가 원했던 작은 꿈이 이루어 졌을 때, 한치의 망설임없이 예약을 하고 준비했던 것들을 쏟아냈다.

가족과의 해외에서의 생활은 여행 뿐만 아니라 생활 그 자체가 더없는 추억이고 행복이다.




까데베를 나온 우리는, 다시 시티 투어 버스를 타고 호텔로 이동하려고 정류장으로 이동했다.

시티투어버스는 이미 마지막 버스가 출발해버렸다. 백화점에서 시간을 즐기다 그만 늦어버렸다.

택시를 타야 하나? 일반 버스를 타야 하나?

스마트폰의 구글맵을 뒤져 난 호텔로 가는 버스를 찾았고, 15분 정도 후에 오는 버스가 있음을 확인했고, 다행히 주변에 레고박스가 있어 잠시 레고를 즐기며 시간을 보냈다.


까데베와 동물원, 카이져 빌헬름이 있는 그 쿠담거리가 난 참 좋다.

언제나 모든 것이 준비되어 있고, 볼거리, 먹을거리가 많아 참 좋다.

익숙해서 그런지 유럽의 첫 출장지라서 그런지 더 기억에 남고 정겹다.

호텔 1층에 있는 시가샵에서 버번과 시가 한모금을 해봤던 기억도 좋고, 주변 마트에서 산 한박스의 물이 일반 정수가 아닌 모조리 탄산이라 탄산으로 라면과 커피를 먹었던 기억도 지금 돌아보니 참 기분좋다.


난, 누구든 베를린을 여행한다고 하면, 제일 먼저 시작점을 쿠담거리에서 시작하라고 얘기하고 싶다.

쿠담에서 동쪽, 서쪽으로 나눠 여행 동선을 짜고 움직이면 알차게 여행할 수 있을 것이다.

맛집이 많은 미테 지역도 그렇고, 체크포인트 찰리 근처의 아시아 식당도 그렇고 시간이 되면 모두 다 둘러봐야할 곳이 많다. 아직 안가본 곳이 많은데, 가족들은 벌써 더위에 지쳐 나와는 장벽아닌 장벽을 쌓고, 무언의 시위 중이다. 최대한 잘 토닥여서 다시 못올 이런 기회를 많이 경험하고 가라고 주입 중이다. 오늘은 이렇게 마무리하고 빨리 가서 쉬어야지.


다음 날에는, 그렇게 그리던 박물관섬, 베를린 성당, 소니센터, 체크포인트 찰리, 브란덴 부르크문 등을 둘러볼 예정이다.

호텔에 도착했으나, 가방은 아직이다. 가방은 이제 못 보려나.

호텔 로비에 또 한번 부탁을 하고, 방으로 가서 우리는 모두 그냥 쭉 뻗었다.




다음 날도 우린 아침 일찍부터 눈이 떠져 환상적인 조식을 먹으러 식당으로 달려갔다.

여전히 스크램블과 크로와상은 환상이다. 베이컨도 너무 부드럽고 치즈들은 역시 풍부하다.

내일이 우리의 베를린에서의 마지막날이다. 시간은 항상 빠르다. 가족들은 빨리 시간이 갔으면 하는 바램인듯 언제 프라하로 가냐고 재촉이다.

몇일 지나지도 않았는데, 벌써부터 한식이 그립다.

오늘부터는 시티투어 버스가 아닌 시내버스를 타고 베를린 성당 근처에 내려 걸어갔다.

뭔가 관광지에 온 느낌의 기념품 가게들이 즐비하다. 주왕산 인듯.


첫번째 우리가 할 일은, 온라인에서 구매한 박물관섬의 입장 티켓을 가지고,

3개나 되는 박물관을 돌아다녀야 한다. 이름하여, '뮤지엄 패스'

우리가 간 곳은, 보데 박물관, 페레가몬, 구 국립 미술관이었다.

구 국립미술관에는 마네, 모네, 르누아르, 로댕 등의 명화와 조각들이 전시되어 있고,

보데에는 네덜란드와 독일 회화, 페레가몬에는 고대 바빌론의 이슈타르 문, 행렬의 길의 유적지와, 페르가몬 재단이 있다.

이 중에서 마네, 모네가 있는 구국립 미술관과, 페레가몬에서 시간을 많이 보냈다.

역시 아는 것이 힘이라고, 아는 미술품이나 유적이 나오면 조금은 힘이 나는 것 같다.

딸에게도 좋은 경험과 교육이고, 교육자인 아내에게도 더위를 교육으로 채울 좋은 시간이었다.


박물관과 가까운 베를린성당, 역시 2차 세계대전때 일부 폭격을 맞아 파손되었지만, 복구가 진행되었고 지금도 계속해서 진행 중이다. 꼭대기로 올라가는 계단이 270개나 되는데, 나는 예전에 더위를 무릅쓰고 다녀왔고, 그 꼭대기에서의 전망은 이루 말할 수 없이 아름답지만, 가족에게 그런 기대를 하기 힘들었다. 역시 기념품으로 마무리해야 겠다 싶어, 예전에 아버지 선물로 넥타이를 샀던 지하 매장으로 가서 기념이 될만한 것들을 샀다. (아주 조금)




우리는 다시 브란덴 브루크 문을 거쳐, 소니센터로 갔다. 관광코스에는 무조건 들어가는 곳이다.

소니센터는 한국의 국민연금재단에서 투자해서 아주 좋은 수익을 얻은 것으로 유명한 곳이다.

실제 소니센터에 가면 한국어로 국민연금재단의 투자 내용, 소유 내역을 볼 수 있다. 새롭다.

소니센터는 소니가 투자해서 독일인 건축가가 지은 2000년도 건물이고 각종 행사 시설들이 많다.

건축을 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방문을 한다고 하지만, 나는 그냥 슈바인 학센과 슈니첼이 맛있다고 소문난 곳이라 해서 예전에 들렀고, 다시 한번 가족을 데리고 소니센터를 찾았다.

도착하자 마자 우리 딸은 물갈이를 하는지 화장실을 찾았고, 나는 더위를 식히며 지난번 찾았던 식당에 자리를 잡고 메뉴 예약에 들어갔다.

개인적으로 학센은 왠만한 한국사람이 소화하기 힘든 느끼함이 있고, 슈니첼이 그나마 옛날 돈까스 느낌이 나서 좋다. 슈니첼과 감자, 그리고 맥주, 다들 더운지 입맛보다 잠을 청했다.




지친 몸으로 호텔로 돌아왔다.

호텔 로비를 지나치는데, 날 불러 세운다.


"Are you XXX?, You're looking for your luggage, right? You're lucky guy. I have your bag."

야~, 니 가방 찾았어, 야 너 진짜 운 좋다. 여기 와서 가지고 가.


나보다 컨시어지가 더 기뻐한다.

오 마이 갓, 세상에 없는 리액션을 선보이고, 가방을 찾아

가방은 살짝 더러웠다. 내 가방이 맞나 싶었다.

이내 우리는 가방을 열어보고는 안심을 했다. 신라면도 그대로, 캔 반찬들도 그대로다.

이제 우린 살았다.


오 신이시여, 하느님 아버지 감사합니다.

오늘 찾지 못했으면 우리는 가슴졸이며 마지막 날을 보냈을 것이다.


이제 우리는 3개의 가방이 크로스된 상태로, 프라하로 간다.

우리가 묵은 호텔과 연결된 중앙역에서 우리는 이미 프라하로 가는 유럽 횡단 열차표를 끊었고,

고이고이 간직하였다.

이제 더위로 지치게 했던 정들었던 베를린을 뒤로 하고, 우리는 중앙역으로 가방을 끌고 이동했다.


이제 우리는 마음놓고 프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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