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횡단 프라하
아침부터 든든하게 환상적인 조식을 챙겨먹은 우리는,
다시 한번 3개의 캐리어를 점검하고 또 점검했다.
우리의 기차 시간은 11시, 중앙역까지의 거리는 걸어서도 5분이라 여유가 있었다.
항상 이변이 속출하는 해외여행이라, 9시에 나서 베를린 중앙역에서 쇼핑을 하면서 기다리기로 했다.
다시 한번 느낀 것이지만, 중앙역 근처의 인터시티호텔은 유럽으로 기차 여행을 떠나기에는 최고의 선택이었던 것 같다. 환상적인 조식과 함께 멋진 추억을 선사해준 나의 호텔, 나의 캐리어여.
베를린 중앙역에서 프라하역까지는 4시 30분정도가 소요된다. 전체 거리는 430km로 꽤 멀다.
생각보다 먼 거리, 긴 시간을 대비하여 만반의 준비를 다 해야 한다.
자리는 최대한 비싼 자리를 예약했으나, 생각보다 좁은 특실 의자,
11시에 출발해 체코까지 가기 위해서는 반드시 점심을 따로 준비해야 한다.
우리는 중앙역 내에 있는 약국을 들러 핸드크림과 화장품을 사고 나서,
점심으로 먹을 샌드위치와 음료수를 샀다. 뭘 먹어도 맛있어 보이는 샌드위치를 주문하여 만든 후 살짝은 긴장된 모습으로 열차에 올랐다. 이게 바로 유럽 횡단 열차라고.....
짐이 많아 의자 뒤, 짐 보관 장소를 이용해 짐을 쌓아 두고 눈치를 살피며 자리를 찾아 앉았다.
이제 출발이다. 레이디스 앤 젠틀맨, 이렇게 나오지는 않는다. 그냥 출발한다.
이 열차는, 독일 DB Bahn으로, 드레스덴을 거쳐 국경을 넘어가는 횡단 열차다.
시간도 시간이지만, 열차로 이동해 본 적은 처음이라 다들 긴장을 한 것 같다.
처음에는 짐을 갖고, 처음가는 가족을 데리고 열차 여행을 하는게 맞나라는 생각에,
몇번을 동선을 새로짜고 도시도 새롭게 선택을 해봤다.
그렇게 딸이 가고 싶어하는 파리를 거쳐서 갈까? 아님 영국에 들러서 뮤지컬을 보고 갈까?
너무 생소한 두 곳은 정말 자신이 없었고, 그나마 내가 잘 아는 동네라 베를린을 선택했는데,
캐리어 분실에 더위까지 겹쳐 완전 이번 여행은 망한 걸로 생각했다.
하지만, 기차를 타는 순간 눈녹듯 그런 감정은 다 사라지고 어느새 우린 프라하에 도착해 있다.
어느새 점심시간이 되어 샌드위치를 먹으며, 창밖으로 보이는 그림같은 풍경을 즐겼다.
스위스와 같은 풍경이었다가 금새 또 창백한 회색 도시가 나왔다가 한다.
갑자기, 승무원들이 바뀐다.
독일에서 체코로 넘어오면서 공산국가 특유의 냄새가 나는 복장을 한 승무원들이 물을 나눠준다.
곧 프라하에 도착하나보다.
멀리서 부터 프라하가 보이기 시작하고 나도, 우리 가족도 다 심장이 뛰기 시작한다.
잠시 졸긴 했으나 다들 설레는 마음은 똑같나 보다.
3개의 짐을 서둘러 챙겨 내린다. 프라하의 중앙역 역시, 멋지다.
프라하의 중앙역은 아마도 폴란드 출장 때 프라하 공항에서 열차로 이동하여 도착한 기억이 있는 것 같은데, 그때나 지금이나 거의 10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변함은 없다.
사람도 많고, 그 사이를 비집고 잘 찾아나가야 할 것 같다.
프라하에서 우리는 호텔이 아닌 한인민박에 묵었다.
한인 민박 중에서도 사장님이 쉐프출신인 민박집을 골라 묵었다.
한식이 그리울 때일 것 같았고, 프라하에서는 호텔보다 한국관광객이 많아 민박이 훨씬 더 좋아보였다. 골라 골라 한 민박집을 골랐다. "꽃보다 프라하"
프라하역에서 부터 10분이라고 해서, 아주 가볍게 생각하고 캐리어를 끌고 걷기 시작했다.
알고보니 10분이 아니라 20분 정도는 걸린 듯 하지만, 멀진 않았다.
역시 호텔이 아니니, 주택의 맨꼭대기 층, 엘리베이터는 있지만 엘리베이터까지 계단.
뭐 이 정도는 양호한 수준이다. 민박집은 생각보다 작았지만 너무 예뻤고, 아늑했다.
숙소키와 사용방법, 예절을 익히고 나서 우리는 짐을 풀고 거리를 나서기로 했다.
프라하에서의 우리의 일정은, 2박이었고 짧은 시간에 많은 것을 소화해야 했다.
짐을 풀고 난 우리는 뭔가 익숙한 듯이 거리로 나가 주변을 걸어다니기 시작했다.
내일의 일정이 본격적이라 오늘은 쉬면서 한식으로 체력을 보충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했다.
내일은 프라하성과 유명한 장난감백화점 (햄리스), 프라하 시장을 다 돌아야 한다.
저녁식사는 생각보다 거하게 준비되었다. 역시 쉐프님이라 사장님께서 신경을 많이 쓴다.
우리와 같이 묵는 분들과 같이 식사를 하고 맥주를 마시면서 서로의 고향, 하는 일에 대해서 얘기를 나누면서 역시나 프라하의 정취 빠져있는 얘기로 흘러갔다. 유럽을 돌면서 일하고 쉬는 분도 있고, 어린이집 선생님도 있고, 역시나 프라하는 남자보다 여자들에게 인기가 있는 도시임에 틀림없다.
맥주는 자기가 사와야 하지만 거기 있는 맥주로 일단 배를 채우기로 하고, 같이 모여있는 사람들과 맥주를 거나하게 마셨다. 즐거운 시간이었다.
피곤에 취해 있는 딸과 아내는 먼저 방으로 들어가 벌써부터 쌕쌕되면서 잠이 들었다.
습한 도시에서 밤을 보내기 위해 축축한 몸을 이끌고 샤워를 한 후, 나도 잠을 청했다.
꼭대기 층이라 기울어진 천장의 창으로 비치는 프라하의 달빛과 별빛이 잠 못 이루게 한다.
내일도 우리는 프라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