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만에 방문하는 하노이인지 모르겠다.
엄청나게 덥고 습하며 비까지 많이 온다고 하는데, 조금 걱정이 앞선다. 얼마전 다녀온 태국에서 물려온 개미자국이 아직 사라지지 않고 있어서 그런지, 동남아로 가는 것이 그리 반갑지는 않았다.
2004년, 처음으로 방문한 베트남 하노이.
첫 해외 출장지가 되었던 하노이는 정말 낯설고 힘든 나라였다. 더운 날씨에 방문하다보니 땀으로 샤워를 하고, 바쁜 일정으로 돌아다니다보니 입맛도 잘 없어서, 기억에 남는 거라곤 하룽베이를 잠시 다녀온 것 뿐이었다. 대한항공에서 '어디까지 가봤니' 시리즈로 한창 하노이를 띄울 때, 그때가 바로 나의 하룽베이 방문시점과도 비슷했다.
다도해와 같은 바다에, 베트남 전통 배를 타고 가면서 해산물을 먹고, 경치를 즐기다보니 하노이라는 도시가 점점 눈에 들어왔다. 복잡한 시장에서 전통 복장의 베트남 여인 조각상을 몇개 샀는데, 아직도 5000원에 샀던 돌로 만든 큰 조각상이 집 장식장에 멋드러지게 자리하고 있다.
호암끼엠호수에 자리한 까페에서 베트남 전통커피를 마시고 있으니 이런 호사가 따로 없었지만, 역시나 2004년이라는 시간이 주는 올드함때문인지, 그렇게까지 인상적인 느낌을 받진 못했다. 하지만, 머릿속에만 있던 베트남, 그리고 그 유명한 하노이라는 도시를 경험하고 나니, 새로운 세상들에 대한 호기심들이 폭발하게 되었고, 그 이후로 많은 나라에 출장을 다니면서, 현지 음식과 문화를 탐닉하게 된 것 같다.
그 이후로 몇번 하노이를 방문했지만, 뭔가 모를 거리감이 느껴졌다. 오히려 호치민, 다낭이라는 도시들이 한국인들에게는 좀 더 익숙해져버려서 인지 하노이가 주는 전통 베트남의 느낌을 아직 온전히 느끼지 못해서 인 것 같다.
이번 하노이 방문도 여전히 출장이긴 하지만, 모든 일정을 직접 짜고 바꿀 수 있는 여유는 있다. 그래서인지, 그동안 하지못한 경험들에 좀 더 호기심이 많아지고, 단순히 관광, 먹거리가 아닌 다른 경험들로 하루들을 꽉 채워볼 생각이다. 일정이 끝나고 매번 있었던 술과 함께하는 식사 외에 전통 음식을 만드는 쿠킹클래스나 하노이 대학, 역사 박물관이나 호수 주변을 걸으며 하노이사람들과 같이 시간을 보내는 등의 경험은 더 오래도록 기억에 남을 것 같다.
날씨가 허락해 준다면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