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에 있는 치앙마이.
한달살기의 성지라고 하는데 한번도 가본 적은 없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너무나 가고 싶어진다. 몇 번을 다녀온 듯한 착각이 들만큼 이제는 익숙해져있다. 한달살기가 아니라 일주일이라도 가고 싶지만, 아직은 시간도 마음의 여유도 허락하지 않는다. 아니 허락하더라도 이후를 위해서 쟁여두듯이 모른 척하고 있다.
왜 나는 이렇게 치앙마이에 집착하는 것일까?
한번도 가보지 않은 치앙마이는, 그냥 언뜻보면 태국의 하나의 도시일 뿐인데 왠지 모르게 끌린다. 흔치 않게 까페를 너무 많이 좋아해서 4시간은 거뜬히 앉아 즐길 수 있는 남자, 마사지를 너무 좋아해서 하루에도 두번씩 받을 수 있고, 떠들썩한 유흥의 도시라기 보다 작은 소품들이 많아 여기저기 다니면서 시간을 보낼 수 있는 조용한 곳이라서 그럴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
조용한 곳을 좋아해서 조용히 보낼 수 있다는 건, 너무나 행복한 일이고, 크게 부담되지 않는 소비가 가능한 곳이니 마음만 먹으면 아주 오래 지낼 수도 있겠다고 생각이 들었다. 혼자가는 사람이 많다는 건, 그런 성향의 사람들이 좋아한다는 것이고, 나도 그런 성향임에 분명하기에 조용한 곳에 조용함을 하나 더 얹을 수 있겠다.
식당에서 발 올리고 밥먹는 사람, 까페에서 온갖 집안 대소사를 얘기하면서 전력질주를 하는 아이를 그냥 내버려두는 사람, 술만 먹으면 싸우는 사람들이 없는 곳이 아닐까 생각이 들다보니, 더 정이 가는 것 같다. 이런 생활에 지쳐있고, 이런 환경이 싫은 사람들이 찾는 곳이 그곳이 아닐까 생각하다보니 자꾸 환상에 사로잡힌다.
실망하는 건 아닐까라는 생각도 올라온다. 하지만, 이미 멋지게 여행을 하고 온 사람들의 후기를 보니, 단점보다는 훨씬 더 많은 장점이 눈에 가득차 올라온다. 뭘하지 않아도 편안하고 불안하지 않는 곳에서의 한달살기, 돈을 많이 써도 좋으니 인생에서 가장 좋았던 추억을 또 한번 만들 수 있다면, 그곳이 바로 성지가 아닐까.
깊게 생각하고, 나를 돌아보며, 나를 위해 시간을 쏟아야 할 때, 그 때 가야 하는 곳이 치앙마이가 되었으면 한다. 그게 참인지 거짓인지는 찍어먹어봐야 정신을 차릴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