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녀의 삶을 사는 것은 보통 일은 아니다.
아침부터 서둘러 장수의 지휘하에 일사불란하게 아침식사를 준비한다. 어제는 갑자기 잠이 오지 않는다며 불쑥, 정말 불쑥 찾아온 딸 덕분에(?) 퀸 사이즈 침대에 3명이 자게 되었는데, 침대 끝 벼랑에 몰려 자던 나는, 도저히 목이 아파 새벽 1시에 딸아이 방으로 가서야 잠을 잘 수 있었다.
이렇게 좋은 곳이 세상에 있었다니, 혼자서 쉴 수 있는 공간이란 이런 거구나.
내 몸 뉘일 곳 없어진 지 어언 15년?, 가끔씩 코를 골다가 쫓겨난 적은 있어도 혼자서 쉽게 침대를 벗어날 수 없는 운명이기에, 혼자만의 시간은 너무나 소중했고, 행복했다.
아침부터 목이 아파 아침준비에 속도가 붙지 않는다. 눈치를 봐가면서 출근준비와 함께, 커피를 내리고, 요거트에 블루베리, 견과들을 무지하게 넣어서 거하게 한 상 차려낸다. 수저가 놓이지 않았다는 이유로 한소리를 듣고 나서야 이제 겨우 커피 한 모금, 요거트 한술 떠본다.
아내의 쩌렁쩌렁한 목소리는 아침부터 우렁차다. 어제 학교에서 있었던 일들을 얘기하면서, 신나해하기도 기분이 언짢은 일도 있었나보다 어림짐작해 본다. 궁금해도 물어봤다가는 그냥 20분이 후딱 지나가 버리기 때문에, 잘 끊고 출근할 시간을 잘 맞춰야 한다. 오늘은 다행히 설겆이는 퇴근 후에 해도 될 것 같다.
태워줄까, 말까 고민하다가 딸에게 넌지시 손을 내미니 당연하다는 듯 가방을 챙겨서 앞장선다. 나는 급한데 정작 딸은 전혀 급하지 않다는 표정이다. 운동장 앞 정문에 살짝 내려주고는 밀려있는 차들을 뒤로하고 빠르게 빠져나간다. 학교주변이라 항상 막힌다. 아파트를 돌았을 뿐인데, 20분이 지났다.
가장 기분좋은 시간이 시작된다. 신문을 펼치고, 아침 뉴스를 보면서 커피를 한잔 더 할 수 있는 시간, 이 시간이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시간이 될거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다. 특별한 일이 없다면, 아무에게도 방해받지 않는 소중한 시간, 이 시간이 영원하기를 바랄 뿐이다. 벌써 퇴근시간이다. 가서 설겆이할 생각에 가방싸기 싫어진다. 하지만, 주린 배를 채우기 위해서는 집으로 향해야 한다.
그래, 설겆이만 하고 좀 쉬자.
재활용하는 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