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인지도 기억이 잘 나지 않을 정도로 만취할만큼 퍼마셨던 기억이 가물거린다. 술을 먹어도 내일이 없을 듯이 마셨던 기억이 최근에는 아무리 생각해도 없다.
20대부터 시작된 술과의 인연, 적지 않게 마시던 아버지의 영향인지, 술을 배우고나서는 술을 누구에게도 지지않을 정도로 마셨던 바보같은 기억들이 되살아난다. 경쟁하듯 마시는 것이 유행이었던 시절, 그때는 술이 좋았다기보다 그 자리에서 사람들과 얘기나누며 떠들던 분위기가 참 좋았다. 그러다보니 자리를 뜨지 못하고 계속해서 목마름을 술로 달래다보니 만취가 되는 것은 다반사가 되었었다.
70년대 생들이 다 그랬듯, 60년대 생들은 더 그랬듯, 술과 함께 시작한 대학생활, 그리고 직장생활에서 나쁜 기억보다는 즐거운 추억이 더 많다. 술먹고 울기도 하고 멱살잡고 싸우기도 하고, 더럽게 토하기도 했지만 곁에는 누군가가 있었고, 그래서 더 따뜻했던 때였다. 그저 말하는 것 하나하나가 괴롭고 즐겁고 슬프기 짝이 없던 그 시절에 나는 참 술을 많이도 마셨다.
하지만, 젊음이 숙취해소제인 듯, 뒷날에는 멀쩡하게 학교를 가고, 출근을 했다. 사실은 멀쩡하지 않았지만, 멀쩡한 것처럼 연기도 가능한 나이이기도 했다. 지금이라면 몸이 감당하지 못해 어설픈 연기조차도 금방 들킨텐데, 그때는 아주 가능한 때였다. 다음 날 쓰린 속을 안고 점심식사를 하고 나면 몰려드는 졸음으로 하루를 망치곤 했지만, 결국은 또 술과 함께 저녁을 시작하곤 했다.
청춘이라는 이름을 입밖으로 내는것조차도 부끄러웠던 그때에는 술이 유일한 돌파구처럼 보이기도 했으니 말이다. 용기가 났고, 슬픔을 잊었고, 아픔을 숨기고, 마음을 드러낼 수가 있었다. 술은 몸을 망칠 수는 있어도 마음을 망치지는 않았다. 실수가 있을 수 있지만, 그건 개인의 성향의 차이라 술 마시면 실수한다는 진실같아 보이는 보편화는 나에겐 맞지 않았다.
그때의 만취된 나의 모습을 기억하는 것이 부끄럽지 않다. 그 당시에는 그 날이 싫었고, 다음 날이 싫었지만, 지금와 생각해 보니 내 인생에서 언제 또 그런 날이 있을 것이며, 그런 날 없이 인생을 마감한다는 것이 얼마나 심심한 마감인가 생각이 든다. 만취했던 날들이 그리워진다. 또 다시 만취한다고 그때의 추억이 되살아나거나 그 사람이 오진 않겠지만, 그래도 즐거운 추억이 부끄럽지는 않다.
만취와 인생은 그런거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