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이면 딱 5년이 된다. 잘(?) 다니던 대기업을 자진해서 퇴사하고 나서 벌써 5년이나 지나버렸다. 그동안 좋은 일들, 힘들 일들이 한번에 지나가는 느낌이 든다. 몰론 아무런 일없이 잘 지냈다면 퇴사를 하겠다는 결심을 쉽게 하지는 못했을 것이지만 결국은 퇴사를 해서 이제 다시 그 지난 5년을 돌아본다.
퇴사를 하고 난 후, 회사는 명예퇴직 희망자를 받았다. 몇십개월의 위로금을 주고 명퇴를 종용했다. 많은 사람들이 이리저리 재다가 퇴사를 선택한 사람이 많았다. 자격조건이 되지는 않았지만, 기왕 나올거였으면 돈이라도 더 많이 받고 나올걸 하는 마음이 없지는 않았다.
내 발로 걸어서 나왔지만, 내가 생각했던 일명 ’ 회사 밖‘은 정말 지옥이긴 했다. 그동안 받던 혜택들은 모조리 송두리째 날아가버리고, 다시 처음부터 시작하는 기분이 들었다. 나름 잘나가던 시절이었지만, 극도의 불안, 상사와의 갈등, 창의적이지 못한 일들, 해보고 싶었던 일에 대한 통제, 결과가 뻔히 보이는 길들 때문에 도저히 참을 수 없어 이런 저런 혜택과 명예를 버리고 더 어려운 길을 택했었다.
처음에는 너무나 행복한 나날들이었다. 하지만, 일에 대한 수준과 범위, 나 자신에 대한 자존감, 지켜줄 수 있는 울타리의 부재로 인해 점점 후회와 함께 불안감을 참지 못하게 되었다. 그런 마음이 조금 더 나 자신을 갈고 닦아야 한다는 생각으로 이끌게 되었고, 기술사에 도전해 1년도 채 되지않은 시간에 합격의 영광을 안게되었다. 새로운 세상이 또 한번 열리는 것 같았고, 내가 혼자서 이뤄낸 것이라는 자신감이 하늘을 찔렀다.
책도 써보고, 평가위원과 자문도 해볼 수 있는, 그야말로 내가 원했던 일들의 연속이었다. 하지만, 그 시간도 조금씩 벽에 부딪히게 되었다. 결국은 본업에서의 성공이 나를 더 강하게 만들 수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되면서, 본업에서의 성과에 매달리게 되었다. 중소기업의 특성상 아무것도 없는 곳에서 결과를 만들어내야 하는 현실때문인지, 과거의 나는 그저 5% 정도의 도움만 될 뿐이었고, 하나부터 열까지 새롭게 써가야 했다.
영(0)에서 시작해서 하나씩 만들어가는 과정을 즐기는 사람도 있겠지만, 나는 그 즐거움을 느끼기에는 아직 그릇이 부족한 지 괴롭기도 하고 그만두고 싶은 마음도 굴뚝같았다. 끝이 보이지 않는 터널을 지나는 기분도 느껴가며 하나씩 만들어가다보니 마음도 몸도 조금씩 지쳐가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 과정 속에서 분명이 근육으로 자리잡는 것이 생기기 시작했다.
간절함과 집요함을 배우고, 새로운 것에 대한 두려움이 없어지면서 하나씩 나의 것으로 만들어가는 과정을 몸소 체험하게 되었다. 결국 언젠가는 벗어날 울타리를 일찍 벗어나 더 빨리 정착해서 원하는 일을 하고 싶어했던 나는, 일단 하나의 산은 넘어가고 있는 것이었다. 언젠가 맞이할 퇴사, 퇴직을 하나의 회사에서 맞이하는 것이 싫었기 때문에 빠른 퇴사를 선택했는데, 그걸 후회하게 될 지는 몰랐다. 아마 남아있었더라도 후회하면서 점점 힘들어졌을 것임에는 분명하다.
지금 돌아보면 심적으로은 힘든 여정이었지만 나를 찾아가고 건강을 되찾았으며 새로운 것을 시작할 수 있는 ‘실질적’인 용기를 얻게 되었고, 결국 혼자서 해나가야할 미래의 일들을 미리 경험하고 축적해나갈 수 있어 앞으로의 기대가 더 빨리 현실화되고 있다고 장담할 수 있다. 불필요한 관계와 약속까지 거절하고 만들지 않을 요령은 덤이다. 퇴사는 또 다른 시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