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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경건함으로 깨우다

산은 늘 그 자리에 있어요

by 해리포테이토

6장 경건함으로 깨우다


네팔의 수도 카트만두 트리부반 국제공항에 발을 내디뎠을 때, 당신은 훅 끼쳐오는 낯선 공기에 압도당한다. 심장이 살아있음을 외친다. 공항을 빠져나와 카트만두로 간다. 좁고 구불구불한 골목길을 따라 형형색색의 건물들이 빼곡하게 들어서 있는 것을 본다. 낡은 자동차와 오토바이, 릭샤들이 경적을 울리며 쉴 새 없이 지나다닌다. 먼지와 매연, 길거리에서 구워 파는 옥수수와 짜이의 달콤한 연기가 뒤섞여 독특한 분위기를 자아내고 있다.


강렬하고 다채로운 향기. 당신은 현기증이 인다. 숨을 크게 들이쉰다. 낯선 공기가 당신의 세포를 깨운다. 쿰쿰하면서도 달콤하고, 매콤한 듯하면서도 쌉쌀한, 이제껏 맡아본 적 없는 낯선 향들의 조합들. 여러 종류의 향신료를 절구에 넣고 빻을 때 풍겨 나오는 듯한, 생생하고 활기찬 냄새.


힌두교 사원에서는 끊임없이 낯선 언어로 된 기도 소리가 나지막이 흘러나온다. 은은하고 신비로운 향이 공기 중에 가득하다. 당신은 잠시 걸음을 멈추고 사원의 작은 문틈으로 안을 들여다본다. 화려한 색색의 장식이 걸려 있고, 신도들이 정성스레 무언가를 바치며 절을 올린다.


그들의 경건함이

나를 깨우는 것 같았어.

잃어버렸던

잃어버린 것조차도 잊고 있었던

그 어떤 것을 발견하게 되는 기분.

잘은 몰라. 하지만

내 영혼의 기도

나를 위한 신

나만의 신앙

나만의 색깔

그런 것들 말이야.

이기적이라고 해서 내버렸던

모난 부분을 깎고 내버린

버렸다고 여겼던,

그 조각들을 얼핏

다시 보는 느낌이랄까.


거리의 상점들은 오색찬란한 활기로 넘쳐난다. 손으로 직접 짠 다채로운 색깔의 천들이 바람에 나부끼고, 섬세한 문양이 새겨진 금속 공예품과 티베트 양식의 장신구들이 햇빛을 받아 반짝인다. 투박하지만 정성스러운 나무 조각상들과 신비로운 그림이 그려진 탕카(불화)들은 당신의 눈길을 사로잡는다. 처음 보는 물건들을 하나하나 구경하며, 그 속에 담긴 현지인들의 삶과 문화를 느껴본다. 서울의 정돈되고 효율적인 상점가와는 전혀 다른, 생동감 넘치는 혼돈 속, 오래된 꿈속 어딘가를 헤매는 듯한 몽환적인 기분들을.


카트만두의 활기 넘치는 골목을 한참 지난 당신은, 비좁은 버스에 몸을 싣는다. 창밖으로 스쳐 지나가는 풍경을 바라본다. 낡은 집들, 맨발로 뛰어노는 아이들, 그 위로 멀리 보이는 설산의 장엄한 실루엣. 바람의 촉감, 공기의 냄새, 풍경이 압도하는 아름다움.


트레킹의 시작점인 루클라 공항으로 향할 때는 심장이 불안으로 쿵쾅거린다. 세상에서 가장 위험하다는 공항. 당신은 기묘한 짜릿함을 느낀다. 작은 비행기에서 내리자 머리 위로는 거대한 설산이 웅장하게 펼쳐져 있고 서늘한 바람이 코끝을 스친다.


현지 트레킹 가이드인 포터를 만난다.

"안녕하세요? 저는 텐진이라고 합니다."

검게 그을린 얼굴의 젊은이다.

"제가 행운으로 안내해 드립니다. 제 이름이 텐진이니까요. 텐진은 행운이란 뜻입니다."

텐진은 웃으면서 행운의 손길로 당신의 배낭을 받아 능숙하게 무게를 조절한다.

"마담, 천천히 걸으세요. 조급해하지 않아도 돼요. 산은 늘 그 자리에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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