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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오 Sep 26. 2018

강아지와 함께 출발

이야기와 타로 활용 자서전 쓰기 6. 0번 바보


우리가 보통 바보처럼 행동하고, 종종 미친 듯이 행동하며, 때로는 인간의 특징인 범죄자처럼 행동하는 것은 우리가 누구인지 모르고, 우리 내면에 천국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자각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올더스 헉슬리 <영원의 철학> 김영사, p44)


미쳐야 미친다 不狂不及




[글쓰기 미션]
1. 바보에게 이름을 지어주세요.
2. 괄호 안의 키워드를 넣어 한 문장 만드세요.
(시작)
(충동)
(여행)
(황홀)
(어리석음)
(순수한 열정)
(새로운 생활)


여행이 시작되었습니다. 가슴이 설렙니다. 어떤 이야기가 나를 기다리고 있을까? 나는 어떤 글을 쓸게 될까? 내가 알지 못하는 어떤 생각, 어떤 감정을 만나게 될까? 또 한편은 두렵기도 합니다. 그래도 '나'는 떠납니다. 나는 두려움을 모르는 어리석은 바보이면서 두려움을 즐거움으로 바꿀 수 있는 광대이기도 하니까요.


바보 카드는 트럼프의 조커와도 같습니다. 조커의 규칙이 자유롭듯 바보 카드 역시 차례라는 규칙에서 비교적 자유롭습니다. 조커는 왕을 잡을 수 있을 수 있을 정도로 형식을 뛰어넘지요. 글쓰기라는 영역 역시 형식에서 융통성을 발휘할 수 있어요. 어떤 글이든 쓰면, 자신의 글이 됩니다. 어쩌면 에세이로 시작했는데 소설이 될 수도, 소설을 썼는데 동화가 될 수도, 일기를 썼는데 시가 되기도 합니다. 바보처럼 쓰는 것, 그것이 여행의 출발입니다.


바보 카드는 0번이면서 22번 카드이고 번호가 없기도 합니다. 어떤 번호든 될 수 있다는 거지요. 0이라는 숫자에는 모든 것을 담을 수 있는 잠재성을 내포하고 있어요. 또 어마어마한 에너지로 증폭시킬 수 있는 플러스 성질인 창조적인 직관과 또 한순간 모든 것을 없애버릴 수도 있는 마이너스 성질인 잔인한 어리석음이 0이라는 숫자의 성질입니다. 0이 오른쪽으로 가느냐 왼쪽으로 가느냐에 따라 풍요로움은 하늘과 땅 차이로 달라지지요. 우리는 어떤 방향으로 여행을 하고 있나요? 우리는 왼쪽으로 흐르는 어떤 무의식적인 회상을 오른쪽 방향으로 키를 잡고 의식적으로 여행을 할 것입니다.



타로의 메이저 카드 22장은 바보의 여행을 보여줍니다. 여기 담긴 이미지들은 '우리 인간들의 상태와 운명에 내포된 인생 경험들을 상기시켜주는 고대의 심벌'입니다. 이 심벌들은 '우리들의 삶의 가치를 더해'줍니다. 그 첫 발걸음인 바보 카드는 '어두운 모태의 동굴로부터 나와서 미지의 세계로 뛰어'드는 이미지를 보여줍니다. (리즈 그린 외 <그리스 신화 타로 해석 사전> 참고)


그리스 신화 타로바보 카드에는 소년기의 디오니소스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소년은 높은 절벽 위에 있습니다. 그는 독수리와 동굴을 뒤로하고 막 나왔습니다. 충동적으로 보입니다. 한 걸음 더 앞으로 내디디면 까마득한 낭떠러지인데요. 그래도 마냥 즐거운 듯 미소 짓습니다. 소년이 미소 지은 것은 내면세계에서 떨어지는 것은 올라가는 것과 같고 그것은 궁극적으로 성숙을 의미한다는 것을 아는 것일까요.


바보는 여행의 시작에 있으며 '인생의 새로운 장이 도래'할 것에 대한 기대로 가득합니다. 삶의 또 다른 국면이 다가오는 것에 대해 황홀함을 느낍니다. 본능적이며 야성적인 동물 가죽 옷을 몸에 두르고 담쟁이덩굴로 머리를 둘렀어요. 머리 가운데에는 뿔이 삐죽 솟아나 있어요. 디오니소스는 '두 번 태어난 자'로서, 어머니와 아버지로부터 각각 태어나 '빛과 황홀경의 신'이라고 부릅니다.


신들과 인간이 서로 사랑을 나누던 시절의 이야기다. 거인들과의 전쟁에서 승리한 제우스는 형제자매, 아들딸들과 함께 신들의 지위를 나누어 가졌다. 그래도 제우스의 특기인 풍요를 향한 확장 능력은 조금도 줄어들지 않았다. 어느 날 테베의 공주 세멜레는 제우스가 주는 무화과나무의 물을 마시고 임신을 하게 된다. 이해하기 어려운 임신만큼이나 남편 역시 비밀스러웠다. 그때 헤라 여신이 세멜레의 유모로 변신해서 다가왔다. "아기씨, 그분이 정말 제우스 신이라면 헤라 여신께 갈 때와 같은 모습으로 오시라고 하십시오." 제우스의 본모습을 보기에는 약했던 인간 세멜레는 결국 번개에 맞아 죽고, 제우스는 얼른 덜 자란 아기를 구해내 자신의 허벅지에 넣고 꿰맨다. 아기는 아버지의 자궁에서 자란다. 출산할 때가 되자 제우스는 뉘사 산에서 아기를 낳는다. 이 아기가 '디오니소스'이며 '뉘사의 제우스'라 부르기도 한다.


디오니소스에 대한 이름은 아주 많습니다. 그중에 야성성과 잔인성을 강조하는 이름이 있습니다. 그것은 '디오니소스 자그레우스'이며 '위대한 사냥꾼'이란 뜻입니다. 자연 및 사냥의 측면을 강조할 때는 디오니소스의 어머니는 페르세포네로 전해집니다.  


대지의 여신 데메테르는 딸 페르세포네를 동굴 속에 감춰두고 키웠다. 근처에는 샘이 있었고 동굴 입구에는 데메테르의 마차에 묶여 있던 뱀 두 마리가 페르세포네를 지켰다. 페르세포네는 동굴 안에서 천을 짰다. 이 커다란 천에는 세계 전체에 관한 그림이 담겨 있었다. 천을 짜는 데 몰두할 때 제우스가 뱀으로 변신해서 다가왔고 페르세포네는 임신을 하게 된다. 이렇게 '어머니의 동굴에서 왕위를 계승'할 아기 디오니소스가 태어난다. 이 아기가 머리에 뿔이 달린 디오니소스다. '뿔은 그가 페르세포네의 아들이라는 것을 보여주는 상징'이다.


어머니가 누구이든 디오니소스는 탄생과 성장 과정에서 죽음의 수난을 겪습니다. 혹독한 트레이닝입니다. 헤라 여신이 티탄들을 보내 어린 디오니소스를 공격하게 합니다. 티탄들은 아이를 일곱 조각으로 찢고, 가마솥에 던져서 삶고, 삶아진 일곱 조각을 다시 쇠꼬챙이에 꾀어 불에 굽습니다. 이때 한 여인이 바구니를 들고 나타나 한 조각을 빼내 제우스에게 가져갑니다. 이 여인이 아테나 여신이며 금쪽같이 귀한 한 조각은 다름 아닌 심장이었어요. 또 다른 전설에 의하면 제우스는 디오니소스의 심장석류 씨앗으로 만들고, 하계(下界)의 통치자인 하데스를 통해 페르세포네가 먹게 합니다. 그리하여 디오니소스는 죽은 자 들의 세계에서 다시 태어나게 됩니다. 이후 인간들 세계에서 떠돌아다니며 구원의 신으로서, 포도주와 황홀경의 신으로서, 열광적인 여인들인 '마이나데스 mainades'들의 광적인 사랑을 받습니다. 디오니소스는 하늘과 땅, 지하 세계뿐만 아니라 바다와도 관계합니다. 그가 청년이었을 때 일입니다.


짙은 포도주빛으로 일렁이는 바닷가에 아름다운 청년이 있었다. 청년은 술에 취한 듯, 뭔가에 도취된 듯 황홀한 표정이었으며 탐스러운 머리카락에 꿈꾸는 듯한 검은 눈을 하고 있었다. 진홍빛 옷에 강인한 어깨를 가진 청년을 본 해적들이 서로 눈짓을 주고받으며 다가가더니 그를 납치해 배로 데리고 갔다. 선원들 중 유일하게 키잡이 한 사람은 청년이 범상치 않음을 알아보고 외쳤다. "이 튼튼한 배가 그를 감당할 수 없구나! 저 청년은 어떤 인간과도 비슷하지 않다. 올림포스의 신들과 닮았구나. 그를 즉시 풀어주어라!" 하지만 선장과 선원들은 그를 비웃었다. 그들은 청년을 왕자쯤으로 여기고 몸값을 두둑이 챙길 속셈이었다. 선원들이 그를 밧줄로 묶으려 했으나 묶을 수 없었고 겨우 묶어도 저절로 밧줄이 풀어졌다. 이어 달콤한 포도주 향기가 진동하더니, 돛에 포도나무가 꽃을 피우고 포도 열매가 주렁주렁 열리더니 담쟁이덩굴이 배 둘레를 칭칭 감으며 자랐다. 놀란 선원들의 눈에 사자가 보였다. 청년이 사자로 변해 으르렁거리는 것이다. 배에는 죽음의 공포로 가득했다. 벌벌 떨던 선원들은 급기야 바다로 뛰어들었다. 바다에 닿자마자 그들은 돌고래로 변했다. 청년 디오니소스는 자신을 알아본 키잡이만은 인간으로 살아남게 했다. (카를 케레니 <그리스 신화> 참고)



그리스의 크노소스 궁전 벽에 그려진 돌고래 그림. 돌고래는 놀이와 교감 능력이 뛰어난 동물이다



여성주의 카드라고도 하는 마더피스 타로에서 바보는 물구나무서서 길을 갑니다. 소녀를 바라보는 커다란 독수리가 있고요. 발목에 전체를 보는 눈이 그려진 진실을 담은 가방, 공작 깃털과 방울들을 매달고 강을 건너려 합니다. 강은 높은 산으로 굽이치며 이어지고 있고요. 산 뒤로 노란 태양이 떠오릅니다. 강가에는 초록색 악어와 호랑이 같은 고양이와 징검다리로 사용하면 좋을 것 같은 검은색 돌들이 있고요, 또 위험을 알리는 새빨간 독버섯들이 있습니다. 강 가운데는 활짝 핀 연꽃이 있어요.



유니버셜 웨이트 카드에서 바보는 금발머리의 소년 혹은 청년으로 등장합니다. 그는 머리에는 붉은 깃털을 꽂고 붉은 가방을 매단 지팡이를 오른쪽 어깨에 걸치고 왼손에는 흰색 장미를 들었습니다. 금빛 장화를 신은 그는 절벽 끝에 서서 가슴을 활짝 내밀며 길을 갑니다. 그런데 그의 얼굴은 가야 할 길을 향하기 보다는 더 먼 곳 어딘가를 향해 있어요. 머리 위에는 태양이 빛나고 옆에는 흰색 개가 함께 합니다. 개는 바보에게 위험을 경고하는 걸까요. 아니면 위험을 감수하라고, 용기를 북돋아주는 말을 하는 걸까요.



프라다 타로 카드에서 바보는 광대로 그려집니다. 빨간색 광대 옷 끝자락에는 주렁주렁 방울이 달려 있고 흰색 주머니가 달린 지팡이를 어깨에 메고 있어요. 앞에는 이빨을 드러낸 초록 괴물이 있는데 그는 전혀 무서워하지 않고 오히려 괴물을 속여 넘기려 하고 있어요. 트릭을 쓰는 거지요. 몸은 마치 뒤쪽으로 가는 것처럼 죽 빼고 있지만 사실 두 다리는 앞으로 가고 있습니다. 그 반대로 하고 있는 것일 수도 있고요. 괴물을 헷갈리게 할 목적인 듯해요. 어쩌면 흰색 주머니에 든 건 괴물에게서 훔쳐온 것인지도 모릅니다. (유니버셜 웨이트의 칼7번에 나오는 사람과 비교해 보세요. 비슷한 점과 차이점이 있어요.)


프라다 카드의 광대
유니버셜 웨이트의 칼7




동화와 옛이야기를 담은 이너차일드 카드에서는 빨간 모자가 바보로 등장합니다. 검은색 긴 머리의 소녀가 바구니를 팔에 걸고 아름다운 정원에 들어섰어요. 소녀를 반기듯 붉은색 나비 한 마리가 소녀의 손가락 끝에 앉아 있고요, 소녀는 나비를 지그시 바라봅니다. 붉은 늑대 한 마리가 뱀처럼 나무를 휘감으며 소녀의 뒤에 숨어 있습니다.


늑대가 빨간 모자에게 다가가 물었다. "어디 가니?" "바구니에 든 건 뭐니?" 그때마다 빨간 모자는 대답했다. "할머니한테." "구운 과자와 포도주야." 늑대가 또 물었다. "할머니는 어디 사시니?" 빨간 모자가 대답했다. "숲 속으로 십오 분쯤 더 들어가 떡갈나무 세 그루가 있고 개암나무 울타리가 있는 데야." 늑대는 빨간 모자와 함께 걸었다. 늑대가 권하는 말에 따라 눈을 들어 주위를 둘러보니 햇살이 빛나고 여러 예쁜 꽃들이 피어 있었다. 빨간 모자는 할머니에게 줄 꽃다발을 만들기 위해 꽃을 꺾었고 점점 숲 속으로 더 들어갔다. 그 사이 늑대는 할머니 집으로 가 할머니를 잡아먹고 할머니 인척 침대에 누워 빨간 모자를 기다린다. 이윽고 할머니 집에 도착한 빨간 모자는 평소와 달리 문이 열려 있고 왠지 모르게 불안했지만, 할머니가 있는 침대로 다가간다. 할머니의 귀와 손과 입이 너무나도 크고 이상해서 질문을 던지지만, 미처 피하지 못하고 늑대에게 잡아먹힌다. 배가 부른 늑대는 코를 골며 자기 시작한다. 이때 사냥꾼이 지나가다 소리를 듣고 이상한 낌새를 채고 할머니 집으로 들어간다. 사냥꾼은 늑대 뱃속에서 소녀와 할머니를 꺼내고, 대신 돌덩이를 넣는다. 늑대는 뱃속이 너무 무거워 죽고 만다. 이 일을 겪은 뒤 늑대를 또 만나게 되는데, 소녀와 할머니는 지혜롭고 통쾌하게 늑대를 잡는다. 소시지를 구운 솥에 물을 넣고 끓이자, 소시지 냄새를 맡던 늑대가 끓는 물에 빠져 죽은 것이다. (<그림 메르헨> 문학과지성사 참고)



1875년 월터 크레인의 <빨간 망토> 삽화 (최정은 <트릭스터 영원한 방랑자> 휴머니스트 p40) 소녀의 장갑에 있는 발톱과 늑대의 지팡이가 꽃밭에 있는 것이 인상적이다



요안나 콘세이요의 <빨간 모자>(비룡소) 에서. 빨간모자는 빨간색실로 변환되었고, 늑대는 그림자처럼 소녀를 반영하고 있다



늑대는 한 번만 출현하지 않습니다. 늑대는 우리 삶에 어둡게 드리워진 그림자 같은 건데요. 몇 번쯤 회피할 수는 있어도 결국은 마주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 동시에 우리는 우리를 도와주는 지혜의 원형인 할머니와도 만납니다. 그리하여 빨간 모자와 할머니는 서로 협력하며 늑대를 솥에 삶습니다. 무언가 특히 위험한 맹수를 음식으로 만드는 것은 그 힘을 자기 것으로 소화시키는 것입니다. 바보의 여정은 위험을 감수하겠다는 마음가짐으로 떠나는 모험입니다. 여행에서 만나는 것마다에서 얻는 게 있어요. 다음에 이어지는 각 카드와의 만남에서 트레이닝 과정을 거치고 '내면에 있는 젊고 창조적인 부분, 자신보다 더 위대한 부분과의 교감'을 이루며 지혜를 얻고 직감을 발달시킬 것입니다. 




[글쓰기 미션] 3분 타이머를 맞추고 다음 문장에  이어서 글을 써보세요. 3분 알람이 울리면 더 쓰고 싶어도 멈추세요.

그 시절이 내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시기였다.



나 자신의 내면의 이미지를 추적하던 그 시절이 내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시기였다. 그 밖의 모든 것은 여기서 비롯된다. 그것은 그 시기에 시작되었고, 그 후에 나온 세부적인 사항들은 그것보다 결코 더 중요하지 않다. 나의 모든 인생은, 무의식에서 폭발할 듯 터져 나와 수수께끼의 강물처럼 덮치며 나를 산산조각 낼 듯 겁을 주었던 것들을 해석하는 일에 바쳐졌다. 그것은 한 사람의 인생 그 이상으로 중요한 의미를 지니는 자료들이었다. 그 이후의 모든 것들은 단순히 외적으로 분류하고, 과학적으로 더 정교하게 다듬고, 삶의 현실로 통합시키는 작업에 지나지 않았다. 그러나 모든 것을 잉태한 그 엄숙한 시작은 바로 그때였다. (1957년 칼 구스타프 융, <레드북>에서)



길을 걸을 때 내면에 있는 충성스런 개의 말을 신뢰해 보는 것도 좋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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