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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봄의예니 Apr 10. 2024

가지고 싶은 것을 가져도 또 가지고 싶은 게 생길까

끝없는 물욕에 대하여

5년간 그렇게 갖고 싶은 애플 워치를 뉴욕에서 와인에 취해, 애플샵으로 걸어 돌진하여

“give me a apple watch”를 외치고는 샀다.

뉴욕 직원이 미국에서 사면 데이터가 안 되고 어쩌고 설명을 했는데, 혼자 스시바에서 한껏 와인에 취한 채 와서

무조건 “ that’s okay. evrything is fine.” 만 외치고는 귓등으로 들었다.

그렇게 나의 손목에 드디어 고수하던 애플 워치가 채워졌다.


그런데 한국에 와서 애플워치는 늘 충전기에 걸쳐져 잠자고 있다.

내가 시간을 컴퓨터나 휴대폰으로 볼뿐더러 생각보다 애플워치의 행복은 단 일주일밖에 가지 않았다.

한국에 가져올 때만 해도 그렇게 행복할 수가 없었다.

그런데 한국에서 애플워치 충전기를 사러 갔을 때, 애플 샵 직원이

“미국에서 사면 가격은 5만 원 정도 싸도 , 데이터 환경이 달라서 통신사에 전화해서 아마 물어봐야 할 거 에요.”


맙소사. 미국 직원이 샬라샬라 나에게 끊임없이 불편함이 있을 거라 말하던 그 몽롱한 말들이 그 말들이었구나.

한국과 단돈 5~10만 원 차이밖에 나지 않았지만 그렇게 덜컹 애플워치를 사버린 나였다.


내가 애플 워치를 사고 사실 데이터가 안 되어서 안 쓰는 건 핑계고, 왜 이렇게 그토록 바라던 애플 워치를 차고 다니지 않을까. 애플 워치를 갖고 싶었던 근본적인 이유를 생각해 보았다.

그저 애플 워치를 “비싼 만보기”로 사용하고 싶었던 걸까. 남들이 대부분 다 손목에 하나쯤은 차고 있으니 나도 이제는 정말 사고 싶은 것이었을까.


물론 기계를 잘 다루면 더할 나위 없이 좋은 도구지만, 애플워치가 나의 물욕을 채워주지 않았다.


그다음에 내가 그토록 사고 싶었던 것은 , 카페에 가면 누구나 두들기고 있는 “아이 패드 자판”이었다.

물론 친구도 회의 시간에 그것을 가지고 회의를 했는데, 그 모습이 너무 멋있었다.

노트북을 켜려면 전원을 켜는데 30초는 걸리는 게, 아이패드는 전원 켜는데 채 30초도 걸리지 않고

가지고 다니기도 너무나 유용하다. 거기다 아이패드 키보드까지 있으면 나는 작문 활동을 마치 줄줄 써 내려가듯이 늘 할 것 같았다.


아이패드 키보드를 고민한 지도 1년. 그 고민을 붙잡고 결국 사기로 질러버린 지 2달이 되었다.

그런데 사실은 내가 아이패드 키보드로 브런치에 글을 올린 지 2달 만에 오늘이 처음이다.

덩그러니 놓여 있는 아이패드 키보드를 보면서 오늘 생각했다.

‘오늘은 브런치에 꼭 밀려왔던 글을 이 키보드로 써 내려가고 말겠다.!‘


그토록 사고 싶었던 키보드의 따각따각 소리에 맞추어 글을 써 내려가는 희열을 오랜만에 느껴본다.

그러면서 인간은 왜 이렇게 사고 싶은 것을 사면 또 사고 싶은 게 생길까?라는 끊임없는 물욕에 대해 떠올려보고 반성하게 된다.


키보드를 산 나는 이제 브이로그가 하고 싶어 져서 여자 브이로그들이 많이 사는 흰색 “캐논 카메라”가 또 갖고 싶어 진다.

월급은 늘 쥐꼬리만 하다고 이걸로 어떻게 사냐고 탓하면서, 채워지지 않는 끊임없이 밀려오는 물욕들로 할부 인생을 살아간다.

그 할부기간 동안 물건이 채워주는 풍족함이 지속되어야 하는데, 파도가 모래알을 다시 끌어가듯 그 만족감을 금방 앗아간다.


미처 할부기간이 남았는데도 또 다른 할부가 복리처럼 불어난다.

인간이기에 물욕을 가질 수밖에 없는 것인가. 아님 내가 물욕이 많은 것인가.

끊임없이 시험대에 나의 물욕을 파닥파닥 올려놓는다. 이 물욕을 잘라내어야 하는데 끊임없이 가지고 싶은 것들이 생기고 또 생겨난다.


한 때 법정스님의 ‘무소유’처럼 깃털처럼 가볍게 살다 가겠다는 나는 어디로 가고,

30대이니까 아직은 사고 싶은 거 사며 금융치료를 해야 삶이 윤택하게 굴러갈 것 같다.

아직 많이 멀었나 보다.


물질적인 아우성에서 벗어나 정신적인 풍족함을 다시 채울 때가 온 것 같다.

일회성이고 즉흥적인 물질이 채워주는 만족감은 끝이 없다.


옷장을 바라보았다. 그동안 산 옷들이 걸 자리가 없을 정도로 빼곡히 걸려있다.

안 입는 옷 들을 미련 없이 하나 둘 바닥에 내려놓는다.


버려야 날아갈 수 있음을. 뼈가 비어있는 새가 가볍게 날 듯 , 내 안을 가볍게 비울 때가 온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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